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매년 '유조차 27대' 분량 폐윤활유 행방불명…관리 구멍

[단독]매년 '유조차 27대' 분량 폐윤활유 행방불명…관리 구멍

최근 5년 수협 윤활유 판매 356만L…수거는 86만L뿐
나머지 270만L 어디로?…"해양 투기" 목격담 전해져
행정·수협·공단은 모두 "몰라"…또 관리 공백 문제

지난 6월 살펴본 제주시 한림항 폐유보관시설. 폐유가 바닥에 흥건히 고여있는 등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모습. 이창준 기자지난 6월 살펴본 제주시 한림항 폐유보관시설. 폐유가 바닥에 흥건히 고여있는 등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모습. 이창준 기자
제주에서 매년 유조차 36대 분량의 어선 윤활유 2만ℓ가 사용되지만, 사용 뒤 발생한 폐윤활유 수거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관리 책임이 있는 기관조차 미수거 폐윤활유의 행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 일각에선 불법 투기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폐유보관시설이 방치된 데 이어 또다시 관리 공백 문제가 드러나 총체적 난국이다.

◇매해 유조차 36대 분량 사용…수거율은 고작 24.4%

20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수협중앙회로부터 입수한 '최근 5년간 어업용 폐윤활유 수거 현황'에 따르면 도내 어선 윤활유 판매량은 2020년 71만8485ℓ, 2021년 74만7073ℓ, 2022년 71만5804ℓ, 2023년 67만9039ℓ, 2024년 70만5601ℓ다.

매해 평균 71만ℓ 이상 공급됐는데 이는 2만ℓ 유조차 36대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지만 실제 수거량은 2020년 15만 8214ℓ(22%), 2021년 14만 4033ℓ(19%), 2022년 12만 8053ℓ(18%), 2023년 19만 8321ℓ(29%), 2024년 23만 8880ℓ(34%)에 그쳤다.

평균 수거율은 고작 24.4%로 4분의 3 이상이 회수되지 않은 것이다. 전국 평균(23%)보다 근소하게 높지만 제주가 전국 11개 권역 중 윤활유 판매량 4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수거 규모는 결코 작지 않다.

지난 11일 오전 살펴본 제주시 애월항 폐유보관시설. 50척이 넘는 어선이 드나드는 것에 비해 시설 규모는 겨우 2평 남짓이다. 어민이 폐윤활유 수집통을 가리키고 있다. 이창준 기자지난 11일 오전 살펴본 제주시 애월항 폐유보관시설. 50척이 넘는 어선이 드나드는 것에 비해 시설 규모는 겨우 2평 남짓이다. 어민이 폐윤활유 수집통을 가리키고 있다. 이창준 기자
◇미수거 75% 어디로…? "해양 투기" 목격담

이 때문에 미수거 폐윤활유가 바다에 불법 투기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 바다에 어선 윤활유통이 떠다니는 것을 봤다는 목격담도 전해진다.

윤상훈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전문위원은 "바다로 나가 조사하다 보면 어선 페유통이 많이 발견된다"며 "기름 오일을 그냥 갖다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윤 위원은 이어 "제주도는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보조금만 주고 역할을 다 했다고 할 게 아니라 규정이 지켜지지 않으면 처벌은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해경의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제주해경청에 따르면 어선 폐유 무단투기 단속 건수는 2022년 0건, 2023년 13건, 2024년 14건, 올해 현재까지 3건에 그칠 뿐이다.

해경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하는데 현장을 목격하긴 쉽지 않다"며 "해역 순찰 강화, 해양오염 예방 홍보와 단속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시 현사포구 폐유보관시설. 시설 노후화로 내부에 빗물이 새 바닥이 젖고 있다. 이창준 기자 제주시 현사포구 폐유보관시설. 시설 노후화로 내부에 빗물이 새 바닥이 젖고 있다. 이창준 기자 
◇책임 있는 기관들, 실태 모르거나 '나 몰라라'

더 심각한 문제는 유조차 27대 분량에 해당하는 미수거 폐윤활유 75%의 행방을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도내 어선들이 사용하는 윤활유는 대부분 수협을 통해 공급되며, 사용 뒤 발생한 폐윤활유는 항·포구에 설치된 84곳의 폐유보관시설에 수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수협이 위탁한 해양환경공단이 이를 수거하고, 공단은 다시 민간 업체를 통해 최종 처리하는 구조다.

수협은 매년 지자체 보조금 1억8400만 원을 지원받아 시설 관리와 수거 체계를 운영하지만, 현실은 시설 관리가 부실하고 수거되지 않은 폐윤활유의 행방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며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도 폐윤활유 수거율이 25%에도 못 미친다는 지적에 "처음 듣는 얘기"라 했고, 해양환경공단 제주지사 측은 "우리는 의뢰가 들어오면 수거만 할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사실상 어느 기관도 책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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