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호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박혜진> 제주도교육청은 故현승준 선생님이 돌아가신 지 한 달이 지나서야 유족들의 요청 이후 진상조사단 구성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진상조사위원회 없이 출범한 진상조사단은 교육청 산하 조직으로 운영되면서 조사 과정의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요.
5개 교원단체와 1개 학부모단체가 함께 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데 이 시간 좋은교사운동 현승호 공동대표와 얘기 나눠봅니다. 기자회견을 하게 된 이유부터 말씀해 주시죠.
◆현승호> 6월3일 대통령선거가 있던 날 저와 돌아가신 서이초 선생님, 사촌 오빠인 유가족협회 회장님과 함께 유가족들 만나서 처음으로 진상조사위원회에 대한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그때 유가족분들은 처음 들으시는 눈치였어요.
그래서 현 선생님의 아내분이 당장 내일이라도 교육청에 진상조사위를 요청해야될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아무래도 신중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에 교육청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지켜보셨던 것 같아요.
그러는 사이 저희 좋은교사운동는 6월 11일부터 진상조사위원회와 민원 대응시스템 개선을 위한 전담기구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를 갖고 교육감 6월25일 교육감 면담 요청을 했지만 뜻밖에도 담당 주무관은 굳이 만날 필요가 없다라는 말이었어요.
당황스러웠지만 더 놀라운 건 같은 시각 김광수 교육감이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교원단체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강조하시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러고 나서 기사가 뜬 거예요. '제주 교사 사망 사건 진상조사단 7월부터 본격 운영될 듯'이에요.
7월부터 조사 시작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라 이런 내용이거든요. 그 후 저희의 뜻에 공감하셨던 학부모님께서 교육감과의 만남을 주선했는데 역시나 돌아온 대답은 만남 거절이었습니다. '이거 왜 피하시지?''왜 이 사건 관련해서 진상조사위원회나 전담기구 이야기를 꺼리시지?'자연스럽게 이런 의구심이 올라왔고 이런 의문 속에서도 이 설문조사 결과를 묻어둘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결국 다른 교원단체와 뜻에 맞는 학부모 단체와 기자회견 하는 방식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박혜진> 진상조사위원회와 진상조사단의 차이가 무엇인가요?
◆현승호> 진상조사위원회는 사실 故 서이초 선생님의 피 값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기존에는 교육청 자체의 진상조사단 또는 진상조사반이라고 하는 자체 조사 기구에 의해서 조사됐던 것이 관행이었고요. 그러다가 서이초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난 이후 교육청과 별도로 독립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져서 교육청을 포함해 모든 진상들을 낱낱이 조사해야 된다라는 거거든요.
진상조사위원회가 독립적으로 꾸려지고 그 안에서 진상조사단이 움직이게 되는 교육청과는 독립된 기구가 되는 거거든요. 진상조사위원회는 독립된 의결기구로서 조사 기간, 조사 방식 설정뿐만 아니라 나중에 조사단의 조사 보고서를 채택하거나 또는 재조사를 지시할 수도 있고요.
조사 진행 상황과 규명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이런 역할들을 하게 되는 것이죠. 교육청 산하의 진상조사단이나 전상조사반으로는 결국에는 교육감과 교육청이 조사 결과에 대해서 조사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가 조사위원회보다는 덜 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현승호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박혜진> 현재 진행하고 있는 진상조사단 운영으로 우려되는 점은 무엇입니까?
◆현승호> 현재 제주도 교육청에서 꾸린 진상조사단은 대부분 자체인력으로 조사가 이루어지는 거 같습니다. 유가족, 유가족이 지정한 교사 단체로만 되어 있는 것으로 언론 보도가 나왔는데 변호사 한 명 들어가지 않은 걸로 보여서 이 사건이 사망 사건인데 이렇게 해 가지고 될 수 있을지 우려도 있고요.
교육청 아래의 조사단이기 때문에 사실 비유를 하자면 시험 문제를 낸 사람이 직접 시험을 치르고 채점까지 한다면 그 결과를 우리가 믿을 수 있을까요? 지금 교육청이 하고 있는 진상조사단은 마치 자기 잘못을 스스로 조사하고 스스로 결론 내리는 일과 다르지가 않습니다. 이런 구조로는 결과가 나와도 납득할 수 없고 신뢰받기 어렵지 않을까 싶거든요.
◇박혜진> 진상조사위원회 관련한 설문조사는 언제부터 어떻게 진행된건지도 말씀해 주시죠.
◆현승호> 저희가 6월 11일~21일 사이에 설문조사를 시행했고요. 대상은 도내 유·초·중·고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1220분이 응답을 해 주셨고요. 그중에 58%가 선생님들, 41%가 학부모님들이셨습니다.
제주도 교육청은 제주 중학교 선생님의 죽음에 대해 경찰 수사 외에 별도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진상조사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질문과 정책의 당사자인 교사 학부모가 포함된 학교민원 대응시스템 개선 전담 기구를 만들어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질문 두 가지 질문이었거든요.
첫 번째 진상조사위원회 관련 질문에는 매우 동의함이 89.5%, 동의함이 8.4% 약 97.9%의 교사 학부모님들이 '해야된다', '당연히 해야된다'라고 의견을 주셔서 저희도 상당히 놀랐고요.
주관식 문항에는 '형식적인 제도만 만들지 말고 제발 일을 해달라',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제대로 진상 규명을 해라', '교육청은 기사화되어 이슈가 되면 그제야 대응하고 시간이 지나 잊혀지고 후속 대책은 마련하지 않는 것만 반복하고 있다'라는 지적들을 해 주셨습니다.
◇박혜진> 유명무실한 학교민원대응시스템과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현승호> 질문에 대해서 매우 동의함이 80.7%, 동의함이 11.6%로 91. 6%의 교사분들이 전담기구가 만들어져서 전담기구 안에서 논의를 하고 숙의를 해서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라는 응답이 나왔습니다.
◇박혜진> 제주의 학교민원대응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 이유는 뭐라고 보시나요?
◆현승호> 서이초 사태 이후 학교민원대응시스템이 만들어졌고 교육부에서 민원대응 관련된 매뉴얼 등을 만들어서 각 시도 교육청에 내려보냈습니다. 시도교육청에서는 그 내용을 받아서 지역에 맞게 학교민원대응안내 자료를 만들어 각 학교에 배포합니다.
제주도 교육청도 마찬가지였고요. 제가 제주도교육청을 포함해서 몇 개 시도의 학교민원대응안내 자료들을 모아서 분석을 해 봤습니다. 다른 시도도 마찬가지지만 거의 교육부에서 내려보낸 걸 복사 붙여넣기 수준이거든요. 제주도교육청 경우에도 마찬가지였고 사실 그대로 할 수 있나 싶은 것들도 많았거든요. 그렇게 하려면 각별한 지원이 필요할 텐데 그런 게 안 되는 거예요.
매뉴얼에 따르면 학생이 학교에 나오지 않을 때 담임 선생님이 학부모한테 직접 요청하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전화를 해야되거든요. 반대로 학부모님들은 학교로 연락해야 되는데 도내에 큰 학교들 같은 경우에 학생 수가 1000 명이 넘어가는데 아침에 대표 전화로 전화하면 통화중이 되겠죠.
콜센터처럼 전화를 걸면 동시에 다 연결할 수 있나요? 그게 답답하니까 학부모님들은 담임에게 직접 연락하는 겁니다. 그걸 원천 차단한다고요?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죠. 그게 없습니다. 그래서 민원대응시스템은 문서상으로만 존재한다라고 저희가 얘기하는 거예요.
현승호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박혜진> 학교민원대응시스템 어떻게 운영되야 한다고 보십니까?
◆현승호> 지금 있는 매뉴얼을 현실적으로 고치거나 실현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 달라는 겁니다. 제가 지난 2월에 미국에 있는 학교들을 방문을 했습니다. 대규모 학교인 것처럼 보이지 않았어요. 근데 학교에 아침에 전화받는 인원만 5명이에요.
'우리 아이가 늦습니다' '아픕니다' '오늘 현장 학습인데 뭐 해야 되나요?' 이런 전화들을 5명이 정신없이 전화를 받습니다. 그리고 내용을 기록해서 바로 응답해 줄 수 있는 것에 응답하고 선생님한테 연결해야 될 것은 메모해서 연결해 드리는 것들을 하는 거예요.
◇박혜진> 그 다섯 분은 외부 인력입니까?
◆현승호> 외부 인력이죠. 그런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시기가 하교 때예요. 그때도 그 분들이 연락을 받더라구요. 그런 역할을 하는 게 학교민원대응팀이라고 문서상에 돼 있는 거예요.
◇박혜진> 그런데 지금 그 인력이 없잖아요?
◆현승호> 없죠. 행정실장, 교장, 교감이 그걸 어떻게 합니까? 미국에서는 하교때 학생들 차에 타기 전 애들을 줄 세워서 한 명씩 그 차에 맞게 태워주는데 그 분들도 그 시간에만 그 역할을 하는 외부인력들이었습니다. 학교 비정규직 문제 얘기하면 그건 끝이 없고요. 어쨌든 미국은 그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라는 거죠. 핀란드 같은 경우에는 윌마 시스템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 시스템은 웹과 휴대폰 앱으로도 소통이 가능하도록 돼 있어요. 그 시스템에서 교사가 접속하면 볼 수 있어요. 메시지나 학습태도에 대한 부분을 나타내고 학부모가 코멘트 달면 상담 요청해 가지고 상담할 수도 있고 상담 시간 그 시스템에서 바로 잡고 이런 게 가능합니다. 그렇군요.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없죠.
지금 우리는 선생님들이 사설 업체가 운영하고 있는 앱을 가지고 소통하고 있는 지경이죠. 그런 시스템. 인력. 예산도 아무것도 없이 문서상에서 학교 민원대응팀이 있습니다. 문서상에 글자로만 존재하는 겁니다.
◇박혜진>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들이 함께 요구하는 사항은 무엇입니까?
◆현승호> 딱 두 가지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 진상조사단 출범했다라고 교육청에서 얘기하고 있는데 진상조사단의 독립성과 객관성, 공정성을 확보해 주기 위해서 진상조사위원회를 출범시키면 됩니다. 그 진상조사위원회 산하에 진상조사단을 두면 돼요.
이거 했으니까 이걸로 충분하다가 아니라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두 번째 강조하는 것은 민원대응시스템 개선 전담 기구를 교육감 직속으로 설치를 해서 운영해 가자는 겁니다. 설문조사한 결과 가지고 제도 개선해서 9월에 바로 시행하겠다고 하는데 그게 됩니까? 예산이 있습니까? 오랜 숙의를 가지고 예산 확보해서 제대로 된 시스템 개선을 하자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