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주민 살리려 명령거부한 故문형순 경찰서장 흉상 제막

제주 4.3 주민 살리려 명령거부한 故문형순 경찰서장 흉상 제막

2018 올해의 경찰 영웅…1일 제주지방경찰청서 추모 흉상 제막식 열려

고춘언(94)씨가 고 문형순 경찰서장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제주 4.3 당시 ‘빨갱이’로 몰려 억울하게 희생당할 위기에 처한 주민 수백 명을 구한 故 문형순 경찰서장의 추모 흉상 제막식이 1일 열렸다.

당시 문 서장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청년들은 이제는 아흔을 넘겨 몸이 불편하지만, 행사에 참석해 고인의 숭고한 뜻을 기렸다.

이날 오전 제주지방경찰청은 청사 앞에서 ‘2018 올해의 경찰 영웅’으로 선정된 故 문형순 경찰서장 추모흉상 제막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 4.3 단체 관계자, 유가족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공연, 헌화 등이 진행됐다.

특히 4.3 당시 문 서장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구한 고춘언(94‧대정)씨, 강순주(86‧성산)씨가 자리에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고춘언씨는 현재 고령으로 병상에 있지만, 이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나오기도 했다.

고씨는 추모사를 통해 “4.3 당시 군‧경이 무차별적으로 주민들을 총살했지만, 문 서장의 용기 있는 결단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며 “고인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순주(86)씨가 추모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강순주씨도 “당신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가 아니었다면 하늘에 계신 부모님께서 편히 눈을 감지 못했고, 저의 직계가족 22명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존경을 표했다.

1897년 2월 7일 평안남도 안주에서 태어난 故 문형순 서장은 일제강점기 때 만주 일대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광복 후 경찰에 투신했다.

4.3 광풍이 몰아치던 1949년 모슬포경찰서에 근무할 당시 문형순 서장은 모슬포교회 조남수 목사의 자수 선무 활동으로 모은 주민 수천명과 즉결처분을 앞둔 백여명의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모슬포지역 주민들은 문형순 서장과 조남수 목사의 업적을 기려 모슬포 진개동산에 공덕비를 세워 당시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또 1950년 성산포 경찰서장 재임 중에는 군 당국의 예비검속자 총살명령에 대해 ‘부당하므로 불이행’ 한다며 거부해 주민 200명의 목숨을 구했다.

1953년 9월 15일 경찰복을 벗은 그는 제주시내에서 쌀 배급소 직원, 대한극장 매표원으로 일하다 1966년 6월 20일 제주도립병원에서 향년 7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경찰청은 문 서장의 단호한 용기와 결단, 그리고 인권보호라는 경찰정신을 기려 지난 8월 23일 올해의 경찰영웅으로 선정했다.

문 서장의 흉상은 제주도미술협회 부지회장인 성창학 작가가 맡아 제작했다. 흉상(청동)과 좌대(화강석)를 합쳐 2m의 높이로 세워졌다.
제막식 행사 모습. <사진=고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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