숏트롱 시네마 모습.자료사진
◇류도성>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도 해 주시고 숏트롱 시네마에 대해서도 소개를 해 주실까요?
◆김민음> 저는 서귀포에 위치한 아주 작은 단편영화 상영관인 숏트롱 시네마를 운영하고 있는 김민음이라고 합니다. 숏트롱 시네마는 단편영화 위주로 상영하는 공간이고, 관객이 한 편의 영화를 좀 더 개인적인 방식으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류도성> 개인적인 방식이라고 하면 그건 무슨 뜻이에요?
◆김민음> 영화가 끝나면 그 세계도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희 숏트롱 시네마는 두 달에 한 번씩 기획전 형태로 영화를 상영하고 있습니다. 어떤 주제를 정해서 그 주제의 영화들을 묶어서 영화를 상영하고 거기에 더해서 영화를 보시고 나오면 그 주제와 관련된 여러 참여 활동들도 준비해 놓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오셔서 자신의 이야기로 다시 끌고 오는 그런 부분에서 개인적인 방식이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류도성> 소장님은 제주 토박이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다가 코로나 때 제주에 정착했다고 들었는데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겁니까?
◆김민음> 워킹홀리데이는 코로나 전부터 준비를 했었는데 비행기표랑 다 끊고 직장이랑 집 계약도 다 끝내고 있는 상태에서 코로나가 터졌고 그래서 빨리 가려고 비행기까지 타고 경유지에 도착을 했어요. 그런데 경유지에 내렸더니 제가 가려고 했던 나라가 국경 봉쇄를 발표한 거죠. 코로나로 국경 봉쇄가 되어서 그렇게 있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두 달 정도 서울에서 에어비앤비를 잡고 기다렸어요.
메일 매일 쓰면서 문을 열어달라고 했죠. 진짜 그건 사상 초유의 사태라서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그때 나이가 나이제한에 걸리는 마지막 시기여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준비했었던 거기 때문에 어쨌든 도저히 문이 열릴 것 같진 않고 그러면 지금 당장 어디서 뭘 해야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근데 가려고 했던 나라와 제일 비슷한 풍경과 환경에 있는 곳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주도를 찾아서 오게 됐고 또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제주살이에 대한 로망도 있잖아요.
◇류도성> 그렇게 제주까지 오셨고 독립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단편사무소를 운영하시는 건데, 제주에 와서 독립 영화를 볼 공간이 없다고 생각해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다고 알고 있거든요?
◆김민음> 독립 영화를 평소에도 잘 보러 다니곤 했었는데 그래서 제주도 와서 보려고 했더니 독립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때 되게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단편 영화 말고 장편 독립 영화도 볼 공간이 없다는 걸 보고 제주도 사는 사람들은 그럼 독립 영화를 보기 위해서 비행기를 타거나 배를 타고 나가서 봐야 되나? 생각이 들면서 어쩌면 더 필요성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류도성> 그렇게 숏트롱이라는 곳을 만드신 거잖아요. 이렇게 이름을 짓게 된 이유가 있으세요?
◆김민음> 처음에는 단편사무소라고 먼저 시작을 했습니다. 시작할 때는 '이 세상 모든 단편을 취급합니다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주로 단편 영화를 다루겠지만 단편 영화 외에도 이 세상에 삶의 단편이랄지 또 어떤 누군가의 직업 단편 단편이랄지 취미의 단편 같은 세상 이야기의 단편까지 다 다루고 싶어서 그렇게 시작을 했고 일단 독립 영화의 어떤 부재로 필요성에 의해서 시작을 했기 때문에 단편 영화를 다루기 위해서 제주도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찾아보다가 처음에는 숏트롱 버스로 시작을 했습니다.
진짜 버스가 있는 건 아니고 마을 버스의 개념을 가져와서 마을버스가 여기저기 방방곡곡 가잖아요. 그런 의미로 단편 영화가 닿지 못하는 제주도 곳곳에 방문해서 단편 영화를 상영해 보자, 찾아가는 상영의 서비스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숏트롱 크루즈라고 이것도 가상의 크루즈인데요. 단편 영화 정기 구독 메일링 서비스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크루즈가 보통 어떤 섬에, 어떤 나라에 정박을 해서 쉬다가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그런 개념이잖아요. 그래서 숏트롱 크루즈도 6개의 가상의 섬을 정해서 3개월 동안 6개의 섬을 여행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고 2주에 한 번씩 메일을 발송합니다. 가상으로 오늘은 어떤 섬에 도착했습니다. 이렇게 하면서 메일로 쓰는 거죠. 그 섬의 주제를 정해서 단편 영화 두 편을 같이 넣어서 그런 내용이 담긴 메일링 서비스도 운영을 했었습니다.
◇류도성> 그렇게 단편사무소를 운영을 하신 거네요.
◆김민음> 근데 실체는 없죠. 버스도 그렇고 크루즈도 그렇고 그렇게 하다가 자연스럽게 베이스 캠프가 필요하겠다. 뭔가 우리가 이걸 운영하고 있다는 실체가 있는 공간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해서 처음엔 숏트롱 시네마를 저희 사무실 옆에 4개 좌석 놔두고 처음 시작했었어요.
어딜가서 저희를 소개할 때 계속 실체가 없는 느낌도 들고 단편 영화를 상시로 누군가 와서 볼 수 있는 공간이 너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관객들이 직접 와서 단편 영화를 보고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감상일지도 너무 궁금하고 저희에게도 필요한 작업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류도성> 숏트롱이라는 뜻이 말 그대로 짧지만 강하다라는 의미인가요?
◆김민음> 저희가 만든 단어인데 짧다의 숏과 강하다의 스트롱을 붙여보니까. 숏트롱이란 발음도 재밌고 또 여기가 제주잖아요. 제가 제주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숏트롱 하면 뭔가 제주어 같기도 하구요. 이건 비하인드 스토리인데 저희가 기획전 때 다양한 참여 활동들을 준비한다고 했잖아요.
그때 퀴즈판 같은 걸 준비해서 OX퀴즈를 낸 적이 있었는데, 숏트롱이 제주어다 아니다로 OX퀴즈를 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O로 선택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기획한 의도가 사람들에게 잘 닿았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었습니다.
◇류도성> 처음에 의자 4개를 놓고 시작하셨고 지금은 8개로 운영하고 있는데요. 소규모라서 가능했던 게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김민음> 일반 영화관이라고 생각하면 표를 끊고 들어가서 영화를 보고 나와서 집에 가는 게 끝이잖아요. 근데 너무 작은 영화관이다 보니까 영화를 보고 나오셔서 저와 어떤 감상을 같이 나누기도 하고 또 지금은 저희가 공포 영화로 공포 기획전을 하고 있는데 어떤 분은 같이 영화를 봐줄 수 있냐고 혼자 보시기 무섭다고 저희가 손님이 많지 않거든요. 그래서 혼자 보시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요구도 있고 아니면 문을 열어달라거나 그런 요구에 모두 다 맞춰드릴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재밌는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류도성> 그러면 상영작을 고르는 기준은 따로 있습니까?
◆김민음> 제일 먼저는 저희의 취향에 가장 부합하는 영화가 될 것 같고 그리고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어떤 장면을 보고 누군가 불편해한다거나 아니면 어떤 대사나 행동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거나 또 2차 가해가 되거나 그런 좋지 않은 영화들은 주로 상영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숏트롱 시네마 모습.자료사진◇류도성> 그러면 그 작품들은 어떻게 수급을 하세요?
◆김민음> 상영 계약을 맺고 하는데 그 전의 과정은 저희가 상시로 영화를 공모 받고 있습니다. 저희 통로로 영화를 첫 번째는 받고 있고 두 번째는 단편 영화도 배급사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배급사를 통해서 영화들을 수급하기도 하고 아니면 저희가 영화제에서 영화를 보고 소개시켜 드리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직접 감독님들한테 컨택을 하기도 합니다.
◇류도성> 그렇게 계약해서 상영하면 수익이 납니까?
◆김민음> 근데 그 8석이 조금이라도 찬다면 맞다는 생각으로 운영을 하고 있는데, 대부분 안 그런 날이 더 많죠. 아직은 그렇게 수익이 발생하지 않지만 지금 5년 차가 됐는데 아직도 제가 하는 일이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하고 있거든요.
◇류도성> 단편 영화의 매력에 대해서 묻는다면?
◆김민음> 저는 개인적으로 가능성이라는 단어를 제일 좋아하거든요. 근데 단편 영화가 그 단어랑 굉장히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일단 영화가 짧다 보니까 영화가 끝나고 나서 이 이야기에 대한 가능성도 있고 또 어떤 치열한 고민과 철학을 가지고 만들어낸 스크린 너머의 제작진들의 어떤 미래의 가능성 같은 걸 느낄 수 있어서 좋아하는 것도 있고 또 세상에 다양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잖아요.
그만큼 또 다양한 고민들을 많이 안고 살기도 하고요. 자기가 일상을 살다 보면 타인의 세상에 무심할 수밖에 없고 이해를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데 단편 영화 같은 경우는 그 짧은 20~30분 안에 그 주인공의 세상으로 자연스럽게 빠져 들어가서 그 세상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고 타인의 세상을 공감하게 되고 이런 생각도 있구나 이런 상황에 놓인 사람도 있구나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구나라는 걸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돼서 또 타인의 세상을 공감하는 방법으로 굉장히 좋은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류도성> 그럼 영화 전공자세요?
◆김민음> 아니요. 저는 영화 전공자도 아니고 영화 쪽에서 일했던 경험도 없습니다. 저희도 처음에 시작했을 때는 그 부분이 저희한테 굉장히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너희가 뭔데 너희가 어떤 기준으로 영화를 선택을 해서 상영하는 거냐 같은 게 될 수가 있잖아요. 근데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기로 했거든요.
오히려 단편 영화는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되게 어렵고 뭔가 이상하고 그렇다고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래서 더 다가가기가 어렵게 느껴질 수가 있는데 근데 영화 전공자가 아닌 저희가 오히려 관객에 더 가까운 입장으로 영화를 선택을 해서 상영하고 그런 공간을 만들어 보면 그래서 처음에 저희가 생각한 목표가 단편 영화를 쉽게 즐기게 하자라는 단순한 목표를 가지고 여기까지 오게 됐던 것 같습니다.
◇류도성> 앞서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여러 가지 커뮤니티 모임을 운영하고 계시더라고요.
◆김민음> 제가 굉장히 내성적이거든요. 그래서 작은 영화 상영관을 운영하지만 더 많은 이야기를 관객과 나눌 수 있는 환경, 어떻게 하면 이 관객들과 자연스럽게 좀 더 깊고 오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다가 여러 모임들을 만들게 됐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 '수박 겉핥기 클럽'을 시작했거든요.
아까 설명드렸던 것처럼 단편사무소의 슬로건이 '이 세상 모든 단편을 취급합니다'잖아요. 그거를 시작했을 때 제일 하고 싶었던 게 '수박 겉핥기 클럽'이었거든요. 수박 겉핥기 클럽이 세상의 단편 단편을 수박 겉핥기로 알아보자고 해서 매번 다른 주제로 그 세상을 먼저 경험한 분을 모셔서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모임으로 먼저 시작을 했었습니다.
◇류도성> 그렇게 해보니까 원하는 대로 운영이 되던가요?
◆김민음> 처음에는 모객이 너무 어려웠죠. 숏트롱 시네마에도 안 오는데 그런 모임이라고 오겠습니까? 모객이 너무 어려웠는데 지금은 저희 모임을 기다려주시는 새로운 모임을 할지 궁금해 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처음에는 그렇게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숏트롱 시네마의 문을 여는 또 다른 문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편 영화가 장벽이 높아서 못 오시는 분들이 오히려 모임을 통해서 먼저 오셨다가 단편 영화도 한 번 봐볼까 그래서 다음에는 영화를 보러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경우가 요새는 많이 생기고 있거든요. 그래서 모임을 더 열심히 해 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류도성> 근데 제가 듣기로는 감독이나 배우들이 직접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거든요.
◆김민음> 감사한 일이죠. 왜냐하면 제주도라서 그리고 또 저희가 어떤 지원을 받아서 운영하는 게 아니다 보니까 항상 감독님이나 배우님이나 모시고 싶은 경우가 많은데 제주도라서 비행 경비부터 숙소까지 저희가 제공해드릴 수가 없어서 그런 기회를 거의 마련하지 못했거든요.
근데 저희가 본인의 영화를 상영한다고 했을 때 너무 기쁜 마음으로 제주도까지 와주시고 영화도 보시고 마침 그때 같이 봤던 관객분이 계시면 제가 꼭 말씀을 드리거든요. 저분이 감독님이라고 그러면 다들 모여서 사진도 찍고 그 영화를 방금 보고 나오셨기 때문에 궁금한 게 얼마나 많겠어요. 제대로 자리를 마련한 게 아니라서 그렇긴 하지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부분도 굉장히 재밌고 감사한 부분입니다.
◇류도성> 오셔서 뭐라고 말씀하세요? 감독이나 배우가 오셔서
◆김민음> 독립 영화를 볼 기회가 없는 제주도에서 이런 걸 운영해 주셔서 고맙다는 말도 하시고 그리고 영화를 전공하고 있거나 영화를 하고 있는 분들도 굉장히 많이 오세요. 자기 영화가 상영이 안 됨에도 영화를 좋아하니까 그래서 저한테 말씀을 안 하지만 방명록을 찾아보면 꼭 다음에 본인의 영화를 상영하고 싶다는 방명록이 한 100개는 됩니다. 다음에 본인이 제작하게 되면 자기 영화를 꼭 여기에 상영을 하고 싶다는 다짐을 안고 가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류도성> 여기까지 이렇게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하면 어떤 말씀하고 싶으세요?
◆김민음>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아직도 이 단편 영화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 그래서 더 많이 알려야 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이 일 자체가 가능성이 아직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고 또 제일 중요한 거는 관객 분들이 제일 중요하죠.
관객분들이 나가실 때 그냥 제가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저는 여기 일하는 사람인데 제 손을 잡고 오래오래 운영을 해 달라는 그런 진심이 가득한 눈동자를 보면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타인의 말과 행동에 굉장히 잘 휘말리는 사람이거든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그 말을 진짜 100% 믿거든요. 그래서 같이 동화돼서 내가 진짜 열심히 할게요. 이런 느낌이 듭니다.
◇류도성> 주변에서는 어떤 응원들을 많이 하십니까?
◆김민음> 주변은 걱정을 많이 하죠. 돈을 못 버는 걸 아니까 그렇지만 이 일이 저는 아직 되게 멋있고 이 세상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말을 하지 않지만 주변이나 아니면 오시는 분들이 다 알아주고 있다고 느낄 때 꾸준히 아무도 지어주지 않은 사명감을 가지고 아직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류도성> 마지막으로 숏트롱 시네마가 앞으로 어떤 공간으로 남기를 바라세요?
◆김민음> 저희는 여행객들이 많이 오시거든요. 여행할 때만 또 할 수 있는, 평소에 하지 않은 것들을 여행 와서 많이 하게 되잖아요. 여행객 분들에게는 여행 와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고 제주에 살고 있는 도민분들에게는 언제든 편하게 들릴 수 있는 또 재미있는 것들이 가득하다고 느껴지는 공간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