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호 제주한의약연구원장◇박혜진> 청정 제주 자원으로 기능성 건강소재를 만들어 활용하는 제주한의약연구원. 제주한의약연구원 송민호 원장 스튜디오에 모시고 얘기나눠봅니다. 제주한의약연구원에 대해 소개해 주시죠.
◆송민호> 저희 연구원은 전통의학인 한의학을 기반으로 제주지역의 한의학 산업 육성과 도민 건강 증진을 위해 2016년 7월에 개원했고요. 현재는 제주 자원을 활용해서 대사성 질환 개선과 인지능 개선 및 관절염 치료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임상 한의사와 협력해 도민의 건강한 삶을 지원하는 공공의료 서비스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는 중입니다.
◇박혜진> 지난 9년간 제주한의약연구원이 보여준 성과들도 많다구요.
◆송민호> 9년이라는 기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초기에는 사실 연구원이라고 하기에도 초라한 모습이었는데요. 많은 노력과 지원 덕분에 지금은 독자적으로 천연물을 연구할 수 있는 연구원으로 성장했고요.
이를 기반으로 첫째는 제주 감귤 자원을 활용한 연구 성과입니다. 귤피는 오랫동안 문헌과 임상을 통해서 효과가 알려진 제주 대표의 약재인데요. 인체 적용 시험으로 검증된 적은 없었습니다. 저희가 그 원인을 파악하고 보완해서 민관 협력으로 인체 적용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둘째는 배초향으로 알려진 곽향이라는 약재인데요. 예로부터 감기나 소화 불량 등 소화기 질환과 중풍 질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던 약재입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그 소화기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이 되어 있었고요. 저희는 이 약재가 중풍 초기에 사용했던 점에 집중해서 뇌 기능과 연관된 효능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현재 동물실험을 통해 기억력과 인지능 향상 효과를 검증했습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기술을 기업에 이전했습니다.
셋째는 봉독입니다. 오랫동안 근·골격계 질환에 사용해 온 대표적 한의 치료 소재입니다. 저희는 봉독의 유효 펩타이드를 저분자화하고 또 단백질 분석을 통한 합성 펩타이드를 만들어 소재의 안정성을 확보했습니다.
상처치유와 콜라겐 생성 효과를 입증해 특허출원을 마쳤습니다. 현재는 마이크로니들을 활용한 실용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제주지역에서 한의약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송민호> 조선시대 중앙에 진상했던 기록을 보면 대모라는 거북껍질과 비자, 유자를 비롯한 감귤류와 약재로는 진피, 백지, 오배자, 치자, 향부자, 모과, 반하, 녹용, 지각 등 다양한 종류가 있고요.
저는 특히 백약이 오름에 자생하는 소황금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소황금은 한약재 황금과 유사한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과거 우리 지역의 삶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귀한 약재라고 생각합니다.
◇박혜진> 연구된 감귤 껍질과 같은 자원들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나요?
◆송민호> 귤피처럼 다양한 가치를 과학적으로 규명한 소재는 소중한 고부가가치의 자원이나 보통은 단순보조식품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민간기업이 향장품, 건강기능식품, 천연물 의약품 등의 고부가가치의 상품으로 개발, 유통할 수 있도록 기술이전이나 공동연구 등을 통해 사업화를 돕고 있습니다.
송민호 제주한의약연구원장 ◇박혜진> 연구원에서 해녀들을 위한 사업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사업인가요?
◆송민호>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인 제주해녀는 고령화 문제로 점점 감소하고 있으며 조업중 사고도 점차 많아지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저희는 스마트워치를 활용하면 조업 중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3가지 주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안전망을 구축하는 소위 안전관리 실증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3가지 주요 데이터로 첫째는 심박동수 데이터입니다. 스마트 워치에서 확인되는 심박동수에 대한 안전기준을 설정하고 심박동수가 그 기준보다 높거나 낮으면 저희 연구원에 구축된 서버를 통한 긴급 알람이 울리게 되어 해당 해녀분의 상태를 확인하여 사고 예방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GPS 기반 사고 대응입니다. 해녀분들이 조업 중 해류로 인해 떠내려가거나 안전 위치를 벗어날 때도 저희 서버에 알람이 울립니다.
마지막으로는 낙상사고 때도 워치가 감지해 저희 서버에 알람이 울리게 되었습니다. 이 정보들은 실시간으로 연구원 서버로 전송되어 긴급 시 119에 바로 연결될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스마트워치와 한의약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나요?
◆송민호> 의료라고 하는 분야는 늘 당대 최고의 과학기술과 결합하면서 발전해 왔습니다. 한의약도 마찬가지고요. 한의약에서는 맥진이라는 진단을 여전히 신뢰하고 발전 시켜나가고 있습니다.
각자 자신의 고유한 심장 박동의 리듬이 있는데, 스마트워치가 심박동수를 자동으로 측정해 개개인의 심장 상태를 어느 정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결합하면 일상의 건강관리도 가능하고요.
전통 맥진이 인공지능, 스마트워치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몸의 상태를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전통과 과학이 융합된 좋은 모델입니다.
◇박혜진> 연구원에서는 도민의 생애주기별 건강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협업을 하고 있죠?
◆송민호> 한의 공공의료 서비스 사업이라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생애주기별이라면 사람의 전 주기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지만 연구원 인력이 녹록지 않은 상황입니다.
제주도 한의사회와 제주시 보건소 등과 협업해 비만 개선과 월경곤란증개선 사업, 해녀분들을 대상으로 건강진단과 관리를 지원사는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향후 연령별 데이터들이 구축된다면 생애주기별 건강 문제들에 대응하는 데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박혜진> 최근에는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한의약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계시다구요?
◆송민호> 이 프로그램은 제주의 고유한 작업 환경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고령의 해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해녀들의 고유한 심장 패턴 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해 맥진기를 활용한 진단을 포함하고 있으며, 지역 한의사들과 협력하여 진료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제주 해녀들만의 특이 질환과 심혈관 계통의 연계성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한의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그 외에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도 소개해 주시죠.
◆송민호> 도민 대상으로 약초 교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의대 본초 교수님이 한약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야외로 나가 우리 지역의 약초를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는 현장 학습도 병행해 주셔서 수강 경쟁이 치열한 프로그램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10월 2일~3일 한의약 웰니스 전시체험 박람회가 있습니다. 한약 전시부터 원헬스존, 치유식품존, 건강지킴존 등 도내외 한의약 관련 기관과 업체가 제공하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매년 성황리에 마무리되는 제주의 대표 한의약 체험 박람회입니다. 올해도 많은 분들이 참여해 건강과 기쁨을 많이 가져가시길 바랍니다.
송민호 제주한의약연구원장◇박혜진> 한의약 분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협력도 활발하게 하고 계시다구요?
◆송민호> 연구원에서는 한약 자원의 제품화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 원료 표준화, 효능 평가 연구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여러 기관과 업무협약을 통한 전문가 양성 및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제주한의약연구원에서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요?
◆송민호> 무엇보다 인력 부족이 가장 큰 애로사항입니다. 지금까지는 팀웍으로 해결해 왔지만 더욱 정밀한 의료 연구를 위해선 적정 인력 확보를 통한 연구 품질과 속도를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제주도와 잘 협의해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 보겠습니다. 도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박혜진> 제주한의약연구원에서 활동하는데 보완됐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송민호> 한의약은 오랜 전통을 통해 지금까지 우리와 함께 발전하고 있는 의료입니다. 한의약의 분야가 대단히 넓어서 말 그대로 침이나 뜸, 약침 등 의료기술적인 측면과 본초, 방제라는 한약 분야 그리고 오래 전통에서 발현되는 역사 내지는 문화적인 측면까지 대단히 넓은 영역에 걸쳐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인력부족으로 한약재라는 천연물 연구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 분야도 만만치 않지만 제주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선 단순히 청정환경만을 가지고 경쟁하기보다는 명의와 불로초의 다양한 한의약 이야기를 융합하여 치유와 평온이라는 가치를 확산시키면 어떨까 합니다. 여력이 되는대로 이쪽 분야도 연구할 생각입니다.
◇박혜진> 앞으로의 계획은요?
◆송민호> 도내에는 의료 관련 연구 기반이 얇아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도외 연구 기관과 협력이 필수입니다. 특히 한의약과 양의학을 모두 전공한 연구자와의 연결이 매우 간절한데요.
최근에는 다양한 이력을 지닌 젊은 한의사 연구자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들과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연구 협력 체계를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계획대로 잘 된다면 저희 연구원이 의료분야 연구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기회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