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효성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사무국장◇박혜진>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10명 중 9명은 후천적 장애입니다. 장애인 대부분이 불의의 사고나 질병 등으로 인해 장애인이 된 것인데요. 특히 장애의 여러 유형 중 정신장애인들도 상당히 많이 계시는데 그동안 사회적 관심이 부족하다보니 오해가 많습니다.
최근 정신장애인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고 하는데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현효성 사무국장과 알아봅니다. 이번에 준비한 토크콘서트 행사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효성> 이번 토크 콘서트는 저희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이 2024년 7월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정신장애인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진행하고 있는 <정신장애인당사자가 주도하는 지역사회와의 소통 및 고립해소사업 '나의 인생 고(립)해(소)'>사업의 1년의 성과와 그동안의 노력을 공유하는 자리입니다.
딱딱한 성과보고가 아닌 정신장애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음으로써 우리 안에 있는 편견과 오해를 걷어내고 정신장애에 대해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당사자들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행사로 준비하였습니다.
◇박혜진> 정신장애인은 어떤 장애인을 말하는 건가요?
◆현효성> '장애인복지법'시행령 별표1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은 장애∙질환에 따른 감정조절∙행동∙사고기능 및 능력의 장애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말합니다.
지속적인 양극성 정동장애(여러 현실 상황에서 부적절한 정서 반응을 보이는 장애=조울증), 조현병, 조현정동장애(조현병과 기분장애(조울증)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증상과 재발성 우울장애. 지속적인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는 강박장애, 뇌의 신경학적 손상으로 인한 기질성 정신장애, 투렛장애 및 기면증(몽유병과 다름. 과도한 졸림과 수면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신경학적 수면장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다만 다른 장애유형과 달리 많은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어 약물치료로 증상관리가 잘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박혜진>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많이 있습니다. 일부 뉴스에 나오는 사건들 때문일텐데 실제로는 어떤 상황인가요?
◆현효성> 불과 얼마 전에 서울 관악구에서 일어났던 아파트 방화사건이나 수유역 마트 묻지마 칼부림 사건 등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 강력범죄사건이 보도될 때 가해자의 정신병력을 묻는 인터뷰가 어김없이 나왔습니다.
2023년 8월24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인터뷰와 2021년 경찰청통계연보가 실렸는데 이수정 교수는"실제로 범죄자 중 정신질환자들의 비율은 높지 않다"며 "조현병이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매우 희귀하다"고 설명합니다.
또 경찰청 통계연보자료에는 2021년 전체 범죄자는 124만7680명으로 정신장애 범죄자는 8850명으로 0.7%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 10년간의 추이로 봐도 정신장애 범죄자는 연간 0.3~0.7% 수준입니다.
이중 앞서 언급되었던 강력범죄의 경우를 봐도 전체 강력범죄자의 2.4%에 해당됩니다. 이를 전체 정신질환자 규모와 비교하면 정신장애 범죄자 비중이 높지 않다는 사실을 더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박혜진> 제주에는 정신장애인이 몇 분 정도 계십니까?
◆현효성> 제주도 2024년 통계연보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의 정신장애 인구는 2023년말 기준 1311명으로 등록장애인 3만6899명의 3.5%입니다.
다른 장애 유형과 비교했을 때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다른 장애 유형에서는 심하지 않은 장애인이 심한 장애인보다 약 1.6배 더 많은데 정신장애인의 경우 대부분이 심한 장애로 등록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효성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사무국장◇박혜진> 이 분들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데 힘들어하거나 불편해 하는 것은 없나요?
◆현효성> 정신장애인은 '이해할 수 없는 사람', '위험한 존재'등으로 오해받아 사회적 관계 형성이 어렵습니다. 정신 장애 이력이 있으면 취업 기회가 제한되거나 직장 내에서 이해와 배려 부족으로 근속이 어렵고, 정규직보다는 단기,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지며 빈곤과도 연결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정신 건강 문제가 있을 경우 정규 교육을 받기 어렵거나 차별로 인해 교육 경험이 단절되기도 합니다.
이는 성인이 되었을 때 사회 적응 능력 부족이나 자신감 결여로 이어지며 보호자가 없거나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운 경우, 안정적인 주거 공간 확보가 어렵습니다.
◇박혜진> 그동안 정신장애인에 대해서 지원이나 관심이 적었던 것 같은데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효성> 크게는 세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사회적 편견과 낙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장애인을 위험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존재로 여기면서 사회적 거리감을 두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편견은 정신장애인들이 도움을 요청하거나 사회에 참여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됩니다.
두 번째는 정신건강 서비스가 부족했습니다. 정신장애인을 위한 지역사회 기반 지원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정신의료기관은 많지만 정신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사회복귀시설이나 활동지원 서비스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정신장애 관련 정책은 다른 장애 유형보다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아요.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거주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이 부족하고, 기존의 정책도 의료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자립 지원이 어렵습니다.
◇박혜진> 정신장애인을 위해서 그동안 어떤 사업을 진행하셨던 겁니까?
◆현효성> 4가지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첫째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참여하는 정신장애인지원협의체 구성 및 운영을 통한 당사자들의 자조모임을 구성하는 것입니다.
둘째 동료지원가 양성 및 활동지원입니다. 정신장애인 동료지원은 당사자로써 이해의 폭이 넓고, 회복에 대한 나눔 등 당사자의 고립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셋째 복지관 내 정신건강지원 특화공간을 조성하여 정신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지원하는 복지서비스 거점을 마련한 것입니다. 이제는 도민들이 편하게 찾는 카페1660이 바로 그곳입니다.
넷째 정신장애인 자립역량 강화를 위해 바리스타, 제과사 등 직업훈련 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저희가 진행한 사업의 가장 큰 성과는 정신장애인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려는 의지를 높였다는 점입니다.
이번 사업은 정신장애 당사자가 자신의 정신건강을 스스로 관리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 욕구 등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그들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점에서 이번 사업의 성과가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당사자가 자신의 삶의 주체가 되는 경험이 매우 가치 있는 사업이었습니다.
◇박혜진> 이 사업을 통해서 정신장애인들은 어떤 것들을 많이 느꼈나요?
◆현효성> 이번 토크 콘서트에 게스트로 정신장애인 5명이 2개의 핵심 코너에 참여해 주십니다. 자신의 일상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준비하고 있는데 행사를 위해 먼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이런 피드백을 해 주셨습니다. "나는 늘 혼자였다. 그러나 1년의 기간동안 12명의 친구가 생겼다","매주 화요일 친구들과 제과 디저트 실습하는 날 아침이면 나는 늘 행복하고 기뻤다","나는 이제 꿈을 찾는다","나는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갖는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현효성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사무국장◇박혜진> 이번 토크콘서트는 어떤 프로그램으로 진행될 계획입니까?
◆현효성> 총 4가지 코너로 준비했습니다. 콘서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음악도 있고, 당사자들의 소소한 삶의 이야기와 추천해 주는 노래를 함께 듣는 시간도 있습니다.
특히 강연 '틈새로 스미는 마음의 온기는' 8호 광장이라는 별명으로 활동 중인 정신장애 당사자이자 정신과 전문의가 짧은 강연을 진행합니다. 강연에서는 정신장애를 뇌신경과학의 관점에서 탐구하며 증상 관리를 통해 일상의 즐거움을 되찾는 방법과 지혜를 공유합니다.
한 보(步) 밀어주는 손길은 정신장애 당사자,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정신과 전문의가 함께하는 담화 무대로 정신장애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낙인을 바로잡고 긍정적인 변화를 도모하는 자리입니다. 정신장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사회적 편견을 변화시키기 위한 공감과 소통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마지막으로, 정신장애를 겪고 있거나 정신건강에 대한 고민이 있으신 분, 정신장애 관련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으신 분, 정신장애 당사자들과 직접 연대를 원하는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 정신장애 당사자들과 함께 성장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박혜진> 이후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갖고 있는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죠.
◆현효성>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의 최종 목표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자립을 위한 당사자가 주도하는 사회적협동조합 설립과 장애인복지관 정신장애인서비스 모형 개발입니다.
이를 위해 자조 모임을 확대하고, 바리스타 2급 자격 취득 과정 및 심화 과정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동시에 정신장애인 당사자 대표들과 함께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주체적으로 운영하는 사회적 협동조합 및 자활 센터를 방문하여 벤치마킹할 수 있는 연수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주도내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주체적으로 민주적 절차를 경험하며 사회적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힘쓸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정신장애 당사자들이 더욱 주도적으로 사회에 참여하고, 안정적인 경제 활동과 공동체 형성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합니다.
◇박혜진>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은요.
◆현효성> 사업을 준비하는 초기 단계에서 제주대학교 공공의료협력팀의 적극적인 자문과 협력이 있었습니다. 공공의료협력팀의 한 정신보건간호사는 정신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지역사회 공간이 만들어진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변화이며 복지관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하였습니다.
정신장애인 뿐만 아니라 도내 장애인들 모두가 보통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저희 복지관도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