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1명이 환전소에서 현금을 중국 계좌로 환전하는 모습. 제주서부경찰서 제공8억4000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강제로 빼앗은 중국인 일당이 경찰에 구속됐다.
제주서부경찰서는 특수강도 혐의로 중국인 40대 남성 A씨 등 6명을 붙잡았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19일 법원은 이들 모두에 대해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지난 16일 오전 11시쯤 제주시 한 대형호텔 객실에서 중국인 환전상 30대 여성 B씨에게서 한화 8억4000만 원 상당의 디지털 암호화폐 58만20 USDT(테더)를 빼앗은 혐의다.
수사 결과 이들은 또 다른 중국인 환전상 소개로 알게 된 B씨에게 현금을 가상화폐로 바꿔달라며 접근했다. B씨는 이들과의 거래를 위해 암호화폐 소유자 2명의 중개 역할을 해줬다.
지난 13일과 14일에 걸쳐 차례대로 무사증(무비자)으로 입도한 이들은 제주에서 환전 등의 방식으로 현금 10억 원을 마련했다. 5만 원짜리 묶음(2500만 원) 40개가 든 돈 가방이다.
이들은 당초 '10억 원의 현금다발'을 편취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경찰은 설명하고 있다. 현금다발을 보여주며 안심시킨 뒤 가상화폐를 받으면 다른 가상화폐 지갑으로 빼돌리는 식이다.
실제로 호텔 객실에서 A씨가 10억 원의 현금다발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뒤 B씨를 통해 일정량의 가상화폐를 받았다. 7차례 걸쳐 8억4000만 원 상당의 USDT를 받자마자 돌변했다.
제주서부경찰서. 고상현 기자A씨가 갑자기 자신의 가상화폐 지갑에서 이체 받은 암호화폐가 모두 사라졌다며 사기라고 따지고 든 것. 급기야 A씨는 일행과 함께 B씨를 때리고 10억 원이 든 가방을 다시 빼앗았다.
이후 다른 일행들이 호텔에서 현금을 나눠 챙긴 채 뿔뿔이 흩어져 도주했다.
B씨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사건 당일인 16일 오후 호텔에서 A씨 등 2명을 긴급체포했다. 나머지 피의자 4명도 제주공항 3층 출국장 또는 도내 한 환전소에서 차례대로 검거됐다.
경찰은 이들을 검거할 때 가지고 있던 3억여 원을 압수했고, 나머지 현금의 행방도 추적하고 있다. 아울러 A씨 일당이 빼돌린 8억4000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 지갑 주소도 확인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에게서 가상화폐를 받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 일당이 범행 당시 자신들의 가상화폐 지갑에 실시간으로 피해자 가상화폐를 이체한 내역을 확인해 이들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가상화폐를 이체하려면 지갑 비밀번호를 알아야 한다. 이들이 빼돌린 가상화폐가 들어있는 지갑의 경우 이전에도 사용한 적 있는 피의자들 소유의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