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부경찰서. 고상현 기자손님들의 신용카드를 카메라가 달린 특수제작 안경으로 몰래 촬영해 애플페이에 등록한 뒤 온라인 게임에 수백만 원을 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사기 등의 혐의로 주범 40대 남성 A씨 등 5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은 조만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이들은 2022년 1월 말 주유소에서 근무하던 중 손님이 결제를 위해 건넨 신용카드를 카메라가 달린 안경으로 촬영해 자신들의 스마트폰 애플페이에 등록했다. 이렇게 빼낸 카드 정보를 이용해 55차례에 걸쳐 430여만 원을 온라인 게임 결제에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피해자 6명이 "이상한 곳에서 카드가 결제된다"는 진정을 내자 수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피의자인 30대 여성 B씨 등 2명이 제주시내 주유소 2곳에서 범행을 실행했고, A씨 등 3명이 범행을 도왔다.
당시 애플페이 등록·사용 절차는 지금과 달리 비밀번호 입력 없이 카드번호만으로 가능했다. 일당은 이 허점을 노렸다. 특히 주범 A씨는 카메라가 부착된 특수제작 안경을 온라인으로 구입했다. 범행을 위해 주유소 취업을 계획하는 치밀함도 잊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지인 사이로, 일정한 직업 없이 지역을 옮겨 다니며 동거하다 제주에 왔다. 수사 과정에서 A씨 등 2명은 다른 사건으로 다른 지역 교도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여기에 애플사의 회신이 지연되면서 수사가 더뎌졌다.
경찰은 교도소에 직접 찾아가 조사하는 등 수사를 이어왔고, 최근 나머지 피의자 조사도 마쳤다.
경찰 관계자는 "결제 등을 위해 종업원에게 신용카드를 건넬 때는 정보 유출 위험이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