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트라우마센터 승격해도…'무늬만 국립 기관' 우려

제주4·3트라우마센터 승격해도…'무늬만 국립 기관' 우려

시범운영 끝내고 국립 기관 새 출발
운영방식 발표 없고 정부 예산 줄어
"희생자…유족 많은데 분원이 웬 말"

4·3트라우마센터. 센터 제공4·3트라우마센터. 센터 제공제주4·3 희생자와 유족의 상처를 어루만졌던 제주4·3트라우마센터가 시범운영을 끝내고 국립 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 제주 분원이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한다. 우여곡절 끝에 '국립' 승격은 되지만 정확한 운영방식이 발표되지 않은데다 정부 예산마저 줄어 '무늬만 국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가족 오랜 상처 어루만진 센터
 
지난 2020년 5월 시범운영을 시작한 제주4·3트라우마센터. 제주4·3과 광주5·18 등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치유를 지원하기 위한 '국립 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에 따라 들어섰다. 제주뿐만 아니라 광주에서 시범운영을 거쳤다.
 
시범운영 기간 센터는 △심리상담 △마음치유 프로그램 △신체치유 프로그램 △찾아가는 읍·면·동 치유 프로그램 △강정마을 공동체 치유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센터 등록자 현황을 보면 모두 1472명이다. 이 중 4·3희생자 유족이 967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4·3희생자의 며느리 216명, 강정마을 주민 132명, 4·3 관련자 88명, 생존 희생자 68명,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1명 순이다. 시범운영 기간 많은 수의 국가폭력 피해자의 상처를 어루만진 것이다.
 
마음 치유프로그램. 센터 제공마음 치유프로그램. 센터 제공이용 건수도 시범운영 첫 해인 2020년 1만699건, 2021년 1만7086건, 2022년 1만6539건, 지난해 1만7670건으로 해마다 늘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센터 이용자는 꾸준히 늘었다.
 
4·3 당시 부모를 모두 잃고 한평생 고아로 살아온 오순명(81) 할아버지는 "4·3트라우마센터에서 다른 유족들과 대화하고 체험활동을 하면서 오랜 상처가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다. 국립 기관으로 승격된다는 소식에 좋아했다가 광주는 본원, 제주는 분원이란 말에 기분이 상했다"고 토로했다.
 
◇예산 줄고 고용승계 깜깜…무늬만 국립?
 
시범운영을 거쳐 조만간 행정안전부 산하 국립 기관으로 승격하지만, 당장 다음 달부터 센터 운영이 불투명하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예산을 17억 원으로 잡았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12억6000만 원으로 축소됐다. 이마저도 국비는 절반인 6억여 원, 나머지는 도비로 채워 넣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찾아가는 읍·면·동 치유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추가로 채용했던 상담직원 4명은 퇴사해야 했다. 기존 시범운영 기간 직원 12명의 고용 승계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가폭력의 형태와 피해자 숫자가 크게 다른데도 광주에는 본원이 세워지지만, 제주는 분원으로 만들어져 지역 특수성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4·3트라우마 치유대상자는 유족 등 모두 1만8920명에 달하는데, '분원' 수준으로 이 인원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인 것이다.
 
4·3평화공원 행방불명인 묘역. 고상현 기자4·3평화공원 행방불명인 묘역. 고상현 기자정영은 4·3트라우마센터장은 "지난해 말 국립 기관으로 승격된다는 말만 돌고, 정부에서 어느 누구도 향후 운영 계획 등에 대해서 설명해주지 않았다. 이번 달까지 시범운영 기간 채용된 직원들 계약이 끝난다. 기존 잘 운영되던 사업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시갑 문대림 당선인은 "제주에 분원이 들어서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제주4·3은 광주5·18보다 희생자와 유가족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데도 인력과 예산에서 차별적으로 대우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등원하면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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