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 표류 이야기' 정체성에 차별성 입힌 제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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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 표류 이야기' 정체성에 차별성 입힌 제주비엔날레

핵심요약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0~17:30)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제4회 제주비엔날레 총감독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

[시사매거진제주=제4회 제주비엔날레 총감독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
"제4회 제주비엔날레 세계 14개국 87명 참여 도내 5곳서 선보여"
"탐라 왕자 아파기와 제주에 표류한 일본사신 이야기 상상더해 확장"
"제주 독창성·정체성과 자연·종교·문화 등 의제에 대한 새로운 담론 논의"
"탄소 사용량 줄이기 위해 작가들 직접 현장에서 작품 제작 설치"
"제주와 다른나라의 문명사적 공통점·차이점 현대미술 관점으로 접근"
"충분한 전시 준비 확보위해 예산문제 구조적 논의 필요"
"재정 뒷받침과 더불어 조직구성의 전문성도 확보해야"

제4회 제주비엔날레 총감독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제4회 제주비엔날레 총감독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
◇박혜진> 제주도와 제주도립미술관이 주관한 제4회 제주비엔날레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표류'를 주제로 세계14개국 87명의 작가들의 작품이 내년 2월 16일까지 도내 5곳에서 선보이고 있는데요. 이 시간 총감독을 맡은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과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제주비엔날레를 준비한 소감이 어떠신지?
 
◆이종후> 짧은 준비기간과 한정된 예산으로 급박하게 준비했습니다. 작지만 밀도있는 전시를 위해서 숨가쁘게 준비를 했는데요. 힘도 들었지만 나름 재미도 있었습니다. 우선, 국제행사이기에 각국 예술가들과의 소통이 가장 큰 일이었습니다. 
 
소통과 협력을 통해 제주가 가지고 있는 문화자산들을 공감하며 작품에 투영하는 모습들을 거치면서 큰 보람도 느꼈습니다. 예술가들에게 제주의 문화가치가 무척 매력적이고 크다는 점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박혜진> 이번 제주비엔날레 주제가 '아파기 표류기 : 물과 바람과 별의 길'입니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이종후> 아파기라는 이름이 다소 생소할 겁니다. 아파기는 과거 탐라의 왕자였습니다. 아파기표류기는 탐라왕자 아파기의 역사적 일화에서 출발합니다. 기록에 의하면 서기661년 아파기는 당나라와 교역중 우연히 탐라에 표류한 일본사신과 만나게 되는데요. 
 
이 일화에 상상을 더해 가상의 표류기로 확장한 것이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입니다. '아파기'라는 제주의 정체성에 '표류'라는 보편적 의제를 전시의 키워드로 잡아, 물과 바람과 별이 이끄는 항해를 통해 이상향에 도달하는 여정을 그립니다.
 
제주는 예부터 표류가 잦은 섬입니다. 스스로 섬 밖으로 나가기 위해 표류하는 경우도 있고 아파기의 일화나 하멜의 일화처럼 우연히 제주로 흘러 들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수많은 표류들이 우리의 문명사에서 어떻게 융합하고 충돌하며 새롭게 탄생하는지 탐구하는 것이 이번 비엔날레의 핵심입니다.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제주의 독창성과 정체성을 살펴보고 나아가 국제적 맥락안에서 형성되는 자연, 종교, 문화, 정치등 다양한 보편적 의제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박혜진> 제주비엔날레는 제주 지역 최대 미술 행사인데 규모가 상당하다구요?
 
◆이종후> 비엔날레는 2년마다 개최되는 대규모 국제 미술행사입니다. 예산과 규모면에서 당연히 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전시공간이 제주 전 지역에 포진되어 있습니다.
 
제주비엔날레는 주전시와 협력전시로 구성되었습니다. 메인전시는 제주도립미술관, 제주아트플랫폼, 민속자연사박물관, 문화예술공공수장고, 제주국제컨벤션센터까지 제주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협력전시는 제주현대미술관에서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라는 주제로 명화특별전이 있습니다. 
 
제주 시내권에서는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아트플랫폼, 민속자연사박물관을 차례로 관람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남쪽으로 저지문화지구에 제주현대미술관, 문화예술공공수장고, 제주국제컨벤션센터를 묶어서 관람하셔도 되구요. 물론, 공을 들여 전체 전시관을 모두 관람하는 것이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와 기획전반을 촘촘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박혜진> 기존의 제주비엔날레와 어떤 차별화를 두셨다고 볼 수 있는지?
 
◆이종후> 주제와 전시구성, 작가구성에 대한 차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존의 제주비엔날레의 주제도 제주의 정체성을 담은 주제로 일관된 것은 사실입니다. 1회에 투어리즘, 3회에 환경과 생태의 이슈, 이번 비엔날레는 좀더 구체적이고 제주와 밀착된 주제로 접근했습니다. 전시구성에 대해서는 어쩌면 비엔날레의 문법을 살짝 비틀었는데요. 
 
협력전시로 제주현대미술관에서 명화특별전을 함께 개최했습니다. 아무래도 비엔날레가 현대미술의 첨병이기 때문에 다소 난해하고 접근이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도민들을 비롯한 관람객들에게 좀 더 익숙한 명화전을 통해 비엔날레 본전시장으로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작가구성에 대해서는 기존 전통방식의 미술작가들도 많지만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각계의 전문가들도 함께 참여합니다. 또한, 제주의 청정환경의 이미지에 걸맞게 탄소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자 노력했습니다. 
 
비엔날레처럼 대규모 미술행사에는 주로 타국에서 대형작품들이 운송됩니다. 최근 이러한 작업방식에 대한 회의들이 논의되고 있는데요. 작가들이 직접 현장에 와서 일정기간 동안 작품을 제작하고 직접 설치함으로써 탄소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비용절감도 되고요. 그러면서 주제와 탄력있게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게 이번 비엔날레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4회 제주비엔날레 총감독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제4회 제주비엔날레 총감독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박혜진> 이번 비엔날레에 참가하는 제주출신 작가들도 있을텐데 어떤 분들 어떤 작품 볼 수 있는지?
 
◆이종후> 이번 전시에는 제주 작가 비율도 조금 높혔습니다. 주로 표류와 관련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함께 하는데요. 바람의 길을 통한 철새의 이동을 주제로 고길천, 김용주, 이은봉 작가가 있구요, 
 
물의길 에서는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생활사와 문명사를 살펴보는 고광민연구자, 해양쓰레기를 추적해 리서치와 설치작업을 하는 양쿠라 작가, 표류의 미디어적 해석을 담은 부지현작가와 서성봉작가등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기존 전문예술가와 학계의 권위자들이 리서치를 통해 다양한 융합의 예술을 펼칠 예정입니다.
 
◇박혜진> 이번 비엔날레에 참가한 말레이시아 작가들의 행보도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제주해녀를 직접 만나서 표현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죠?
 
◆이종후> 말레이시아 청년예술가팀 '판록술랍'의 작가 여섯명이 대형판화를 통해 제주의 해녀, 초가, 한라산과 오름등 제주의 정체성을 담은 작품을 선보입니다. 이 팀은 지난 2일 제주에 들어와 해녀들을 만나고 제주 곳곳을 다니며 리서치를 하고 나서 작품제작을 했습니다. 
 
 제주의 자연환경과 생태등이 본인들의 고향인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섬과 매우 유사함을 느끼면서 제주의 샤먼이나 다른 전통적인 요소들이 자신들의 고향과 연결된 것 같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인 표류를 기반한 문명사의 궤적을 살펴보는 기획과 맥을 함께하는 흥미로운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박혜진> 이번 비엔날레에서 소개하고 싶은 작품들 몇 개 더 소개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종후> 리서치를 기반한 전문가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제주의 생활사의 전문가인 고광민 선생님의 바구니 기행이 대표적인데요. 수십 년간의 연구와 수집 작업을 바탕으로 바구니가 지닌 문화적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는 작업니다.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제주도로 유입된 말레이시아, 필리핀, 타이완 등 도서 국가의 바구니 문화를 연구하며, 이들이 제주 전통 바구니인 '구덕'과 어떤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지 탐구하는 작업입니다. 바구니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각 지역의 기후, 환경, 생태, 그리고 사회적 관계를 반영한 중요한 민속 오브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밖에 또다른 전시장소인 제주아트플랫폼에서 진행되는 제주작가 부지현 작가의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부지현 작가의 궁극공간이라는 작품은 제주 원도심 제주아트플랫폼에 있는 옛 메가박스의 극장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수증기의 온도, 레이저의 원근감, 소리, 그리고 공간에 깃든 녹녹한 냄새까지 활용해 감각적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몰입형 설치작업입니다. 이러한 연출은 관람객들이 단순히 관람하는 것 이상 표류의 주체로 체험할 수 있는 굉장한 스케일의 작품입니다. 
 
◇박혜진> 제주비엔날레를 잘 즐길 수 있는 비법 소개해 주시죠.
 
◆이종후> 제주비엔날레는 주 전시와 협력전시로 구성되었습니다. 메인전시는 제주도립미술관, 제주아트플랫폼, 민속자연사박물관, 문화예술공공수장고, 제주국제컨벤션센터까지 제주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협력전시는 제주현대미술관에서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라는 주제로 명화특별전이 있습니다. 
 
제주 시내권에서는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아트플랫폼, 민속자연사박물관을 차례로 관람하면 될 것 같습니다. 남쪽으로 저지문화지구에 제주현대미술관, 문화예술공공수장고, 제주국제컨벤션센터를 묶어서 관람하셔도 되구요. 물론, 공을 들여 전체 전시관을 모두 관람하는 것이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와 기획전반을 촘촘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감상의 포인트는 제주와 다른국가간의 표류를 통한 문명사적 공통점과 차이점들을 현대미술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는 인생의 여정에서 다양한 표류를 경험합니다. 표류를 통한 만남은 서로를 성장시키고,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게 되는데요, 아파기의 항해는 이러한 보편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관람객들이 각자의 삶에서 겪는 표류의 순간들을 되새기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제4회 제주비엔날레 총감독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제4회 제주비엔날레 총감독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 
◇박혜진> 그 외에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도 소개해 주시죠.
 
◆이종후> 많은 분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비엔날레'라는 것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참여형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기획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작가와 일반인들이 함께 했던 워크숍니다. 대표적인 게 개막 d-100일에 맞춰 진행했던 임완수 박사의 커뮤니티 매핑 프로그램인데요. 
 
지난 8월 임완수 박사와 모집된 일반 참여자들은 함께 제주 바다의 쓰레기를 줍고, 주운 쓰레기의 데이터를 스마트폰에 입력해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그 지도만 보면, 해류를 통해 흘러 들어온 쓰레기가 어디로 많이 모이는지, 또 어느 나라의 쓰레기가 제주에 많이 오는지 같은 것들을 알 수 있죠. 
 
지금도 많은 분들이 쓰레기를 줍고, 이때 만든 지도에 데이터를 입력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함께 만든 이 지도는,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서 도립미술관에 전시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작가 아구스 누르 아말의 작품도 비슷합니다. 이 작가는 사물에 영혼을 불어넣는 퍼포먼스 예술가인데요. 오브제 시어터라는 형식으로 제작된 이 작가의 작품은 금악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쉽게 말해 아이들이 만든 다양한 형태의 사물 작품을 활용해 작가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물극입니다. 
 
그 외에도 참여 작가와 도내 활동 작가들의 네트워킹 프로그램 '커넥트 제주'와 본전시 주제 '표류'와 관련된 컨퍼런스 등이 전시 기간 내 예정되어 있습니다. 
 
◇박혜진> 이번 제주비엔날레 준비하는데 예산 부족으로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떠셨는지?
 
◆이종후> 솔직히 제주비엔날레가 타 비엔날레에 비해 예산이 현저히 낮습니다. 예산확보와 더불어 충분한 전시준비기간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적인 논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는 매우 알찹니다. 
 
14개국 87명의 작가가 참여했고, 무엇보다 국내외 작가들의 신작 비율이 70%가 넘습니다. 그리고, 비엔날레에 통상 해외 작가들이 현장으로 오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번 제주비엔날레에는 해외 작가의 현장방문이 매우 많았습니다. 제주에 미리 와서 작업을 진행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박혜진> 앞으로 제주비엔날레가 제주에서 지속적으로 열리려면 어떤 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이종후> 전국에 크고 작은 비엔나레가 유행처럼 개최되고 있는데요. 제주 비엔날레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자체의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개최되는 경우도 있고 미술계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시작하는 곳도 있습니다. 
 
제주비엔날레는 후발주자입니다. 작은예산과 규모는 둘째치고 정체성과 차별성에 대한 요구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비엔날레는 글로벌지향의 대형프로젝트입니다. 
 
소위 1세계미술가들의 메타언어와 거대 담론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판도가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글로벌에서 로컬지향의 의제들이 대체되고 있고, 메타 담론들이 조금씩 지역의 구체적인 미시 담론으로 중심이 이동되는 것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작가 주체들도 아시아를 비롯한 소위3세계 국가들이 약직이 눈에 띄고요, 최근에 광주비엔날레를 다녀왔습니다. 주 전시공간보다 아시아 파빌리온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이번 제주비엔날레도 맥을 함께 하는데요. 
 
지역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차별성을 획득하면 제주비엔날레가 성장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해 봅니다. 물론 재정적 뒷받침과 조직구성의 전문성 확보도 지속가능한 제주비엔날레를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한 산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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