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서 정권 비판 옥살이 38년만에 무죄 선고

술자리서 정권 비판 옥살이 38년만에 무죄 선고

법원 재심 개시 결정에서 무죄 선고..."국가존립에 해악 없어"

 

북한을 찬양하고, 정권을 비난한 혐의로 옥살이를 한 남성이 38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당사자는 지난해 세상을 등지면서 남은 가족만 한을 풀게 됐다.

홍제화씨는 28살이던 1981년 11월 들이닥친 제주경찰서 형사들에게 끌려갔다. 넉달 전인 그 해 7월 술자리에서 북한을 찬양하고, 정권을 비판했다는 이유다.

경찰 조서에는 “김일성 원수가 정치를 잘한다. 박정희가 뭘 잘했다고 영웅이냐” 적혀 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홍씨가 반국가단체 구성원의 활동을 찬양했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체포 영장도 없이 붙들려 갖은 고문을 받고 재판에 넘겨진 홍씨는 징역 8월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당시 결혼한 지 채 1년도 안된 신혼 상태였다.

경찰 고문의 후유증으로 정신분열 증세를 보였던 그는 만기출소뒤 정신지체 장애2급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는 지난해 세상을 등졌다.

하지만 가족들의 노력 끝에 이 사건은 2006년 진실화해 과거사 정리위원회로부터 불법구금 속에 만들어진 의혹사건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홍씨 아내의 신청으로 지난 2월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 이후 결국 무죄를 선고 받았다.

제주지법 제1형사부 노현미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고 홍제화씨 재심에서 징역 8개월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홍씨의 발언은 매우 추상적이고, 국가 존립이나 안전 등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위험성은 없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또 홍씨를 체포하고도 48시간 이내에 사후구속영장을 받지 않은 점도 불법수사로 봤다.

하지만 억울한 옥살이를 한 당사자가 무죄의 빛을 보지 못하고 결국 세상을 등지면서 가족들만 한을 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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