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가르트병, 제 인생의 걸림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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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가르트병, 제 인생의 걸림돌 아니에요"

핵심요약

삶이 아름다운 크리스천을 만나는 시간, 로드인터뷰 사람꽃. 오늘은 신년 특집으로, 특별한 초대의 시간으로 준비했습니다. 시력 장애를 갖고 있지만 세상과 맞서면서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 서민석 청년을 제주CBS 김영미 PD가 만나봅니다.

<로드인터뷰_사람꽃>전주대광교회 서민석 청년, 제주동부교회 서원득 집사
서민석 청년.."세상에 또 다른 위로를 주는 사람이 되고파"
연기공부 중, 장애를 극복하는 모습 보여주고 싶어
"다른 분들도 본인의 불편함을 얘기할 수 있는 용기가 있기를"
"장애를 가진 분들을 돕는 단체를 만들고 싶다"
"하나님이 저를 이렇게 만든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라 믿어"

서민석.■ 방송 : CBS 라디오 <로드인터뷰_사람꽃>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 방송일시 : 2025년 1월 4일(토) 오후 5시 30분
■ 대담자  : 제주동부교회 서원득 집사, 서민석 청년

◆김영미> 현재 전주에 살고 있는 걸로 아는데요. 오늘 아버지인 제주동부교회 서원득 집사님과 함께 왔어요. 교회는 어디를 다니고 있습니까.

◇서민석> 전주의 대광교회 다닙니다.

◆김영미> 현재 민석 청년은 스타가르트병을 앓고 있어서 시력장애를 갖고 있는데요. 스타가르트병이란 게 어떤 겁니까.

◇서원득>스타가르트병은 유전성 망막 변성질환으로 중심 시력저하를 초래하는 질환 입니다

◆김영미> 그럼 민석 청년은 자신이 언제 시력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까.

◇서민석> 안경은 어릴 때부터 썼는데요. 초등학교 2학년 때, 안경을 썼는데도 잘 보이지 않아서 안경에 문제가 있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안경에는 이상이 없었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는데, 그 검사가 길어지더라고요. 검사 후에 의사 선생님과 부모님이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심상치 않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뭔지는 몰랐지만 그때 느꼈던 두려움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김영미> 부모님은 정확한 병명을 알았나요.

◇서원득> 그때까지 아들이 어떤 병을 갖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민석이와 배드민턴을 치는데 셔틀콕을 맞추지 못하더라고요. 그때 이상하다는 걸 알았고, 병원을 통해 병명은 들었지만 아들한테는 19살 때까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김영미> 지금이 21살인데, 민석 청년은 처음 알았을 때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서민석> 그냥 많이 혼란스러웠던 것 같아요. 인정하기도 싫고. 왜 나한테 이런 병이 생겼을까 하는 마음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겁도 나고요.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지, 세상이 어떻게 나를 볼지에 대해서도 겁도 먹었습니다. 예민해지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김영미> 힘들어하는 아들을 보며 아버님의 마음은 어땠습니까.

◇서원득> 병명을 알았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죠. 솔직히 제 눈을 이식해 줄 수 있는 방법도 찾아봤을 정도입니다. 아들의 장애를 알고 나서는 아내와 매일 울었던 것 같습니다.

◆김영미> 하지만 서민석 청년은 농구선수를 하고 싶어서 농구도 열심히 했다고 들었어요.

◇서민석> 비장애인도 운동은 힘들 텐데요. 저는 장애를 갖고 있어서 운동부 생활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볼 캐치는 물론이고 기본적인 것에서 실수가 많다 보니까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도 길어졌고요. 선배인데도 불구하고 후배들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리게 되니까 이런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육체적으로 힘든 건 이겨낼 수 있었는데,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거죠.  그래서 결국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농구시합 전 몸푸는 모습. 서원득 집사 제공.농구시합 전 몸푸는 모습. 서원득 집사 제공.
◆김영미> 시력이 어느 정도일까요.  

◇서민석> 정확히 설명하기가 어려운데요. 어디에 누가 있는지, 뭐가 있는지는 거리에 따라서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멀리 있는 것들은 아예 볼 수 없고요. 식당의 메뉴들도 보기 힘듭니다. 안경을 써도 안 되는 거라 뚜렷한 세상은 아닌 거죠.    

◆김영미> 서민석 청년을 보면 잘 생기고 멋진데, 장애를 갖고 있어서 본인이 하고 싶은 걸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부모님의 마음이 너무 아팠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겨내셨습니까.

◇서원득> 다 기도의 힘입니다. 하나님이 우리 가정에 안 계셨으면 진짜 상상도 못 할 정도의 상황이었을 거란 생각도 합니다. 지금 이렇게 웃으면서 방송을 한다는 건 꿈도 못 꿨겠죠. 그래서 장애를 가진 아들이 있지만 저희 가족은 하나님 안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김영미> 서민석 청년은 교회를 언제부터 다녔습니까.

◇서민석> 어릴 때는 부모님 따라다녔지만 운동부 생활을 하면서 저의 눈 때문에 겪었던 상처들이 교회에 대한 반감이 생기게 하더라고요. 왜 나한테 이런 고통을 주셨을까 하는 원망 때문에 중학교 때는 아예 교회를 안 갔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 다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한 병명은 몰랐지만 제 눈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정확한 병명을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병을 알면 제가 정말 장애를 가진 사람이 되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 와중에 부모님한테 등 떠밀려 교회로 다시 나왔지만 교회를 다니다 보니까 교회 안에는 저보다 더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근데 그분들은 하나님을 의지하고 하나님한테 기도를 하더라고요.
 
저는 힘들 때 그분을 원망하고 탓하기 바빴는데, 이분들은 하나님한테 의지하고 기도하는 모습이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엄청 궁금해졌습니다. 저렇게까지 의지하고 기도하면 뭐가 변하나 싶어 계속 다니게 됐고요. 하나님을 진정으로 만나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습니다.

교회 청년부 전도활동 모습. 서원득 집사 제공. 교회 청년부 전도활동 모습. 서원득 집사 제공. 
◆김영미> 교회를 열심히 다니면서 마음의 위안도 많이 받았겠네요.

◇서민석> 하나님이 이렇게 저를 만든 이유가 있다고 항상 말씀들을 하셨습니다. '이렇게 너를 만드신 이유가 너를 어디에 쓰기 위해서다,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라'는 말씀들이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그런 말씀들을 생각하다가 정말 이 장애로 인해서 제가 세상에 또 다른 위로를 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것들을 알게 되니까 목사님 말씀에 더 귀 기울이게 되더라고요.
 
◆김영미> 지금 연기를 배우고 있다면서요.  

◇서민석> 매체 연기를 배우고 있는데요. 어려움은 많습니다. 일단 대본의 글씨 크기도 학원에 따로 말씀드려서 키워야 하고요. 이 병을 갖고 있으면 사시도 조금 생기거든요. 제가 원하는 시선의 방향이 나오지 않아서 혼자 삼각대 사서 카메라 세워놓고 가운데를 보는 연습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많이 좋아졌는데요.
 
이렇게 힘들어도 저는 연기가 좋습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볼 수도 있고, 그 사람의 입장이 돼서 그 사람의 감정을 표현해 보는 게 너무 재밌더라고요, 배운 지 7개월 정도 됐습니다.

◆김영미> 연기자로서의 꿈이 궁금합니다.

◇서민석> 저의 최종 꿈은 제가 스스로 장애를 극복해서 아무렇지 않게 연기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겁니다. 또 저의 그런 모습을 보고 저 같은 상황에 처하신 분들이 저를 원동력 삼아 스스로 발전시키고 성장해 나가면 좋겠고요. 서로 에너지를 주고 자극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대본 연습 모습. 서원득 집사 제공. 대본 연습 모습. 서원득 집사 제공. ◆김영미> 주변에 장애를 가진 또래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서민석> 저도 아직 제 장애를 100% 받아들이지 못해서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어떤 말을 해주면 서로 힘이 될까 생각을 항상 하는데요. 제가 스스로에게 많이 하는 말을 들려주고 싶어요. '용기를 내라'고요.

영화를 보면 슈퍼 히어로들이 악당들로부터 지구를 지켜내는 엄청난 힘을 보여주는 데요. 그런 거 말고 스스로 '저는 이런 점이 불편한 사람입니다'라고 솔직하게 밝히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저도 어렵지만, 제가 스스로 떳떳하고 사람들한테 알려줘야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을 도와주고 서로 이해하면서 같이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부끄러워하고 망설이면 제가 말하기 전까지 모를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오해가 되기도 하고, 상대방이 실수해서 저 혼자 상처받는 상황을 본인이 만들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어렵겠지만 조금씩 본인의 불편함도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김영미> 요즘 교회 다니는 청년들의 고민은 뭔가요.

◇서민석> 저도 성인이 된 지 얼마 안 됐지만 세상에 즐길거리가 너무 많아요. 교회는 가야 하는데, 놀고 싶은 마음은 크죠. 그 가운데 서 있는 게 청년 시절인 것 같습니다. 저도 부족한 점이 많은데요. 설교도 궁금한 게 아니면 귀를 닫게 되고 찬양이 나오면 집중을 안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열심히 하나님을 만나길 소망하며 믿음 생활하고 있습니다.

◆김영미> 아버지 입장으로 자녀에 대한 신앙을 보면서 어떤 얘길 하고 싶습니까.

◇서원득> 지금 청년이잖아요.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진짜 힘들 때 무릎 꿇고 기도하는 청년이 되길 바랍니다. 장애라는 아픔도 있지만 그걸 잘 이겨내서 복음 전파하는 데 앞장서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이 또한 하나님한테 감사 기도를 드릴 수 있는 아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영미> 서민석 청년은 올해 어떤 소망을 갖고 있습니까.

◇서민석> 큰 건 아니고요. 제가 하나님 곁으로 한 발짝 더 갈 수 있는 그런 시간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앞으로 길게 봐서는 저처럼 장애 가진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관련 단체도 기회가 되면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만들고 싶습니다.
 
물질적인 도움 말고, 저희가 갖고 있는 장점들을 사람들과 나누고 장애를 가진 분들이 자기에게 맞는 걸 찾아서 꿈을 갖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단체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어릴 때부터 했던 것 같습니다. 혼자 이겨내기가 무거우니까 힘이 돼 주고 싶습니다.  

◆김영미> 늘 기도해 주는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서민석> 제가 장애를 갖고 난 뒤로 더 예민하게 행동하고 진짜 별것 아닌 일에도 짜증을 정말 많이 냈어요. 일단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고요. 부모님한테 막 대놓고 원망한다고 한 적도 있고 또 동생도 자기 시간이 필요할 거고 자기 해야 할 게 있는데 제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자꾸 '내 것부터 해줘' 하면서 짜증도 내고 많이 그랬는데, 한 번도 미안하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부모님과 동생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고요.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김영미>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응원의 말 한마디 해 줄 수 있을까요.

◇서민석> 저도 정말 힘이 많이 났던 말인데, '힘든 상황 속에서 뭘 더 잘하려고 하는 것보다 버티고 있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고, 버티고 있는 게 이미 자라고 있는 거다'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더라고요. 버텨내지도 못하는데 더 이상 뭘 할 수가 없잖아요.

버텨내고 이겨내야 또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거니까 너무 뭘 자꾸 더 잘하려고 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버티고 있는 스스로를 칭찬해 주고 아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영미> 집사님도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을까요.

◇서원득> 민석이한테 바라는 거는 앞서 말한 것처럼 하나님한테 더 가까이 가서 진짜 복음을 전하는 데 앞장서는 아들이 되어 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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