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완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장◇박혜진> 제주지역의 유일한 역사문화 연구의 중심기관으로 지역문화 연구센터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인데요. 그동안 학술지 '탐라문화'를 통해 제주에 대한 연구를 세상을 알리는 중요한 창구 역할을 해왔는데요. 탐라문화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는 제주대학교 김치완 교수 모시고 얘기 들어봅니다. 탐라문화연구원에 대해 자세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치완> 탐라문화연구원은 1967년에 제주대학교의 대표적인 연구기관으로 출범하였습니다. 출범 당시에는 제주도문제연구소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설립 당시 목적은 제주 지역의 역사, 문화, 사회, 교육, 환경에 대한 기본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연구 및 분야간 협동연구였습니다. 1975년에 제주도문화연구소로 이름을 바꾸었고, 1976년에 탐라문화연구소로 이름을 바꾸었다가, 2014년에 확대 개편하면서 탐라문화연구원으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이후 제주4.3연구센터를 비롯해 7개 연구센터를 설치하였습니다. 2019년에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소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연구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2023년 12월에는 난민연구네트워크가 출범하면서 사무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2024년 12월에는 법무부 이민자 사회통합프로그램 운영기관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박혜진> 탐라문화연구원이 쌓아온 성과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개해 주시죠.
◆김치완> 우선, 제주지역 유일의 거점국립대학교의 대표연구기관으로서 제주학을 정립해온 것을 손꼽을 수 있겠습니다. 제주대학교에서 최초로 등재후보학술지를 거쳐 등재학술지로 선정되는 성과를 내었습니다.
2019년에는 제주학을 바탕으로 '난민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연구하는 주제로 인문사회연구소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을 수행하면서 연간 8회 이상 국내외 연구기관과 업무협정을 체결하고 있고, 연간 4회 이상 국내외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업무협정 체결과 학술대회 공동 개최 기관은 학회, 연구기관, 산업체, 지자체 등을 망라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연구성과를 모은 연구총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특히 1단계 마무리 시점에서 발간한 주제로 본 탐라국사는 절판되어 재출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난민연구네트워크 사무국, 법무부 이민자 사회통합프로그램 운영기관 지정 등도 성과로 손꼽을 수 있겠습니다.
◇박혜진> 제주학의 활성화를 위해서 어떤 역할이 더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김치완> 제주학의 활성화는 우리의 장점과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신화의 섬','세계 평화의 수도', '유네스코자연유산'등 자랑스러운 제주를 가리키는 수식어가 많습니다. 그런데 정작 일제 강점기 전후, 산업화 시기의 제주 자료조차도 DB 구축이 이루어지지 않은 실정입니다.
탐라문화연구원은 제주근현대자료 DB구축 및 운영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제 강점기와 근현대 학교 설립 관련 자료와 광복 후 도일 관련 자료, 그리고 국내는 물론, 일본과 대만에 산재해있는 근현대 자료를 수집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DB구축 사업을 계속해나갈 것입니다.
마을지와 도지, 정부와 지자체 간행물, 개인 소장 자료 등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수집 구축된 자료와 DB를 활용한 연구가 활성화되어야 하고, 연구성과가 도민에게 확산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당면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3년에는 2010년대 이후로 꾸준히 증가해온 제주 순유입율이 줄어드는 위기를 맞이하였습니다. 핫플레이스로 주목받았던 제주가 이제는 지방소멸과 인구소멸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지난 십여년 이상 이주의 섬이었던 제주에 어떤 기대가 있었는지, 그것에 얼마나 제대로 응답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연구하고, 그 성과를 공유해야 합니다. 제주학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러한 활동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박혜진> 탐라역사문화권이 주로 해양에서 이뤄지다보니 해양문화에 대한 조명이 이뤄지고 있죠. 이에 따른 문화적 교류도 중요해 보이는데 현재 어떤 상황인가요?
◆김치완> 탐라문화연구원에서는 제주 정체성을 찾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광복 후 산업화시기를 거치면서 관광산업으로 제주산업방향이 설정되면서 삼다도나 삼무도라고 하는 것이 제주 정체성으로 자리잡은 데 대한 반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해민정신이라고 하는 것이 사회학분야에서 주요하게 연구되고 제안되기도 했습니다. 국내사료는 물론, 해외사료에서도 제주도민은 뛰어난 항해술로 평가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되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인접해 있는 해양도서국가인 일본과의 차별성 확보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후속연구가 지속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탐라문화연구원에서는 2000년대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사람, 상품,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국제자유도시'라는 슬로건에 걸맞는 해양문화와 교류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했습니다.
그래서 쿠로시오 해류를 통한 동아시아 해양문화의 교류에 관한 연구에 집중하기도 하고,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활성화된 ᄌᆞᆷ녀의 바깥물질, 곧 해외진출에 대한 연구에도 집중하였습니다.
현재 이러한 연구는 역사, 문화적인 부분에 집중되고 있습니다만, 쿰다 인문학과 쿰다 거버넌스와 같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교류 협력이 필요하다는 연구로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김치완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장 ◇박혜진> 탐라문화연구원을 통해서 젊은 연구자들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한 사명일텐데 대학생이나 청년들이 제주문화에 대해서 어느정도 관심을 보이는지도 궁금합니다.
◆김치완> 요즘 청년들은 예전과는 달리 다양한 관점에서 제주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심을 진로와 연결시키기에는 연구 인프라 구축 및 사회적 인식 전환, 그에 따른 산업구조 재편 등과 같은 많은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연구와 교육인프라 문제만 하더라도 재정문제가 가장 큽니다. 연구사업을 수행하는 데는 연구 및 사업 수행 인력이 필요한데, 대학 재정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재정지원연구사업에 지원해서 연구의 지속가능성과 확산가능성을 확보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이지만, 각종 재정지원연구사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 또한 학문후속세대 양성입니다.
탐라문화연구원에서는 학부에서 석사과정, 박사과정, 그리고 박사학위 취득 후에 이르기까지 학문후속세대 맞춤형 교육 및 연구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4년 국립대학육성사업에서도 <제주학의 재조명: 재학생 지역학 교육프로그램 사업>과 <탐라문화의 대중적 확산을 통한 인문학 강의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사업>을 통해서 학부 및 대학원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지역학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였습니다.
실무를 맡은 연구원 선생님께서 잘 설계하고 운영해주신 덕분에 재학생과 지역민 모두가 특강, 도내외 답사 등에 만족하고, 관련 프로그램의 계속 운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박혜진> 탐라문화연구원에서 다문화에 대한 관심도 많으시죠. 사회적 역할도 많이 하시는 것 같은데 어떤 취지에서 하시는 건가요?
◆김치완> 조선시대 제주는 고립된 섬, 절해고도의 유배지로 인식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영향력 있는 유배인과 관료의 제주 유입이 많았습니다.
탐라왕국의 전모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류큐왕국이었던 오키나와의 해상 활동을 토대로 하면 이미 오래전부터 활발한 해상교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제주로 이주해오는 이른바 제주행 이주로 국한하더라도 이렇게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제주에서 육지로, 또는 해외로 이주해가는 제주발 이주도 그에 못지 않습니다. 따라서 제주문화는 그동안 문제가 되었던 궨당 등과 같은 도민 중심의 문화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 교류를 통해 지금과 같은 문화자산을 갖게 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재일제주인의 사례만 하더라도 그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예멘 난민 연구를 시작한 동기도 예멘 난민이 재일제주인과 같은 처지라는 관점 때문이었습니다.
난민 심사 과정을 거쳐 예멘 난민은 제주를 떠났습니다만, 그 빈 자리를 일제 강점기에 도일한 재일제주인과 같은 처지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이들을 인구소멸과 지방소멸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는 재일제주인의 경험이 거울이 됩니다.
재일제주인 가운데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분들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이들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향후 이주노동자를 포함한'이주의 네트워크와 귀환'에 관한 연구를 확대해나갈 예정입니다.
김치완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장◇박혜진> 탐라문화연구원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요?
◆김치완> 현재 탐라문화연구원은 제주지역의 현안 문제 전반을 연구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역학으로서 제주학에는 제주의 인문, 사회만이 아니라 해양을 포함한 자연환경, 그리고 지속가능한 산업을 위한 연구가 포섭되고, 융복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인문계열 부원장 한 분만 모시고 있습니다만, 자연계열 부원장 한 분을 더 모실 계획입니다. 출범 당시에 그러했듯이, 제주학 관련 각 분과 연구를 통섭하는 연구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학술 연구 기관으로서만이 아니라, 제주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확산하는 데 이바지하는 차원에서 도민 여러분과의 소통 기회를 확대할 것입니다. 몇십 년이 지나면 지금 제주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청취자 여러분이 탐라문화연구원의 연구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박혜진> 방송듣고 있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요.
◆김치완> 도민 여러분의 성원으로 키워주신 제주대학교의 대표연구소로서 도민 여러분의 삶이 행복해질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연구하고 연구성과를 토대로 한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제안하겠습니다.
탐라문화연구원은 탐라문화의 지속가능성을 연구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도민 여러분의 삶이야말로 연구 목적이자 대상이 됩니다. 인문학의 위기, 기후 위기, 생태 위기, 민주주의 위기 등 도민 여러분의 삶을 위기로 몰아가는 오늘날의 상황을 학계에서는 다중위기라고 정의합니다.
이러한 다중위기 시대에 도민을 위해 무엇이 선결되어야 하고, 무엇을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해 열심히 연구하고 제안하겠습니다. 도민 여러분, 청취자 여러분께서도 지금까지 그렇게 해주셨던 것처럼 탐라문화연구원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