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이 추모다"…중학교 교사 사망 추모 '검은 물결'

"진상규명이 추모다"…중학교 교사 사망 추모 '검은 물결'

제주 모 중학교 사망교사 추모제…"왜 여전히 교사는 민원 최전선에 있어야 하나"

지난 22일 숨진 A 교사 추모 문화제. 고상현 기자지난 22일 숨진 A 교사 추모 문화제. 고상현 기자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편안하게 지내기를 바랄게."
 
30일 오후 6시부터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열린 중학교 사망교사 추모 집회에서 동료 교사가 추모사를 끝맺으며 울먹이며 말했다. 생전 제자와 동료에게 따뜻했던 A 교사의 얘기에 장내는 울음바다로 변했다. 재작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제주에서 슬픔에 가득 찬 '검은 물결'이 일었다.
 
이날 도내 각 학교 교직원과 A 교사의 제자 등 700여 명이 검은 옷차림에 저마다 손에는 '우리가 서로를 지킵시다' '진상규명이 추모다!'라고 적힌 종이피켓을 들고 A 교사를 추모했다.
 
A 교사와 20년 가까이 함께 일한 동료 교사는 "내가 학생과 학부모 때문에 힘들다고 하면 옆에서 위로해주고, 학교 업무로 힘들어하면 도와줄 일 없냐고 챙겨줬던 선생님. 내게는 이렇게 힘이 돼줬는데, 나는 해준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하고 가슴 아프다"고 말한 뒤 오열했다.
 
"힘들거나 도와줄 일이 있냐고 물어보면 없다고 하면서 제가 다 할 수 있다고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던 모습에 '잘하고 있나' 보다 생각하면서 지나가 버린 시간이 너무 후회된다. 지금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토로했다.
 
눈물바다로 변한 추모제. 고상현 기자눈물바다로 변한 추모제. 고상현 기자
동료 교사들과 교원단체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재작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보호 제도가 갖춰졌지만,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한탄했다. 추모제 현장에서는 무기력감도 엿보였다.
 
김수연 제주교사노조 정책실장은 "2년 전 우리는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지금, 여기 제주에서 같은 이유로 또 한 명의 교사가 우리 곁을 떠났다. 도대체 무엇이 바뀌었나. 왜 여전히 교사들은 민원 대응의 최전선에 홀로 서있어야만 하느냐"고 탄식했다.
 
유홍열 좋은교사운동 제주모임 대표는 "고인이 되신 선생님은 학생을 위한 진심 어린 지도가 오히려 민원의 대상이 돼 극심한 스트레스와 고통 속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셨다. 서이초 사건 이후 민원대응시스템 관련 지침과 규정이 만들어졌지만, 이번에 그 지침은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A 교사 추모제 모습. 고상현 기자A 교사 추모제 모습. 고상현 기자
A 교사의 유가족은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순직 인정을 요구했다.
 
유가족 대표는 "죽음을 선택해야만 했던 모든 사정을 밝히고 선생님의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 어린 자녀들과 남은 유족이 위안 삼을 수 있도록 순직 인정과 그에 따른 처벌이 있을 수 있도록 전 사회가 동참해 달라. 또 학생 인권과 교권이 공존할 수 있게 시스템을 개선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추모제에서는 '우리는 기억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A 교사 추모시도 울려 퍼졌다. '당신이 만들려고 했던 행복한 교실 / 당신이 꿈꾸던 안전한 교실 / … /두려움 없이 가르칠 수 있는 학교 / 교사가 사람답게 존중받는 현장 / 그 첫걸음을 / 오늘, 당신의 이름으로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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