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만감류 수확. 제주도관광협회 제공
▲ 오렌지보다 까기 편하고 달다… '서구형 개량종'의 등장만다린(Mandarin)은 껍질을 벗기기 쉬운 오렌지류다. 오렌지가 껍질이 두껍고, 즙을 내서 먹는 주스용 과일 성격이 강하지만 만다린은 오렌지와 달리 껍질이 얇아 벗기기 쉽다.
맛 또한 오렌지가 상큼한 신맛을 앞세우지만 만다린은 신맛 대신 단맛이 강하다. 오렌지와는 먹는 목적과 방향이 다른 셈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귤의 '서구형 고당도 개량 버전'이다.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당시 미국산 만다린 관세율은 144%로 책정돼 해마다 9.6%씩 인하됐다. 2023년 28.8%, 2024년 19.2%, 지난해 관세 9.5%를 끝으로 올해부터 완전히 사라졌다. 만다린과 제주산 감귤의 무한경쟁 원년이다.
관세가 하향곡선을 그리자 수입량은 꾸준히 늘어 2023년 727.9톤이던 만다린 수입량은 2024년 3099.3톤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는 7951.5톤을 찍었다. 2년 만에 10배 이상 폭증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이미 만다린 마케팅이 한창이다.
한 인터넷 쇼핑몰에선 '일반감귤보다 크기는 조금 작지만 당도는 1.5배 더 높은 미국산 만다린. 가장 맛있을 때 수확해 신선하고 달콤한 고당도 만다린을 선별해 보내드리겠다'고 홍보한다. 5kg 한상자당 가격은 3만7000원에서 6만6900원까지 다양하다.
인터넷 주문으로 만다린을 받아든 소비자들은 '예상보다 신선하고, 맛있고, 달다'는 의견부터 '후숙이 덜 됐는지 신선도는 떨어지고, 돈이 아깝다'는 의견까지 평가도 제각각이다.
대형마트 인터넷 한 만다린 판매처는 '신선하고, 달고, 잘 익었다'는 긍정적인 평가 22건의 리뷰 중 18건(82%)을 차지할 정도로 호평이다.
▲ 대형마트의 고요함은 착시?… 진짜 승부는 3월부터하지만 제주지역 대형마트 분위기는 인터넷 판매처의 호평과 달리 싸늘하다.
제주시 연동의 한 대형마트 과일코너. 한창 출하중인 천혜향과 고당도 하우스감귤, 루비향 등 각종 프리미엄 제주산 감귤이 매대를 가득 채우고 있지만 만다린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고율 관세라는 '방어벽'이 무너진 틈을 탄 데다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는 상당수 여론과 달리 대형마트의 과일코너에는 만다린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에서 판매중인 미국산 만다린. 쇼핑몰 갈무리인근에 있는 또다른 대형마트 과일 코너 역시 천혜향과 황금향, 노지감귤 등 제주산 감귤이 수북이 쌓인 채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지만 수입산 만다린은 보이지 않았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만다린이 맛은 상큼하기는 하지만 아직 소비자들에게 덜 알려져서 그런지 판매를 했을 때 호응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며 "이벤트성으로 만다린을 매대에 올려놓은 적 있지만 찾는 소비자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관세가 철폐되면서 수입 만다린의 가격 경쟁력이 좋고, 특히 3~5월은 제주 만감류가 끝물인데다 품종 좋은 만다린의 수입 시기가 겹쳐 상황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출하시기별 만다린 품종이 달라 우세 품종이 수입되는 3월부터 국내산 만감류와 본격적인 경쟁이 이뤄지면서 만다린을 보는 소비자들의 시각도 달라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현재 수입되고 있는 품종은 극조생 만다린인 '클레멘타인'. 미국내 만다린 재배 비중 25%를 차지하고 있지만 산도가 낮고 단맛 중심의 부패율이 높아 소비자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다.
▲1990년대 바나나 잔혹사 재현될까… "품질로 정면승부 해야"하지만 3~4월에 출하가 집중되는 '탱고'는 미국에서 재배 비중(31.8%)이 가장 높은 만생종으로, 부패율이 낮고 맛도 좋아 미국 현지에선 품종이 가장 우수한 만다린이란 평을 받는다. 재배비중이 16.5%인 머콧 역시 3~4월에 출하가 집중되고, 당도와 산도가 조화를 이루며 신선 소비용 품종으로 각광 받는다.
결국 현재 판매중인 클레멘타인보다 봄철 수입이 집중되는 탱고.머콧 만다린이 국내산 만감류와 소비자의 선택을 놓고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 때문에 애국만을 담은 '신토불이' 마케팅만으로는 소비자를 끌어당길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 속에 맛과 가격을 앞세운 수입 만다린의 공세를 막고, 그동안 쌓아온 제주감귤의 입지를 지켜내느냐 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1991년 우루과이라운드 체결 이후 값싼 바나나의 공습에 제주산 바나나 농가의 일순간 몰락을 몸소 겪었던 제주로서는 '혹시나'가 '역시나'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역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오성담 (사)제주도만감류연합회장은 "올해부터 만다린이 관세없이 들어온다는 소식 때문에 농가들이 겁에 질려 먼저 팔려고 하니 출하 규격도 안되는 만감류를 시장에 출하하고 있다"며 "마구잡이 유통 결과 당하는 건 농가이다보니 행정에 강력한 단속을 요청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