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립교향악단 첫 여성지휘자 위촉…최연소 기록도

  • 0
  • 폰트사이즈
    - +
    인쇄
  • 요약

제주도립교향악단 첫 여성지휘자 위촉…최연소 기록도

핵심요약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0~17:30)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박승유 제주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시사매거진제주=박승유 제주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제주만 갖고 있는 문화예술 특성 교향악단이 잘 녹여내겠다"
"해외 교향악단 고유 스타일 지닌반면 우리나라는 평준화된 느낌"
"고유 특색과 스타일 보여주는 제주 교향악단으로 만들고 싶어"
"클래식음악 정서, 상징성 지금 상황에 맞게 통역해 전달하는 것 중요"
"클래식음악 관객들 쉽게 입문하도록 해설음악회 수차례 진행"
"9월 4일 오후 7시30분 제주아트센터에서 취임연주회 개최"

박승유 제주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박승유 제주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박혜진> 제주도를 대표하는 교향악단인 제주도립교향악단에 새로운 지휘자가 위촉됐습니다. 제주 첫 여성지휘자인데다 최연소 기록까지 세운 실력파 지휘자여서 관심을 모으고 있죠. 박승유(37) 제주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와 얘기 나눠봅니다. 제주에 오신지 한달 반 정도 지난 것 같은데 소감이 어떠세요?
 
◆박승유> 두 차례 연주하고 광복절 경축식까지 3번의 공연이 있었는데요. 딱 한 달 정도까지는 제주를 파악하는 데 시간을 보냈던 것 같고요. 이제서야 제주에 살고 있다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얼마 전 한 여름밤의 예술공연에서 첫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연은 어떠셨어요?
 
◆박승유> 유독 이번 여름 더웠잖아요. 7월에 열린 한여름밤의 예술공연도 저녁 공연이었는데도 너무 덥고 습하긴 했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도민들이 공연을 끝까지 보셨고요. 그래서 여름 열기보다 더 뜨거운 도민들의 박수와 환호에 참 감사했습니다.
 
◇박혜진> 박승유 지휘자는 나이도 젊고 여성지휘자로서 상당히 눈에 띕니다. 게다가 굵직한 경험들이 많으세요. 제주에 오시기 전 양주시향, 청주시향오스트리아 빈 국영방송 오케스트라를 시작으로 독일과 영국, 루마니아, 일본 등 각국의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하셨는데 젊은 나이에 이렇게 경험을 쌓기가 쉽지 않은데 놀랍습니다. 그동안의 지휘하셨던 경험에 대해서도 나눠주세요.
 
◆박승유> 젊은 나이라는 게 외국과 한국은 좀 상대적이긴 한데요. 외국에서는 소위 우리가 말하는 젊은 지휘자들에게 세계 인류 악단들을 맡기고 지휘를 하는데요.

사실 저는 귀국하기 전까지는 제가 젊은지 젊은 나이에 비해서 경력이 많은지를 인지하지 못했고요. 저도 어떻게 보면 나이와 편견이 없는 외국에서 활동을 하다보니 기회가 많이 주어졌었던 것 같고 또 그 기회들로 한국에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박혜진> 박승유 지휘자는 원래 첼로를 전공하고 난 뒤 지휘를 공부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휘자의 꿈은 어떻게 갖게 되셨습니까?
 
◆박승유> 제가 중학교 생활을 막 끝내면서 유학길에 오르게 됐는데요. 그때 세운 목표가 연주자에서 음악가로 음악가에서 예술가로 예술가에서 좋은 사람이 되자가 목표였어요.  그때는 잘 모르고 세운 막연한 꿈이긴 했는데 지금도 차근차근 그 목표를 향해서 걸어가는 중이고요. 지휘는 연주자에서 음악가가 되는 길 중에 어떤 게 있을까 생각하다가 선택하게 됐습니다.  

◇박혜진> 어린 시절부터 오스트리아에서 공부하고 생활해 오셨는데 박승유 지휘자에게 오스트리아에서의 시간들이 음악적으로나 삶에서도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에 도움을 줬는지도 궁금한데요.
 
◆박승유> 오스트리아는 아주 오래전부터 음악가들에게 꿈의 도시였잖아요. 좋은 음악가들과 예술에 대한 투자가 더 좋은 음악가들을 부르는 그런 도시였는데요. 덕분에 많은 음악가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빈에 살았을 때는 베토벤이 살았던 집에서 두 블럭 떨어진 곳에서 살기도 했고, 잘츠부르크에서 살 때는 모차르트 생가가 있는 거리에서 살았었어요. 제가 몇백 년 전 떨어진 동떨어진 사람이 아니라 정말 역사 속에서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오스트리아의 예술적인 정서에 동화되는 것도 있었고 그래서 지금까지도 오스트리아가 추구하는 가치를 저도 마음속에 품고 이렇게 계속 살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박혜진> 제주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서기 전 양주시향이나 청주시향, 오스트리아 빈에서 지휘봉을 잡으셨었는데 각 지역마다 특징이 다를 것 같습니다.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주실 수 있나요?
 
◆박승유> 외국 악단들은 특히나 좋은 악단들일수록 고유의 어떤 음색이라든지 스타일들을 다 가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 악단들은 예전에는 수도권을 제외하고 지역 출신의 음악가들이 그 지역의 교향악단에 많이 계셨기 때문에 지역색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근데 지금 같은 경우는 지금의 세대들이 자기 고향과 상관없이 전국의 악단으로 가고 있기도 하고 제주도 마찬가지죠. 지휘자들도 원래는 한 악단에 오래 있었다고 하면 지금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교체되기 때문에 전국의 교향 악단들이 좀 비슷해져 가고 있다고 봐야 될 것 같아요.
 
오히려 평준화된다고 할까요? 오스트리아 빈 같은 경우는 그 나름대로 고유한 색깔이 있고 그렇습니다.
 
◇박혜진> 지휘자가 바뀌면 그런 게 좀 달라질 수 있지 않나요?

◆박승유> 빈이 특히 좀 그런 것으로 유명한데요. 어떤 지휘자가 와도 빈의 색깔을 유지할 수 있고 고수합니다. 그거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지휘자에 따라서 스타일과 모든 게 많이 바뀌는 거죠.  
박승유 제주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박승유 제주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박혜진> 제주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서 교향악단을 어떻게 이끌어 가고 싶은신지?
 
◆박승유>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오케스트라는 그 오케스트라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음색이라든지 고유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악단인데 예를 들어 미슐랭 3스타가 그 음식만을 위해서 여행을 결심하게 되는 레스토랑이잖아요.

그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듣기 위해서 여행을 결심하게 되는 그런 악단이었으면 하고요. 그러려면 도립제주교향악단이 잘할 수 있는 거라든지 제주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 예술을 잘 이해해서 녹여낼 수 있는 그런 악단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박혜진> 지휘자님은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실지도 궁금합니다.
 
◆박승유> 결국 공연장에 사람들이 찾아와 주지 않는다면 또 음악을 이해해 주는 분들이 안 계신다면 시민 복지를 위해서 만든 교향악단이 존재하기가 참 쉽지 않죠. 저는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바라는 것은 언제 어떤 공연에 누가 오더라도 그 공연에 입문이 가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그렇다고 공연 레퍼토리를 쉽게 정한다는 말씀은 아니고 가능하면 해설을 제가 하고 해설 내용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인문적인 내용을 쉽게 풀어내는 거죠.
 
저는 어쨌든 음악은 인간의 사유와 감정, 역사를 담은 또 하나의 언어라고 생각하거든요. 해설을 인문학적인 맥락으로 풀어내면서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고 이야기 확장과 함께 관객들이 경험하게 되는 그런 공연을 하고 싶은 게 제 목표입니다.
 
◇박혜진> 지휘자님이 관객을 위해서 직접 해설도 하시는군요?

◆박승유> 지금까지도 해설음악회를 꽤 많이 진행해 왔고요. 아무래도 음악을 하면서 그 순간에 느끼는 여러 가지 것들이 있거든요. 그 연주회를 통해서 전해드리고 싶은 메시지가 있고요.

아무래도 공연 때 제가 해설을 하게 되면 물론 저는 좀 힘들지만 가슴에 와닿는 얘기들을 직접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제가 해설음악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클래식음악을 어려워하는 도민들을 위해서 클래식 음악과 친해지기 위한 방법이나 조언을 해 주신다면?
 
◆박승유> 관객분들이 준비하실 것은 열린마음 그것뿐일 것 같고요. 사실은 클래식음악과 친해지게 하려면 저는 음악가들이 더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클래식음악이 어려운 거 맞습니다. 시간적으로는 몇 백 년, 위치상으로도 서양의 것이기 때문에 그 문화를 이해한다는 게 당연히 쉽지 않고요.
 
그런데 이 클래식음악을 먼저 어렵다라고 인정하고 나면 혹시 난해한 음악을 만났을 때 포기하지 않으실 텐데 자꾸 클래식음악이 어렵지 않아요라고 간단하게 얘기하니까 그 쉽다고 생각하지 않는 분들이 멀어지는 게 아닌가 그런 걱정을 하는 편이에요.  

어렵긴 한데 인간이라면 보편적으로 느끼는 어떤 감정들과 또 아름다움이 클래식 안에 있기 때문에 오르지 못할 산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다만 몇백 년 전 그때의 정서나 상징성들로 인해서 표현되는 것들을 지금의 상황에 맞게 통역해 주는 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사명감을 가지고 해설을 하려고 하는 것이고요. 그래서 제주 교향악단의 공연에 오셔서 해설과 함께 공연 들으시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박승유 제주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박승유 제주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박혜진> 이번 취임연주회가 9월 4일 열릴 계획인데 어떤 프로그램으로 준비하고 있는지도 소개해주시죠.
 
◆박승유> 체코 작곡가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과 첼로 협주곡 준비하고 있습니다. 드보르작 교향곡 9번은 '신세계로부터'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체코 사람 드보르작이 뉴욕음악원 원장직을 제안받았을 때 미국에 가서 쓴 곡인데요.

당시 19세기 후반에 미국에 있었던 여러 가지 상황들을 이방인으로서 바라보면서 때로 경이로워하기도 하고, 차분하게 설명을 해 주기도 하고 작곡가 자신의 주관적인 감정들이 드러나 있기도 한데요.

드보르작이 지금 저의 상황일 수도 있겠고 또 제주에 계셨던 분들에게는 아름다운 제주 자연과 이 도시에 살아가는 입장에서 전달해 드릴 수 있는 메시지가 꽤 많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첼로 협주곡 역시 미국에서 썼던 곡이고 공연 전체를 하나의 흐름으로 좀 대서사로 이렇게 엮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두 곡을 선곡했습니다.
 
◇박혜진> 특별히 지휘자님께서 관심갖고 있는 제주의 문화적인 부분도 있으실까요?

◆박승유> 저는 미술을 참 좋아하는데요. 제주에 아주 뛰어난 화가들이 모여 살았던 곳들도 있고 곳곳에 아름다운 유적과 자연이 함께 있는 것들을 보면서 참 영감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박혜진> 앞으로의 계획?
 
◆박승유> 좋은 공연하는 게 목표인데 그거는 저의 당연한 의무겠고요. 나아가서는 제주에서만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획들을 통해서 제주 도민분들께는 몇 백년 전에 만들어진 클래식음악으로도 현재를 위로받고 기쁨 또한 현재 진행형으로 누리실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생각합니다.

추천기사

스페셜 그룹

제주 많이본 뉴스

중앙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