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지난 달 23일 제주은행 본점 강의실에서 상장을 희망하는 도내 기업 등을 대상으로 '기업상장(IPO) 클래스' 개강식을 열었다. 제주도 오영훈 제주지사의 주요공약인 상장기업 20개 유치와 육성은 탄탄한 기업들을 제주로 오게 하거나 제대로 키워 제주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다.
코스피, 코스닥 등 주식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상장기업이 되면 내실있는 경영을 할 수 있고 기업 성장은 다시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제주지역 근로자들의 소득이 전국 최하위인 상황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방으로 떠나는 청년들이 해마다 늘고 있는 점은 비상이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국세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연말정산을 신고한 근로자의 1인당 평균 총급여액은 제주가 3419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전국 평균 4024만원보다도 605만원이 적다.
오 지사의 상장기업을 유치하고 육성하겠다는 공약은 바로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제주에 법인을 둔 상장기업은 9곳뿐이다. ㈜카카오와 롯데관광개발(주), ㈜제주항공, ㈜제주은행, ㈜쏘카, 바다로19호선박투자회사 등 6군데 기업은 코스피에 상장돼 있고 제주맥주(주)와 ㈜제주반도체는 코스닥에 올라 있다.
나머지 1곳인 피엔아이컴퍼니는 초기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코넥스에 상장된 상태다.
이처럼 제주지역 상장기업은 국내 전체 상장기업(2300여 개)의 0.3%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일부기업의 경우 제주보다는 수도권에 인력이 몰려 있다.
그렇다면 오영훈 도정 출범 1년이 지난 지금, 상장기업 유치.육성 공약은 지켜지고 있을까.
오영훈 제주지사가 지난 달 27일 민선8기 출범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상장기업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했다. 제주도 오 지사는 지난 달 27일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며 제주에 법인을 둔 10개 기업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해당 기업은 ▲(주)네이처모빌리티 ▲㈜메이크어베러 ▲㈜모노리스 ▲㈜미스터밀크 ▲㈜제농 S&T ▲㈜제우스 ▲㈜제이아이엔시스템 ▲(주)피앤아이컴퍼니 ▲㈜케어식스 ▲유씨엘㈜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제주도로부터 회계자문과 기술평가, 상장 컨설팅 등 상장기업 육성 프로그램을 지원받는 회사들로 올해 안에 상장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다만 이 가운데 3개 기업은 빠르면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쯤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관계자는 3개 기업이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기 위해 증권사와 함께 관련 절차들을 진행하고 있다며 예비심사청구는 상장의 마지막 단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나머지 7개 기업의 경우 오는 2026년까지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고 내년에는 또다른 육성 프로그램 대상 기업을 선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장기업 육성과 더불어 제주도는 수도권 유망 기업 3곳이 본사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에 주소를 둔 기업의 상장 여부는 올해가 지나봐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고 상장기업을 제주로 유치하겠다는 공약도 아직까지는 눈에 띌 만한 성과가 없다.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병행하는 워케이션(Workation)의 선도지역으로 제주를 육성하겠다는 전략도 민선8기 오영훈 도정의 핵심 정책이다.
지난 달 1일 경기도 판교지역에서 '2023 제주 워케이션 설명회'가 열렸다. 제주도 워케이션은 휴양지에서 일한다는 개념으로 젊은층의 업무환경 변화를 주도하고 있고, 특히 창의적으로 일해야 하는 스타트업에선 보편화되는 추세다.
특히 워케이션 방문객은 주말과 휴일은 물론 주중에도 장기적으로 머물고 1회성 소비가 아닌 정기적인 소비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관광상품으로도 훌륭하다.
제주도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오피스 3곳을 운영해 수도권 ICT 기업 등에서 192명이 워케이션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또 서귀포시 복합혁신센터 내에 339㎡ 규모와 제주시 원도심에 395㎡ 규모의 워케이션 공유 오피스가 각각 올해 8월과 9월 조성된다.
지난 달 1일에는 경기도 판교 지역에서 '2023 제주 워케이션 설명회'를 열었는데 33개 기업에서 80여 명이 참여해 인프라와 지원책을 들었다고 한다. 특히 이들 기업 중 9곳이 오는 5일부터 7일까지 제주에서 워케이션 팸투어를 한다.
그러나 워케이션 참여 의향 기업들은 제주도가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주길 주문하고 있다.
수도권 기업 관계자는 제주가 워케이션 최적지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도 오히려 부산이나 강원도에 비해 소극적이라며 부산 등의 경우 1~2년 전부터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제주는 최근에서야 판교지역 설명회를 여는 등 행정의 대응이 뒤처진다는 느낌을 기업들에게 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