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순 목사, 직접 만든 성찬기 나눠

최광순 목사, 직접 만든 성찬기 나눠

  • 2022-07-04 11:19

목회자의 직업에 대한 인식 유연, 40세에 건축일 시작
6개월의 과정을 거쳐 성찬기 완성
1000개 교회 나눔 목표로 시작, 330개 교회에 전달
감귤나무 성찬기 가장 애착, 제주로 보내신 이유 확인

성찬기 제작중인 최광순목사. 최광순목사 제공성찬기 제작중인 최광순목사. 최광순목사 제공목회자들이 물건에 거룩한 욕심을 내는 부분이 있다면 예전에 사용되는 성물일 것이다. 그 중 성찬기는 많은 관심을 갖게 한다.
 
성찬기마다 스토리가 있고, 현장 노동에서 기쁨을 느끼는 성찬기 제작자 최광순 목사를 와산 공방에서 만났다.
 
기독교 예전은 약식(略式)으로 드려지는 경우가 많다. 그 중 성찬예전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러다 본질이 퇴색되는 시대를 목도했다.
 
2년 여 코로나 비대면 예배를 경험하면서 많은 가능성도 보았지만 한계도 분명하게 발견됐다. 가장 난감했던 부분이 성찬 예전이었다.
 
심지어 성찬키트(kit)가 등장하는 일도 있었다. 주님 성결의 기념과 거룩함, 공동체의 일치성을 나타내는 성찬이 멈추다시피 한 시대에, 우리의 신앙적 고백은 한계에 다다르게 되었고, 가정에서 교회에서 주님의 거룩함을 상징하는 성찬 예전 또한 신학적인 요구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
 
이런 성찬 예전이 교회 밖인 삶의 영적 터전에서도 이뤄질 수 있게 된 그 시작점, 성찬기 제작에 관한 얘기를 나눠 본다.
 
◇ 본인 소개를 한다면?
 
◆ 제주에 온 지 5년 째인 목회자다. 주님처럼 비하의 신분으로 오신 모습을 실천 하고자 하나둘씩 내려놓는 훈련을 하는 중이다.
 
안정된 교회도 내려놓고, 교단의 조직도 내려놓고, 자유롭게 목회를 하고 싶어 일을 하기 시작한 지 10년이 됐다. 교회 건축과 일반 건축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선교를 했다.
 
86번의 건축을 통해 한국 교회의 밑바닥을 보게 하셨고, 보이는 건물이 전부가 아닌 영적 갱신을 위한 새로운 물결을 원하고 계심을 알게 되면서 부터 제주에서의 본격적인 사역이 시작됐다.
 
한국 교회 10개 중에 8개 교회가 자립대상 교회라고 한다. 통계적으로 80%는 높은 수치다. 80%는 후원을 받아야만 목회를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후원을 계속 받을 수 있는가' '생활을 책임질 수 있는 교회로 갈 수 있는가' 라는 일반적 결론에 이른다.
 
후자인 경우 한국 교회 20%안에 들 때만 가능한 얘기라 일반 통계학적으로 20% 가능성을 가진다. 일기예보의 경우 20% 비 올 확률은 '그 날은 비가 안 온다'는 말이다. 즉 어렵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목회자의 직업에 대해 굉장히 유연해졌다. 목회자의 다른 직업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다만 다른 이유가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 같다. 작은 교회의 생계를 본인들이 책임질 수 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방관이 밑바닥에 있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은 목회자가 직업을 가지지 않고는 목회를 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40세에 건축 일을 시작했다. 젊은 목회자들이라면 아직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
 
정부에서 직업을 가지려는 사람들에게 얼마든지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다. 후원받지 않으며 당당하게 텐트 메이커가 되어 선교하는 일은 한국교회를 오히려 건강하게 할 수 있는 일이기에 도전을 주고 싶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신자가 또는 가정과 교회가 건강해지고 성결을 유지 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주님을 기억하게 하는 것, 그것을 사명이라 생각한다. 80%의 교회도 충분히 행복하게 하나님 나라의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직접 만든 성물. 최광순 목사 제공직접 만든 성물. 최광순 목사 제공 
◇ 목사님에게 성찬 예전이란?
◆ 성찬은 성결을 말한다. 신부가 신랑을 기다리는 성결의 의미를 넘어 주님이 다시 오실 그때를 고대하는 것이다. 목회자와 성도의 수직 관계가 아닌, 신랑과 신부의 수평적 개념으로 레벨이 높아지는 예전이 성찬이다.
 
◇ 성찬기 제작 과정 설명이 듣고 싶다.
◆ 벌목을 직접 한다. 성찬기 제작 나무로는 편백, 삼나무, 향나무, 유창목, 감귤나무 등이 사용된다. 전체적인 과정은 6개월이 소요된다. 찌고 삶고 성형하고 또 건조하는 과정을 거친 후 어느 정도 준비가 되고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하면 15일 정도 소요된다.
 
◇ 성찬기 나눔에 대해 궁금하다.
◆ 성찬기 나눔은 목적을 갖고 하지는 않았다. 목회자들이 성찬기를 구입하는 것이 교회 재정으로 어렵다는 것을 안다.
 
재정의 여유가 있다 해도 성찬기와 성물 구입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것이 현실이다. '어차피 갖고 싶어도 못 갖게 되는 것을 그냥 나누자' 해서 시작했다.
 
10개 교회 중에 8개 교회가 자립대상 교회고 나무 성찬기를 구입 하지 못한다는 것을 직시하면서 하게 된 것이다. 1,000개 교회 나눔을 목표로 현재 330개 교회에 보내졌다.
감귤나무 잔. 유호영 목사 제공감귤나무 잔. 유호영 목사 제공 
◇ 가장 애착이 가는 성찬기가 있는지?
◆ 제주에서의 감귤나무는 사용할 곳이 없어 화목 난로 연료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 감귤나무를 보면서 '에스겔15장 3절'의 말씀이 떠올랐다. 포도나무를 어디에 쓸 수 있을까, 결국 불에 태워질 뿐인 포도나무와 감귤나무의 처지가 비슷함을 알게 되었다.
 
제주의 상징인 감귤나무가 주님의 거룩함을 상징하는 성찬 잔으로 바뀌어 진다면 상당히 의미가 있을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제주에 보내신 이유를 확인하게 됐다. 그래서 결국 1200평의 감귤나무를 벌목하고 제작하게 됐다.
 
◇ 앞으로의 꿈과 비전이 있다면?
◆ 누구나 올 수 있는 예배 공간을 세우고 싶다. 작업실 하나, 크지 않은 교회, 상처 받은 영혼들이 주님을 만나고 가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싶다.
 
그리고 주님의 거룩한 성만찬을 나눔으로, 거룩한 희망을 품고 회복이 되는 공간을 꿈꾼다.
제작 된 성찬기. 최광순 목사님 제공제작 된 성찬기. 최광순 목사님 제공 
지금 이 세대에 하나님이 원하시는 시대적 부름이 무엇인지, 십자가상의 주님 사랑을 우리는 어떻게 전해야 하는지, 만남을 뒤로 한 채 많은 생각을 했다.
예수님은 대단한 음식으로 성만찬을 하지 않으셨다. 일상에서의 음식인 떡과 포도주, 우리로 말하면 밥과 김치 같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으로, 우리가 쉽게 간과하지 않게 하기 위해 선택하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주님의 살과 피를 기억하는 것은 특정한 시간도 중요하지만, 일상적인 삶에서 주님의 거룩함을 투영하게 하신 것이 아닌가 싶다.
 
와산 공방에서 땀으로 옷이 흠뻑 젖은 최광순 목사의 모습은 예수님의 이야기, 목수의 이야기가 그려지는 한 폭의 성화와 같은 모습이었다.
 
 <기사작성:유호영 목사(제주CBS 목회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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