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순 집사 "수줍던 나에게 피아노는 마음의 전달자"

진영순 집사 "수줍던 나에게 피아노는 마음의 전달자"

핵심요약

삶이 아름다운 크리스천을 만나는 시간, 로드인터뷰 사람꽃. 오늘은 제광교회 진영순 집사를 제주CBS 김영미 PD가 만나봅니다.

<로드인터뷰_사람꽃>
교회를 안 다니던 엄마가 착한 아이가 되라고 보낸 교회
교회에서 피아노 치는 선생님을 동경하며 피아노 배워
"아픈 자를 위로하고 품는 엄마 품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
"피아니스트로 성장한 발달장애인 제자를 생각하면 감사해"

■ 방송 : CBS 라디오 <로드인터뷰_사람꽃>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 방송일시 : 2025년 5월 24일(토) 오후 5시 30분
■ 대담자  : 제광교회 진영순 집사

◆김영미> 현재 교회에서 오르간 반주자로 봉사하고 있는데, 힘들지는 않나요.
 
◇진영순> 제가 오르간 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오르간이라는 악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반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죄송하고요. 오히려 부족한 제가 오르간 예배자로 섬길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김영미> 피아노 전공으로 박사과정까지 밟은 걸로 아는데요. 언제부터 이 길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까.
 
◇진영순> 어린 시절 교회에서 피아노를 치는 선생님의 모습을 동경하게 되면서 부모님을 졸라 피아노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저는 수줍고 내성적이어서 어린 시절에 말을 하고 싶어도 입 밖으로 나오는 게 쉽지 않았어요. 특히 긴장하면 더 심해졌는데요.
 
초등학생 때는 발표하려고 손을 들어놓고, 정작 선생님이 시키시면 아무 말을 못 하고 서있기만 했던 적도 있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선생님께서 칠판에 적힌 문제를 풀어보라고 하면서 수학공식을 물어봤는데도 아무 말 못 하고 가만히 서 있다가 이렇게 쉬운 문제도 모르냐는 핀잔을 받고  속상해서 울었던 기억도 납니다.

오죽했으면 친구한테 전화 올 때도 목소리가 비슷했던 여동생이 대신 받게 했던 적도 있고요. 대학 입시 면접 때는 심사위원인 교수님께서 제가 대답하길 기다리다가 아무 말 못 하는 저를 보시고는 결국 다음 학생을 부르셨던 기억도 납니다.
 
이런 제가 말을 하지 않고 손끝으로 건반을 통해 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건 피아노라는 생각했고요. 공부할수록 더 부족함을 느껴서 박사과정까지 공부하게 됐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서울은 낯선 곳이고 제주에서 왔다고 하면 무시하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매주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공부하던 중에 지치고 힘들어 포기할 뻔한 적도 있었지만 엄마의 기도와 응원으로 다시 힘을 내서 도전을 하게 됐고 음악의 힘을 체험하며 박사학위 취득을 할 수 있었습니다.
 
◆김영미>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진영순> 제광교회에서 오르간 반주자로 섬기고 있고, 제주CBS아가페합창단, 제주장로합창단, 제주성악동호회 보체끼아라 반주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15년 동안 금호유치원의 방과 후 피아노 강사로 유아와 초보자들의 음악교육을 담당했고, 제주대학교, 제주한라대학교, 목원대학교, 함덕고등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전문연주자가 되기 위한 지도를 했습니다.
 
한국자폐인사랑협회에서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피아노를 지도했고, 제주도농아복지관, 제주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ADHD 성향의 장애아동의 발달증진을 위해 음악놀이교육을 했습니다. 또한 서귀포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문화예술교육강사로서 장애인의 꿈나무육성 실기지도를 했습니다.
 
현재는 제주학생문화원 예술영재교육원에서 중학생을 대상으로 잠재적인 영재성과 창의력을 높이는 피아노 실기교육을 하고 있고, 천사나래 주간활동센터에서 성인 장애인 대상으로 음악프로그램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적 기업 희망나래 꿈터에서는 청년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칼림바를 지도하고 있습니다. 제주음악멘토링센터에서는 장애인 대상으로 음악재활 힐링서비스, 장년층을 대상으로 피아노 실기를 통한 정서지원서비스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주CBS아가페합창단 공연 모습. 진영순 집사 제공. 제주CBS아가페합창단 공연 모습. 진영순 집사 제공. 
◆김영미> 신앙생활은 언제부터 했습니까.
 
◇진영순> 교회 다니면 착한 사람이 된다고 엄마가 보내셔서 유치원 시절부터 신앙생활을 하게 됐어요. 유치원 시절의 제 기도 제목은 전화를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거였어요. 수줍어서 말도 못 하는 상태였으니까요.
 
중고등학교 시절, 주일학교 공과 공부 시간에 교회 선생님께서 기도를 시킨 적이 있었는데요. 제가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이 말을 하고는 10여 분간 숨만 쉬고 있다가 기도 마무리는 해야 해서 겨우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으로 마친 적이 있었습니다. 그 후로는 선생님이 저에게 기도를 시키시지 않더군요. 이런 저를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친구를 만나면 지금의 제가 정말 영순이가 맞냐고 물어보기도 합니다.
 
◆김영미>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건 언제였습니까.
 
◇진영순> 고등학교 때 CCC(한국대학생선교회) 순장인 교회 언니가 있었는데, 저에게 기도 노트를 작성하게 했고 응답받은 기도제목을 적으라고 가르쳐줬어요. 그 언니의 손을 잡고 함께 기도했을 때 눈물로 회개하면서 하나님을 만났어요.
 
◆김영미> 오랫동안 교회를 다니고, 크리스천으로 살아가면서 혹시 신앙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진 적은 없습니까.
 
◇진영순>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인데요. 어떤 어르신이 본인 차를 빼내다가 제 차에 상처를 낸 적이 있었어요. 당황하시고 어쩔 줄 몰라하는 그분에게, 놀라셨을 텐데 괜찮으신지 여쭤봤고, 제 차가 새 차도 아니니 걱정하시 마시고 그냥 편안히 가시라고 말씀드렸더니, 저한테 혹시 교인이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때 신앙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꼈어요.
 
◆김영미> 집사님이 좋은 성품을 가진 연주자라는 얘길 많이 들었는데요. 평소 어떤 마음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고 있습니까.
 
◇진영순> 보기보다 욱하는 부분도 많은데, 좋은 성품이라고 말씀해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예수님을 닮은 성품을 가질 수 있도록 더 노력하라는 말씀으로 생각할게요. 상대방이 어떤 행동이나 말을 했을 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겠구나' 또는 제가 그 사람이었다면 더 심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까 이해되고 공감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서귀포관악단과 협연하는 김유환 발달장애인 피아니스트. 진영순 집사 제공. 서귀포관악단과 협연하는 김유환 발달장애인 피아니스트. 진영순 집사 제공. ◆김영미> 혹시 집사님이 가르치는 분들 가운데, 기억이 나는 사람이 있을까요?
 
◇진영순> 제자 중에 초등학교 2학년인 2009년도부터 약 7,8년 간 가르쳤던 중증 자폐성 장애를 가진 김유환이라는 아이가 제일 기억이 많이 납니다. 특수아동을 지도해 보거나 경험해 본 적이 없었기에 처음 그 아이를 가르치면서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아이의 발에 맞아 울기도 했고요. 피아노 의자에 오래 앉아있지 못해서 수업 중에 갑자기 침대 위에 올라가 뛰기도 하고, 우리집 냉장고 문을 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어서 갑자기 소리 지르거나 울고, 짜증을 내면서 혼잣말을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자폐성 장애의 특징인 사물에 대한 집착과 집중력, 반복 행동, 기억력을 활용하고자 했고요. 여러 리듬악기와 교구를 사용하는 다양한 방법을 적용했습니다. 이렇게 하니까 느리지만 조금씩 정서적으로 안정되었고 의사소통 능력도 향상돼 갔고요. 소근육이 발달하면서 피아노 실력도 점차 향상되는 아이로 성장했습니다.
 
지금은 직장을 다니면서 발달장애인 피아니스트로서의 연주 활동도 하고 있는데요.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제자를 보면서 보람과 감사함을 느낍니다.
 
◆김영미> 앞으로 어떤 신앙인이 되고 싶습니까?
 
◇진영순> 세미한 음성을 들으시는 하나님, 낮은 자로 오신 예수님을 닮은 신앙인이 되고 싶어요. 불안함, 우울함, 아픔, 슬픔, 절망감 등으로 인해 몸과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다독여주면서 그들에게 한 줄기의 빛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위로와 평안을 통해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김영미> 앞으로의 소망은 어떻게 됩니까?
 
◇진영순> 제 소망은 제 삶의 순간마다 주님이 주신 은혜와 감사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진로를 정하면서 특수학과를 전공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자신이 없어서 피아노 전공을 하게 되었는데, 점차 장애인을 대상으로 지도하는 수업이 늘어나는 것을 볼 때에 하나님이 제 기도를 들어주셨음을 느끼며 감사하게 됩니다.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들의 내면을 알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상담자 같은 피아노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김영미> 기도제목을 나눠주세요.
 
◇진영순> 저의 소망이자 기도 제목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반주자이기에 앞서 예배자가 되어 제 자신이 먼저 은혜의 시간을 경험해서 기도하듯 연주할 수 있길 기도합니다. 단순히 피아노라는 악기를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라 저를 통해 약한 자, 아픈 자, 상처받은 자를 위로하고 품을 수 있는 엄마 품 같은 따뜻한 선생님이 되길 기도합니다. 찬양의 가사처럼 살아가는 일상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하며, 하나님이 허락하신 기적 같은 삶을 날마다 감사함으로 살아갈 수 있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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