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봉 (사)제주어연구소 이사장◇박혜진> 제주어의 소멸 경고등은 켜진 지 오래됐습니다. 제주어의 원형을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초고령층이고 표준어 중심 교육, 매스미디어의 발달 영향으로 제주어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2010년에는 유네스코의 소멸 위기 언어로 분류가 됐습니다. 이런 위기 속에서 제주어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오늘은 사단법인 제주어연구소 강영봉 이사장 스튜디오 모셨습니다. 이사장님 사단법인 제주어연구소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강영봉> 2016년 8월5일 문을 연 제주어연구소는 어느덧 개소 8돌을 맞이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초등학교 1학년 정도밖에는 안 됩니다. 제주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고 이것을 일반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일을 하려고 제주어연구소를 열었습니다.
◇박혜진> 제주어 연구를 평생 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강영봉> 보통 국문과에 가면 어학하는 파트가 있고 문학 파트가 있습니다. 또 문학인 경우는 현대문학이냐. 고전문학이냐. 이렇게 셋으로 나눠지는데 저는 이상하게도 어학 점수가 좀 높아요. 그러니까 어학쪽으로 공부를 해야 되겠다 하는 생각으로 책을 많이 봤거든요.
은사님 세 분이 계셨는데 전부 다 방언과 관련된 분들이셔서 자연스럽게 방언 쪽으로 기울어졌고 또 80년대가 되면서 제주대학교에도 대학원이 생겼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하고 나중에는 박사까지 받으면서 제주어를 공부하게 됐죠. 은사님의 은혜를 아주 많이 입었고 그분들의 영향으로 방언을 연구하게 됐습니다.
◇박혜진> 타지역에 거주하는 제주분들도 대외적으로 만나는 분들에게는 표준어를 사용하지만 도민들을 만났을 때는 자연스럽게 제주어가 나오잖아요.
◆강영봉> 제가 생각한 것 중 하나가 이중언어 생활을 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겁니다. 공적 생활을 할 때는 표준어를 쓰고 집안이나 사회생활을 할 때는 제주어를 써도 괜찮겠다라고 하는 거예요. 표준어와 제주어를 쓰면 이것도 이중언어가 되거든요.
저는 이중언어 생활을 통해서 제주어 소멸의 길을 늦출 수 있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박혜진> 제주어가 2010년에 유네스코 소멸위기 언어로 분류가 된 지 14년이 지났습니다. 제주어가 이전보다는 문화적으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다 보니까 익숙해지지 않았나 싶은데 이사장님은 어떻게 진단하고 계세요?
◆강영봉> 제주어에 대한 관심이 14년 전보다는 한결 높아졌다라고 하는 건 틀림없습니다. 또 하나 언어에 대한 태도라고 하는 것이 여성들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습니다. 그 부정적인 견해가 많이 완화된 게 2010년도 이후입니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자녀들은 표준어를 써야 돼라고 하는 비율이 적어졌다라는 거예요. 물론 학교에서도 제주어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제주어 교육도 강화하고 있고 교재도 만들고 있습니다.
2010년도가 고비가 되어서 제주어에 대한 관심은 분명히 상승해 있는 상태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다만 너무 고집스럽게 옛날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은 조금 삼가해야 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사랑'이라는 말을 사용하잖아요. 그런데 옛날 말이 '소랑'이라고 한다고 '사랑'은 쓰지 말고 '소랑'이라고 하자라고 억지로 뒤로 갈 필요는 없다는 얘기죠. 언어라는 것은 변화하는 거니까 그 변화하는 속도에 맞춰주면 되는 거예요.
제가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만일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말이 표준어에 있든 없든 아니면 다른 지역에 있든 없든 우리가 옛날부터 써왔던 거라고 하면 제주어라고 하자라고 하는 말을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어요.
예를 들면 "내일 미깡 딸 건디 놉 다섯은 빌어야 할 건디"란 말 중 '미깡'이 외부에서 들어온 말이긴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사용했기 때문에 저는 써도 괜찮다고 생각을 해요. 다만 자료집에 올릴 때는 좀 문제가 있죠.
이걸 표준말로 옮기면 "내일 밀감 딸건데 품꾼 다섯은 빌려야 되겠는데"입니다. '놉'은 제주말로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표준말에 있습니다. 표준말에 있다고 치더라도 우리 조상들이 옛날부터 써왔다라고 하면 제주 말로 받아들여야 된다라는 거예요.
예를 들면 지금 대문이라고 하는 게 표준말 마루문에 해당돼요. 왜냐하면 예전에 삼무(三無)인 것처럼 대문이 없잖아요. 어떤 집이 정문으로서의 대문, 마루문이라고 하는 것이 아파트 주거 환경으로 바뀌니까 현관문을 대문이라고 하지 못하잖아요. 우리도 현관문을 받아들이자는 얘기죠.
그런 의미에서 접근하면 가능한데 일부러 막 뒤로 돌아가자라고 하면 그건 안 되거든요. 언어는 그냥 물 흐르듯 변한 것을 받아들이면 돼요. 다만 우리들이 하고 싶은 내용은 그 변화의 속도를 조금은 늦춰보자 라는 생각입니다.
◇박혜진> 제주어가 많은 관심을 받다 보니 여러 매체에 잘못 표기된 상태로 노출이 되는 경우들이 있는데 표기법에 대한 기준도 정리가 돼 있습니까?
◆강영봉> 제주어 표기법이 제정돼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유네스코에서 보존했으면 좋겠다하는 제주어는 지역 방언으로서의 제주어입니다. 그런데 지금 제정돼 있는 제주어 표기법인 경우 지역 방언과 더불어 사회 방언까지 포함시켜 놨어요. 이 두 가지가 혼합되어 있으니 무척 어려운 거예요.
지금 우리가 보존하고자라고 하는 것은 지역 방언이에요. 사회 방언인 경우는 지금 나와 있는 한글 맞춤법을 준용해버리면 돼요. 그런데 지금 제주어 표기법인 경우 두 개를 다 합쳐 놓으니 헷갈리는 거예요.
또 하나 학자마다 견해 차이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언어 현실에 맞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거죠. 예를 들면 젊은 친구들은 '겨울은 고기를 낚지 못해서" 그런다고요. 그런데 어른들은 "겨울은 고기를 낚으지 못해서"라고 표현해요. '낚지'와 '낚으지'를 혼용해 놓은 게 지금 제주어 표기법이에요. 그래서 어려워진 거예요. 어느 한쪽만 했으면 가능한데 두 개를 다 해 놓으니까 버벅거리게 되는 거죠.
또 하나 문제는 표준의 경우는 맞다 틀리다가 가능해요. 그런데 제주어의 경우는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같다 다르다로 해줘야 되는 거예요. 표기법이 틀렸다 이렇게 할 필요는 없다라고 보고 있는 거예요. 다만 어려움은 있죠. 왜냐하면 입말이기 때문에 글말이 아니잖아요. 입말을 어떻게 표현할 거냐 그건 어렵죠.
◇박혜진> 제주어대사전 편찬하는 사업이 진행이 되고 있는데 원래 계획으로는 올해 마무리가 돼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예산 문제 때문에 진행이 더디다고 들었어요.
◆강영봉> 저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긴 합니다마는 사전을 만드는 게 참 어렵습니다. 95년도에도 관여를 했었고 2009년인 경우는 제가 책임자가 돼서 해봤는데 사실은 여러 사람이 참여하다 보니까 통합하는 게 굉장히 어렵습니다.
또 하나 낱말의 뜻을 표준말로 그냥 가져올 수는 없어요. 그러니까 대응 표준어가 없는 경우 어떻게 할 거냐라고 했을 때 낱말의 뜻풀이가 굉장히 중요해요. 예를 들면 '독궤기 먹으난 막 베지근하다' 이 '베지근하다'를 표준말로 옮길 수가 없어요. '베지근하다'를 어떻게 풀 거냐는 얘기죠. 설명을 하기가 무척 어려워서 저는 '삼겹살을 먹었을 때의 맛과 같다'라고 해놓았어요. 그걸 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거예요.
종이사전을 만드는 건 참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웹사전을 올려놓고 그다음 아주 정제된 상태에서 종이책으로 만들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얘기예요. 현재는 예산이 없으니까 안 된다고 하는 부분은 사실 조금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죠. 정말 사전 만드는 일은 고된 일이거든요. 안 해본 사람은 몰라요.
◇박혜진> 제주어 보존을 위해서 어린이를 위한 교육도 상당히 중요하잖아요. 현재 제주어 교육은 어떻게 보십시까?
◆강영봉> 유네스코에서 소멸위기 언어로 분류하면서 요구한 것이 4가지가 있습니다. 정책적 뒷받침을 해줬으면 좋겠다. 이건 조례로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실천의 문제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외국의 사례를 좀 조사할 필요가 있겠다. 이건 저희들의 몫입니다.
세 번째 학교 교육의 강화입니다. 학교 교육을 강화해서 제주어를 전수했으면 좋겠다 하는 내용입니다. 저는 이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는데 언어는 13살 전후에 완성이 됩니다. 이때가 결국 유치원 또는 초등학교예요.
제주 교육이 강화돼야 된다는 얘기입니다. 교육청에서도 제주어 교재와 동영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다만 학교에서의 활용이 문제예요. 학교에서 능숙하게 제주어를 가르쳐줄 수 있는 교사가 얼마나 있느냐에 문제가 있습니다.
또 하나 지역마다 제주어도 다른 것들이 있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관광 상품인 '옥돔'을 서귀포에서는 '솔라니'라고 합니다. '솔라니'를 알고 있는 선생님이 제주시 학교에 와서 '옥돔'이라 하면 '너 그거 틀렸어'라고 할 수가 있잖아요. 그럴 경우 이걸 어떻게 극복할 거냐는 얘기죠.
선생님들은 이 부분에 대해 '넌 틀렸어'라고 하지 말고 이걸 어떻게 교육할 것이냐 하는 얘기예요. 예를 들면 메밀가루를 전 붙여먹는 떡을 빙떡이라고 하는데 색달리에서는 영빈이라고 해요. 지역마다 다른 것을 다 반영해 줘야 되는 거거든요. 많이 쓰이는 빙떡만 쓰고 남원에서 쓰는 정기떡도 쓰지 말고, 색달에서 말하는 영빈도 쓰지 말아야 된다면 언어의 다양성은 없어지잖아요. 이걸 다 살린다라고 하면 교사들이 이걸 다 알아야 된다라고 하는 거예요.
제 생각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각 학교가 있는 마을의 경로당을 통과하게 하자. 1시간 정도 어르신의 말을 듣고 문장 한 두 개라도 하고 다음 날 와서 발표토록 한다라고 하면 접촉 기회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교육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일상생활의 언어가 되도록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밖에 나오면 그냥 제주말로 하자라고 하는 거죠. 아까 말씀드렸던 이중언어 생활을 강조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