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아빠의 영화읽기]테넷

[하울아빠의 영화읽기]테넷

<기독영화평론가 김양현 목사>
우리 시대의 환경을 제어해야만 미래가 있다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한 사람은 그 유명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다. 그는 시간이란 흘러가는 것이라 여겼기에 이러한 구분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위대한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는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반기를 들었다. 우리에게 과거나 미래는 존재하지 않고 다만 현재만이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시간이란 영원의 반영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과거나 미래는 없는 것인가? 아우구스티누스는 설명한다. “과거는 현재의 기억이며, 미래는 현재의 기대다.” 지금 내가 기억하는 것이 과거이며, 지금 내가 기대하는 어떤 것이 미래다. 그리고 현재란 영원의 그림자다. 영원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영역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시간론에 의하면 영원한 존재인 신은 우리의 시간대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는 시간을 초월한 존재며, 우리의 기억과 기대를 가능하게 하는 존재다. 시공간에 한정되어 있는 인간의 운명은 신의 섭리에 의해 정해져있다. 물론 신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으므로 섭리와 충돌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유의지는 신의 섭리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신은 좌충우돌하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인정하나 콘트롤하며 섭리를 완성한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도다. 그는 전작 '인터스텔라'에서 블랙홀, 웜홀의 원리를 대중에게 가르쳐주었다. 웜홀은 다른 세계로 가는 관문일 수 있으며 시공간이 왜곡되는 곳임을 보여주었다. 웜홀을 통과한 주인공 쿠퍼는 5차원의 서재에서 3차원의 서재에 있는 딸 머피와 조우한다. 우리의 시공간을 넘어서는 새로운 차원의 가능성을 그는 놀라울 정도로 정밀하게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신작 '테넷'에서 놀란 감독은 시간을 거슬러 갈 수 있는 ‘인버전’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미래의 어떤 시간대에서 과거의 시간대로 이동하여 사건에 영향을 주어 미래를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가설 위에서 그의 영화는 전개된다. 영화에서 그가 ‘인버전’이라고 묘사하는 부분이다. 미래에서 시간을 거슬러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개념이다.

우크라이나 국립오페라 극장에 테러리스트들이 난입하고 대테러 요원들이 출동한다. 우리의 주인공은 대테러 부대인 코르트 부대 마크를 달고 이들의 틈에서 비밀 작전을 수행한다. 테레리스트를 제거하는 임무인 것처럼 위장하지만, 실제로는 VIP실에 있는 어떤 인물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가 “세상에 어둠이 내린다”고 하자 VIP는 “어두워지면 친구가 없다”라고 대답한다. 자신이 찾던 인물임을 확인한 주인공은 VIP와 함께 탈출을 하고 그에게 찾는 물건이 어디 있느냐 묻는다. 코트 보관소에 있다는 말을 들은 주인공은 6각형의 목표 물건을 회수한다. 그리고 탈출을 시도하기 위해 약속된 차량에 탑승하지만 주인공을 기다리는 것은 악당들이다. 악당들은 주인공과 동료를 철길에 묶고 고문을 가한다. 끝까지 버틴 주인공은 죽어가는 동료가 마지막으로 건네주는 알약을 발견하고 삼킨다.

의식이 깨어난 주인공은 발트 해에 떠 있는 배 안에 있고, 빅터라는 인물은 그에게 사후세계에 온 걸 환영한다고 농담한 뒤 '테넷'이라는 의문의 단어를 가르쳐주며 신중하게 사용하라고 한다. 이어 주인공은 비밀연구소로 찾아가고, 거기에서 이 모든 사건의 단서들을 접하게 된다. 사물의 엔트로피를 거슬러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인버전 기술이 존재하며, 미래의 어떤 존재들이 이 기술을 통해 현재의 지구를 파괴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빈 총의 방아쇠를 당기자 벽면에 박혀 있는 탄알이 거꾸로 그의 총으로 들어와 탄창에 안착한다. 연구원은 이것이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인버전이라 설명한다.

이후 영화는 인버전 기술을 통해 지구를 파괴하려는 악당 사토르와 이에 대항하는 주인공의 활약을 그린다. 주인공은 동료 닐과 함께 사토르의 소재를 파악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사토르가 시간을 거슬러 이동하는 장치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닐과 함께 사토르가 찾아서 파괴하려는 엔트로피의 알고리즘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정밀한 편집과 이야기로 관객들의 집중을 이끌어낸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도대체 지금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길을 잃기 십상이다. 시간과 공간을 이동하며 좇는 자와 쫓기는 자, 파괴하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가 사투를 벌인다.

각설하고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에 접근해보자. 우선 감독은 물리학의 최근 관심인 엔트로피의 역행과 시간 이동에 관심이 많다. 과연 미래의 어떤 존재가 현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렇다면 예정된 미래가 바뀌어 질 수 있는 지 묻는다. 그가 닐을 통해 말하는 바는 ‘일어난 일은 일어난다’다. 즉 만약 미래가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 할지라도 그건 예정되어 있는 일이란 뜻이다.

이어 감독은 사토르를 통해 말한다. “인간이란 존재는 지구 해수면을 높이고 남극의 얼음을 녹게 만든단 말야.” 그래서 미래의 존재들이 자신에게 현재의 인간 문명을 제거하라는 임무를 주었다고 그는 말한다. 이어 사토르는 또 말한다. “내가 가질 수 없다면 그 어느 누구도 가질 수 없게 만들거야.” 그는 미래의 메시지를 자기 방식대로 해석한다. 아니 자신의 탐욕을 성취하기 위해 거스른다. 그가 택한 것은 공멸이다.

그러나 감독은 주인공을 준비해 놓았다. 그도 인버전을 익힌다. 그리고 미래를 지키기 위해 현재를 지킨다. 물론 그는 알고리즘을 찾아 분리하고 분산하여 숨김으로 전 지구적 파괴, 재앙을 막는다. 영화 말미 주인공은 말한다. “사실은 터지지 않은 폭탄이 가장 위험하다.” 주인공이 사토르의 파괴적 행위는 막았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잠재적 파괴, 문명의 자기파괴, 암울한 미래상을 경고한다. 지금 그 폭탄을 제어하지 않으면 미래는 보장할 수 없다. 결국 감독은 우리 시대의 지구, 우리 시대의 환경을 우리가 제어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메시지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자원을 많이 활용하며, 지나친 소비를 통해 전 지구적 재앙을 앞당기고 있다. 우리는 전무후무한 이상기온을 목격하고 있고, 그로 인한 폭우, 폭설, 강력한 태풍 등을 경험하고 있다.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오른다. 우리 시대의 탐욕적 과소비가 미래 세대를 발목잡고 있다. 우리가 멈추지 않으면 미래는 보장할 수 없다.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우리가 미래를 저당 잡아선 안 된다. 그러므로 그레타 툰베리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하며, 토마 피케티의 글로벌 이산화탄소세 도입 주장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어쩌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래의 세대가 우리에게 보낸 인버전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멈추고 문명을 다시 생각하라는, 절제하고 아껴서 미래를 지켜달라는 절박한 경고 일 수도 있겠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의미심장한 말을 다시 한 번 새겨듣자. “사실 터지지 않은 폭탄이 가장 위험하다.” 사토르는 “너희가 보는 저 태양아래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 했지만 우리가 노력하고 결단하면 그 태양 아래서 은총을 노래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결단하자. 주인공이 맡은 임무는 바로 우리 각자의 몫이기에.

※본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도 보장합니다.

[김양현 목사는 제주사랑의교회를 섬기고 있으며 기독교적 관점으로 영화를 바라보는 기독영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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