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항 폐유시설 신속조치한다더니…제주도 거짓말 드러나

한림항 폐유시설 신속조치한다더니…제주도 거짓말 드러나

제주CBS 화재위험·해양오염 보도…제주도 '신속 조치' 약속
2개월후 현장, 폐유 방치에 화재위험 더 커지고 악취도 심해
가연성 폐기물까지 뒤엉켜…제주도 "부서이동 때문" 핑계만

지난 7일 오전 살펴본 제주시 한림항 폐유보관시설. 시설 외부에 폐유통이 방치돼 있다. 이창준 기자지난 7일 오전 살펴본 제주시 한림항 폐유보관시설. 시설 외부에 폐유통이 방치돼 있다. 이창준 기자제주 한림항 폐유보관시설에 대한 관리가 부실해 화재 위험과 해양오염이 우려된다는 제주CBS 보도(관련 기사 2025년 6월 20일자 노컷뉴스 : 기름 흥건하고 악취…제주 폐유보관시설 관리 엉망)에 대해 제주도는 '신속 조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두 달 가까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오히려 부서이동 때문이라는 변명만 늘어놔 빈축을 사고 있다.

◇관리 부실 지적에…제주도 "신속 조치" 공언

한림항 폐유보관시설은 어민들이 어선 연료로 사용하고 남은 기름통을 모아두는 곳이다.

제주시가 한림수협에 보조금을 지급하면 수협은 해양환경공단에 수거를 의뢰하고 공단은 다시 민간업체에 위탁하는 구조다.

CBS노컷뉴스가 지난 6월 20일 이 곳을 확인했을 당시, 단순 관리 부실을 넘어 해양오염과 화재 위험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폐유보관시설 내부 모습. 폐유통과 온갖 쓰레기들이 뒤섞인 모습. 이창준 기자폐유보관시설 내부. 폐유통과 온갖 쓰레기들이 뒤섞인 모습. 이창준 기자제주도는 이례적으로 보도 당일 설명자료를 내고 빠르게 조치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제주도는 먼저 현장 확인을 통해 신속히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한림항뿐만 아니라 도내 모든 항만의 폐유보관시설 관리 실태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행정시·수협·해양경찰서 등 관계기관과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역할도 나눠 공동으로 대응하겠다고도 했다.

수거 체계 개선, 노후 수집장 철거·신축, 실태조사 뒤 관리 체계 개선 및 제도적 보완책 마련 등도 약속했다.

◇두 달 지나도 아무 조치 없어…책임 회피 급급

그러나 지난 7일 오전 두 달여 만에 다시 찾은 현장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시설 내부 바닥에는 기름통에서 샌 폐유가 그대로 고여 있었고, 일부는 밖으로 넘쳐 빗물과 함께 바다로 흐른 흔적이 보였다.

기름통 사이로는 각종 쓰레기가 뒤엉켜 있었는데, 특히 종이박스 등 가연성 폐기물이 이전보다 더 무분별하게 투기돼 화재 위험이 커졌다.
 
시설 외부에도 폐유통 수십 개가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고, 일부는 뚜껑이 열린 채 넘어져 있었다.

여기서 흘러나온 기름이 굳으면서 검은 덩어리가 됐는데 이를 감추려고 바위와 천으로 덮어놔 오히려 흉한 모습이 됐고 멀리서도 악취가 진동했다.

폐유보관시설 외부로 흐른 폐유들과 이를 덮은 천이 뒤엉켜 굳었다. 이창준 기자 폐유보관시설 외부로 흐른 폐유들과 이를 덮은 천이 뒤엉켜 굳은 모습. 이창준 기자 무엇보다 제주도를 포함한 관련 기관들에 이 같은 상황을 설명했더니 모두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부서 이동이 있어 자세히 아는 바가 없다"며 "수협에 보다 꼼꼼한 관리를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전수조사나 역할 분담에 대해선 "아직 그 단계까진 가지 않았다"고 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제주도로부터 별도 지침을 받은 게 없어 기존대로 관리하고 있다"며 "수협에서 요청한 특수봉투만 추가로 제공했다"고 말했다.

수협 측은 자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좋은 방향을 고민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열심히 치우고 정리하면서 어민들을 독려하고 있다"고 했다.

추천기사

스페셜 그룹

제주 많이본 뉴스

중앙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