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감옥살이 끔찍한 고통…70년 恨 이제야 풀려"

"제주 4.3 감옥살이 끔찍한 고통…70년 恨 이제야 풀려"

법원 '형사보상' 결정에 제주 4.3 수형인 감격의 기자회견
형사보상 결정문 받아들고 71년 만에 환한 웃음

기자회견 모습. (사진=고상현 기자)

 

"지난 70년의 한이 이제야 풀린다. 그동안 육지 형무소 수형 생활부터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았는데, 이런 좋은 날이 올 줄 몰랐다."

4.3 수형인 형사보상 결정문을 받아든 양근방(86) 할아버지는 22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4.3도민연대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뻐하며 이렇게 말했다.

제주 4.3 당시 억울하게 빨갱이로 몰려 불법 군사재판으로 수형 생활을 한 지 71년 만에 사법부가 불법 구금에 대한 보상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앞서 21일 제주지방법원은 4.3 수형인 18명에 대해 모두 53억여 원의 형사보상을 결정했다.

양 할아버지를 비롯한 18명의 4.3 생존 수형인과 가족, 유가족은 이날 변호인이 나눠주는 형사보상 결정문을 받아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평국(91) 할머니도 양 손에 결정문을 꼭 쥔 채 "고생한 거로 따지면 (형사보상으로) 억울한 부분이 완전히 풀리지 않지만, 그래도 이 종이조가리가 뭔지 사람을 즐겁게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올해 1월 재심 재판에서 사실상 무죄 판결을 받은 직후 88세의 나이로 별세한 현창룡 할아버지를 대신해 이날 결정문을 받은 아들은 안타까움에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현 할아버지의 아들은 기자들에게 "이 보상금을 가지고 돌아가시기 전에 병원비로 조금이라도 사용하셨다면 덜 억울할 텐데…"라고 말한 뒤 터진 눈물 때문에 말을 잇지 못했다.
고 현창룡 할아버지의 아들. 기자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4.3 수형인 18명에 대한 재심 재판을 이끈 4.3도민연대와 변호인 측은 이번 형사보상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해마루의 임재성 변호사는 "이번 형사보상은 20년 전 국가가 4.3 피해자에게 사과한 이후 최초로 이뤄진 불법 행위에 대한 보상"이라고 밝혔다.

"다만 불법 구금에 대한 보상일 뿐이고, 수사 과정에서 이뤄진 고문, 전과자 낙인 등에 대한 위자료는 포함 안 됐다. 이 부분에 대해 연내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또 임재성 변호사는 "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2500여 명의 억울한 옥살이와 죽음이 있었는데 이제야 겨우 18명만 명예 회복이 이뤄졌다. 현재 살아계신 분이 많지 않아 일일이 재심을 진행하지 못한다. 향후 4.3특별법 개정으로 일괄적으로 불법 군사재판에 대한 배‧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재성 변호사. (사진=고상현 기자)

 


양동윤 4.3도민연대 대표도 "지금 살아계신 4.3 수형인이 11명이지만, 재심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분은 8명이다. 이분들 대부분 90이 넘은 고령이어서 올해 안에 2차 재심 재판 청구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21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는 불법 군사재판 재심을 통해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4.3 생존 수형인 17명과 별세한 현창용(88)씨에게 모두 53억400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형사보상 결정을 내렸다.

구금 일수에 따라 1인당 최저 약 8000만 원, 최고 약 14억 7000만 원이다.

법원은 올해 최저임금법상 일급 최저 금액이 6만6800원임을 고려해 보상금액을 법에서 정한 최고액인 구금일 1인당 33만4000원으로 정했다.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상 재심 재판에서 무죄 또는 공소기각 확정 판결을 받은 사건의 피고인이 원판결에 의해 형 집행을 받았을 때 형사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형사보상금은 구금 종류‧기간, 구금 기간에 입은 재산상 손실과 정신적 고통, 신체 손상 등을 고려해 산정된다. 무죄 또는 공소기각 판결이 확정된 해의 최저임금법상 일급 최저금액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최대 5배까지 줄 수 있다.

4.3수형인 18명은 1948년 가을부터 1949년 7월까지 군사재판에서 내란죄, 국방경비법상 이적죄로 실형을 선고받아 최소 1년에서 최대 20년의 감옥생활을 했다.
형사보상 결정문을 손에 꼭 쥔 4.3 생존 수형인들. (사진=고상현 기자)

 


이들 모두 지난 1월 열린 재심 선고공판을 통해 4.3 당시 받았던 군사재판의 불법성을 인정받아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직후 형사보상 청구를 했고, 이번에 형사보상 결정이 내려졌다.

애초 지난 2월 22일 이들 18명이 청구한 형사보상금 규모는 총 53억5748만4000원으로 이번에 법원이 결정한 금액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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