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작성한 공항 폭탄테러 예고 글.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지난달 제주공항에 폭탄 테러와 함께 살인 예고 글을 게시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특히 이 남성은 제주공항뿐만 아니라 김포·김해공항 등 전국 5개 공항을 대상으로 한 폭탄 테러 게시 글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동기는 "경찰이 자신을 붙잡을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었다"였다.
제주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협박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최근 법원은 A씨에 대해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지난달 6일 오후부터 7일 오전 사이 서울시 자택에서 6차례에 걸쳐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제주·김해·대구·인천·김포공항 등 공항 5곳을 대상으로 폭탄 테러와 함께 살인하겠다는 글을 게시한 혐의다. 글 내용은 '이미 폭탄설치 다해놨다. 나오는 인간들 흉기로 죽일 거다'로 동일하다.
당시 잇따른 '이상동기 범죄'로 경찰청장이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 상황이었다. 아울러 온라인상에 흉악범죄 예고 글이 올라오자 경찰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히는 등 불안감이 커진 시점이다.
제주경찰청 제공단시간 안에 전국 공항을 대상으로 한 테러와 살인 예고 글이 연달아 게시되자 이상률 제주경찰청장이 제주공항에서 직접 현장지휘를 하고 경찰특공대를 배치하는 등 전국적으로 300여 명의 경찰력이 배치됐다. 장갑차 등의 장비도 각 공항에 배치돼 막대한 경찰력 낭비가 초래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컴퓨터 관련 전공자로 범행 과정에서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6개의 게시 글 모두 다른 해외 IP를 사용했다. 이와 함께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기도 했다.
일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를 해오며 생활하던 A씨의 범행 동기는 '경찰 수사력 시험'이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내가 추적을 회피하면 경찰이 (나를) 잡을 수 있는지 시험하고 싶었다. 좀 더 많은 관심을 받아야 경찰이 추적을 시작할 것 같아 여러 개의 협박 글을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앞서 경찰은 인터넷 모니터링 과정에서 게시된 지 1시간 된 제주공항 폭탄테러 예고 글을 발견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작성 시간대와 게시 글의 내용에 비춰 전국 5개 공항을 대상으로 한 6개의 게시 글 모두 동일범 소행일 가능성을 고려해 수사를 확대했다. IP 추적을 통해 주거지를 특정했다.
김성훈 사이버범죄수사대장. 고상현 기자당초 잇따른 주거지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 과정에서 A씨는 범행을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이 노트북과 휴대전화 등 압수물 분석결과 등 증거물을 들이밀자, A씨는 범행 일체를 모두 자백했다.
김성훈 사이버수사대장은 "피의자 신병을 확보한 만큼 추가 흉악범죄 예고 글 작성 여부 등을 확인하는 한편, 법리검토를 통해 항공보안법 위반 등 적용 가능한 모든 처벌 규정을 고려하겠다. 막대한 공권력이 낭비된 점을 고려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