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문 장로 "묵묵히 품어주는 큰바위얼굴 같은 삶 원합니다"

이세문 장로 "묵묵히 품어주는 큰바위얼굴 같은 삶 원합니다"

<로드인터뷰_사람꽃>서귀포중앙교회 이세문 장로(새한공조 대표)
"하나님께서 걸음을 지탱"…장애와 고난, 그리고 선교의 길
"큰 바위 얼굴처럼, 묵묵히 삶으로 복음 전하고 싶어"
제주외국인평화공동체, 약자와 타인을 품는 섬김 공동체
"외국인 사역은 시대의 선교적 소명"

이세문 장로.이세문 장로.■ 방송 : CBS 라디오 <로드인터뷰_사람꽃>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 방송일시 : 2025년 7월 12일.19일 (토) 오후 5시 30분
■ 대담자  : 서귀포중앙교회 이세문 장로
 
◆김영미> 올해 2월, 제주외국인평화공동체 상임대표이사로 취임했죠. 마음이 어땠나요.
 
◇이세문> 많이 무거웠습니다. 제주외국인평화공동체는 수익을 내는 기관이 아니라 전적으로 후원과 기도에 의존합니다. 사명감은 컸지만, 운영 전반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도 함께 왔어요. 그럼에도 '하나님께서 보내신 자리라면 감당하게 하시겠지' 하는 믿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김영미> 제주외국인평화공동체는 어떤 기관입니까.
 
◇이세문> 1999년, 외국인 노동자들이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차별받고 의료나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던 시절, 몇몇 기독 청년들이 뜻을 모아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를 세웠습니다. 그 정신이 이어져 지금은 법인 산하 제주 전역에 7개 기관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민자, 난민, 이주여성, 다문화 가정 등 도움이 필요한 외국인들을 통합적으로 지원하고 있어요.
 
◆김영미> 소속 부설기관들은 어떤 역할을 합니까.
 
◇이세문> 서귀포이주민센터, 제주이주민센터,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난민센터, 쉼터(쉴만한 물가), 이주여성상담소, 서귀포시가족지원센터가 있고, 각기 역할이 다릅니다. 법률 상담, 의료 지원, 긴급 보호, 출산·양육 지원, 문화 교류 등 정말 다양해요. 상담만 해도 연간 수천 건이고, 명절에는 음식 나눔과 축제도 함께합니다.
 
◆김영미> 혹시 이 사역을 하며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을까요.
 
◇이세문> 몽골 출신의 여성 통역자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됐는데, 보험이 없어 출산 비용이 천만 원이 넘었어요. 급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서귀포중앙교회의 디딤돌사랑나눔 단체에 도움을 요청했고, 빠르게 협력체계를 가동해서 무사히 출산까지 이어졌습니다. 이후 그분이 "나도 몽골에 돌아가 이런 사역을 하겠다"고 다짐하던 모습이 참 감동이었어요.
 제주다민족문화제에서 수상한 법인산하 기관 우수 사원과 함께. 이세문 장로 제공.제주다민족문화제에서 수상한 법인산하 기관 우수 사원과 함께. 이세문 장로 제공.
◆김영미> 제주에 거주하는 외국인, 얼마나 되나요.
 
◇이세문> 법무부 통계 기준으로는 약 2만 7천 명이지만, 미등록 이주민까지 포함하면 3만 명이 훌쩍 넘습니다. 도심뿐 아니라 농촌, 어촌 곳곳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으면 일상이 돌아가지 않는 상황일 정도로 많이 와 있습니다.
 
◆김영미>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어떤 게 있습니까.
 
◇이세문> 저희의 인력 부족이 가장 큽니다. 이주민 상담은 언어, 문화, 법률을 다 아우르는 고난도 작업인데,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요. 행정적 지원이 늘어나긴 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고, 가장 큰 문제는 '보이지 않는 차별'입니다. 표면적으로는 포용과 공존을 이야기해도, 실제로는 외국인을 위한 공간이나 제도는 제한적이에요.
 
◆김영미> 장로님이 생각하는 이 사역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이세문> 저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국적, 종교, 언어가 달라도, 이들이 '제주에 와서 보호받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것. 그것이 복음의 시작이자, 우리 공동체의 존재 이유입니다.
 
◆김영미> 앞으로의 비전은 어떻게 됩니까.
 
◇이세문> 장기적으로는 제주 외국인 사역 네트워크를 더 체계화하고, 모든 기관이 한 공간에서 협력하는 '외국인 복합지원센터'를 세우는 것이 꿈입니다. 단순한 행정 센터가 아니라, 외국인 이웃들이 머물고, 배우고, 쉴 수 있는 열린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최근 제주도정에서도 이민자 지원 조례가 논의되고 있어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김영미> 그럼 이 사역과 관련해서 지역 사회와 교회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이세문> 외국인을 위한 국내 선교는 결코 부차적인 사역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시대의 중요한 사명입니다. 가까운 이웃을 돌아보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에 더 많은 교회와 성도들이 동참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 일을 함께 감당할 동역자들이 많이 생겨나길 기도합니다. 제주외국인평화공동체 사역에 관심 가져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영미>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건 언제였습니까.
 
◇이세문> 세례를 받을 때였습니다. 그전까지는 교회에 나가는 것이 단순한 습관처럼 여겨졌는데, 세례식 때 말씀을 들으며 '하나님이 나를 이끄셨구나'라는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내가 아프지 않았다면, 제주에 내려오지 않았다면, 신앙을 갖지 못했을지도 모르죠. 아픔 속에서 하나님은 저를 부르셨고, 저는 그 부르심에 응답한 셈입니다.
 
◆김영미> 건강이 어떤 상태였을까요.
 
◇이세문> 최근에 임파선 부종이라고 알게 됐는데요. 지금도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보습제 바르고 압박 스타킹을 신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젊었을 때는 전국 병원을 다녀봐도 원인을 찾기 어려워 고생했고, 기성복을 입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다리가 부어서 힘들었습니다. 지금도 장애등급이 있고,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불편함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병이 오히려 저를 낮추고, 의지할 분은 하나님뿐이라는 걸 알게 했어요. 그래서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제주다민족문화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이세문 장로. 본인 제공. 제주다민족문화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이세문 장로. 본인 제공. 
◆김영미>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볼 때, 특별히 아쉬웠거나 감사했던 일이 있습니까.
 
◇이세문> 사업을 하면서 아쉬움이 참 많았습니다. 특히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 신뢰가 무너지는 일을 겪으면서 '그분이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죠. 때론 후회도 있었고요. 하지만 동시에 감사한 일도 많아요. 지금은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제 사업체에 큰 사건이 있었는데, 그때 서귀포중앙교회 교인들이 와서 함께 기도해 주고, 위로해 주고, 중보해 준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저는 정말 교회 공동체의 사랑과 기도 덕분에 살아왔다고 믿습니다.
 
◆김영미> 어떤 사업을 했고, 현재는 어떤 사업을 하고 있습니까.
 
◇이세문> 처음에는 작은 전파사부터 시작했습니다. 그 후 가전제품 대리점을 운영했는데, 특히 에어컨과 공조기 분야에서 시작했죠. 90년대 초였고, 당시만 해도 에어컨은 고급 제품이라 일반 서민들에겐 접근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대형 유통업체들이 들어오면서 경쟁이 심해졌고, 그 과정에서 가전 전문점을 함께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가전은 정리하고, 새한공조라는 공조기 전문 사업만 집중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김영미> 크리스천 기업인으로서 갖고 있는 신앙적 기준이나 신념이 있을까요.
 
◇이세문> 제가 가장 아쉬웠던 건,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신뢰했다가 실망했던 경험이에요. 거래가 투명하지 못했던 일을 겪고 나서,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죠. 그래서 저는 내 사업이 복음의 도구가 되길 원합니다. 복음을 위해 도움이 필요하다면, 내가 할 수 있는 한 돕겠다, 그게 제 기준입니다.
 
◆김영미> 그렇게 받은 은혜를 나누는 사역을 이어오고 있죠.
 
◇이세문> 네, 사업을 통해 받은 은혜를 사회적으로 흘려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러 사역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제주외국인평화공동체는 물론이고, CBS, 기독신문, CBMC(기독실업인단체), 서귀포시립사랑원, 기드온 사역, 국제장애인문화교류협회 등 다양한 곳에서 섬기고 있어요. 하나님께서 건강 주시는 한, 계속 감당하고 싶습니다.
 
◆김영미> 삶을 관통하는 장로님의 좌우명이 있을까요.
 
◇이세문> 저는 '큰 바위 얼굴'처럼 살고 싶습니다. 말보다 삶으로 보여주고,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사람들을 품어주는 사람. 내 앞에 온 이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하나님이 주신 기회로 여기며 사는 삶. 그게 제가 추구하는 신앙인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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