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행정구역 여론조사 항목보니 쪼개기방지법 명분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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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행정구역 여론조사 항목보니 쪼개기방지법 명분싣기?

[이인의 특별한 제주이야기-125화] 멀어지는 제주 기초자치단체 도입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이인의 특별한 제주이야기>
■ 채널 : 표준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 방송일시 : 2025년 8월 7일(목) 오후 5시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CBS 이인 기자

민주당 제주도당, 3개 행정구역 반대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 뒤늦게 공개
제주시를 동제주시와 서제주시로 분할하는 것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
제주도를 3개 기초시로 나누는 것에 대한 질문과는 다른 뉘앙스
도당 위원장인 김한규 국회의원, 제주시 쪼개기 방지법 발의한 장본인
질문 항목부터 뒤늦게 공개한 시점까지 쪼개기 방지 명분싣기 분석도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은 행정구역 분리문제 여론조사로 결정하자 제안
민주당 소속 제주도의원들 절차적 정당성과 수용성 들어 우려의 목소리
오영훈 제주도정도 공론화 과정 거쳐 3개 기초시 확정했다며 사실상 거부
민주당 소속 제주지사·의장·국회의원 다른 목소리에 정부 설득 힘들어져
올해 10월내 주민투표 실시후 내년 지방선거 적용 사실상 물건너가

지난 5월 말 제주시갑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행정구역 분리 관련 여론조사. 민주당 제주도당 제공지난 5월 말 제주시갑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행정구역 분리 관련 여론조사. 민주당 제주도당 제공
◇박혜진>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전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현안들을 분석하는 이인의 특별한 제주이야기, 오늘(7일) 125번째 시간에는 멀어지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얘기한다구요?
 
◆이인> 오영훈 제주지사와 이상봉 도의회 의장, 김한규 국회의원은 모두 민주당 소속인데요. 같은당이면서도 제주형 기초지차단체 도입을 위한 행정구역 분리를 놓고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앙 정부 설득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 적용을 위한 주민투표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박혜진> 어제(6일) 갑작스럽게 여론조사 결과가 하나 공개됐어요? 
 
◆이인> 민주당 제주도당이 6.3 대선을 앞둔 지난 5월 30일과 31일 이틀간 제주도민 3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한 겁니다. 제주시갑과 제주시을, 서귀포시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각각 1000여 명의 유권자에게 물은 것으로,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가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눈길을 끈건 제주형 행정체제개편과 관련한 항목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박혜진> 그래서 뒤늦게 공개가 된 거겠죠? 
 
◆이인> 여론조사가 5월 말에 실시됐으니까 2개월을 훌쩍 넘긴 시점에 공개가 된 건데요. 마침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행정구역 분리를 놓고 각각 다른 목소리가 분출되는 상황인데다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이 행정구역을 2개로 분리할지, 3개로 할지를 여론조사 등 도민 의견수렴을 통해 결정하자고 제안한 지 하룻만에 공개된 것이어서 그 의도는 분명해 보입니다. 
 
◇박혜진> 민주당 제주도당 위원장이 김한규 국회의원이죠?
 
◆이인> 김 의원은 제주시를 동제주시와 서제주시로 쪼개는 것에 반대 입장을 보여 왔는데 김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민주당 제주도당이 뒤늦게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의도는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김한규 국회의원. 제주CBS김한규 국회의원. 제주CBS
◇박혜진> 그럼 실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볼까요?
 
◆이인>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놓고는 찬성하는 도민이 3배나 많았는데요. '시장과 시의원을 선거로 선출하는 행정체제 개편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도민의 60%가 찬성했고 반대는 19.4%에 그쳤습니다. 모름은 20.6%였습니다.
 
◇박혜진> 기초자치단체 도입에는 제주도민들의 찬성률이 높군요. 그럼 행정구역을 분리하는 문제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어땠나요? 
 
◆이인> '제주시를 동제주시와 서제주시로 분할하는 행정구역 조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라구요. 그랬더니 반대가 43.1%로, 찬성 35.9%보다 7.2%p 높았고 모름은 21%였습니다. 그래서 민주당 제주도당은 어제(6일) 보도자료를 내며 제목에 '제주도민 64.1%가 3개 시 행정구역 조정에 반대하거나 모름이라고 답했다'고 표현했습니다. 
 
◇박혜진> 행정구역을 3개로 나누는 것에 제주도민 3명 가운데 2명은 반대하거나 모르고 있다는 얘기군요?
 
◆이인>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저 표현은 잘못된 거죠.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질문이 제주시를 동제주시와 서제주시로 분할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거였지, 제주도를 3개 시로 나누는 게 어떠냐고 물어보진 않았습니다. 
 
◇박혜진>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이인> 그게 그거다라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여론조사라는게 어떻게 물어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서귀포시에 대한 언급없이 제주시를 동제주시와 서제주시로 나누는게 어떠냐고 물어보면 제주시민들 입장에선 제주시만 2개로 쪼개는것에 대한 반감이 생길 수도 있구요. 제주도 전체를 놓고 동제주시와 서제주시, 서귀포시로 분리하는게 어떠냐고 물어보면 균형발전 차원으로 접근하는 도민도 있지 않겠습니까. 물론 여론조사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질문 자체에 의도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박혜진> 김한규 의원이 제주시를 2개로 분리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더욱 그런 의심을 받는 거군요? 
 
◆이인> 김 의원은 평소 기초자치단체 도입에는 찬성하면서도 행정구역은 제주시와 서귀포시로만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굳이 제주시를 2개로 쪼갤 필요가 없다는 건데요. 실제로 김 의원은 일명 '제주시 쪼개기 방지법'까지 발의하며 제주시를 2개로 쪼개는 것이 제주시민들의 생활권이나 통근.통학에 부합하는지, 제주시가 가진 역사성과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진 않을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박혜진> 뒤늦게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가 그래서 더욱 의심을 받는 거네요? 
 
◆이인> 그러니까 김한규 의원이 민주당 제주도당 위원장으로 있는데 2개월 전 실시한 여론조사 항목부터 뒤늦게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까지 특정인의 의도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도의회 제공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도의회 제공◇박혜진> 여기에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이 행정구역 분리를 놓고 도민 의견수렴을 하자고 제안하면서 논란이 커졌어요?
 
◆이인> 지난 5일이죠. 이상봉 의장이 제441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개회사에서 행정구역을 2개로 할지, 3개로 나눌지에 대해 여론조사를 비롯한 도민 의견수렴 절차를 8월 안에 마무리하고 단일안을 정부에 제출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같은 발언에 제주도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자중지란에 빠졌습니다.
 
◇박혜진> 이 의장의 제안에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왜 자중지란에 빠진 거죠? 
 
◆이인> 문제는 민주당 소속 도의원과들도 협의가 안된 발표였다는 점입니다. 동료 의원들은 숙의형 공론화 과정을 거쳐 3개 기초시 도입안을 확정했는데 또다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에 대한 절차적 문제를 비롯해 여론조사를 실시한다고 해도 그 결과를 과연 따를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혜진> 오영훈 제주도정도 이 의장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어요? 
 
◆이인> 어제(6일) 제주도의회 운영위원회에서 의원들의 관련 질의가 잇따랐는데요. 양기철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숙의형 공론화 과정을 거쳐 3개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확정했다며 굳이 주민 수용성이 가장 낮은 단계의 여론조사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말로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 제주도 제공 오영훈 제주도지사. 제주도 제공 ◇박혜진> 제주에서 행정체제개편 문제는 늘 쟁점이었어요?
 
◆이인> 지난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며 4개 시군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되고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을 도지사가 임명하는 행정시장 체제로 바뀌었는데요. 자율적 시정운영은 사라지고 민원 불편은 더욱 커지는 등 제왕적 도지사 폐해만 부각됐습니다. 그래서 역대 도정은 끊임없이 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했고 오영훈 지사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박혜진> 실제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문제를 놓고는 공론화 절차가 진행됐죠? 
 
◆이인>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출범했고 개편 방향에 대한 학술연구와 도민경청회, 도민 여론조사, 도민참여단 숙의토론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쳤습니다. 결국 제주도 행개위는 지난해 1월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고 제주를 동제주시와 서제주시, 서귀포시로 나누는 행정구역안을 최종 권고했습니다. 오영훈 지사는 지난해 2월 이를 받아들였고 주민투표 실시 후 2026년 지방선거 적용이라는 로드맵도 발표됐습니다. 
 
◇박혜진> 제주지사와 도의회 의장, 국회의원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면서도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정부 설득은 더욱 어려워진 분위기에요? 
 
◆이인>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공약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기대감은 커졌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주도와 도의회, 국회의원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주민투표와 관련해 행정구역이 2개인지, 3개인지 단일화된 의견을 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박혜진> 최근의 상황도 더욱 일을 꼬이게 만들었군요? 
 
◆이인> 민주당 제주도당은 뒤늦게 제주시를 2개로 쪼개는 것에 도민들이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이상봉 도의회 의장은 행정구역 분리 문제에 대해 도민 의견수렴을 다시 하자고 하고, 그러나 오영훈 제주도정은 이미 숙의형 공론화 과정까지 거쳤는데 무슨 의견수렴이냐며 거부했습니다. 갈등만 크게 노출되면서 올해 10월 내 주민투표 실시, 내년 지방선거 적용은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푸념이 도민사회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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