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제톺보기]제주 골프 "이 돈이면 동남아로"

[제주경제톺보기]제주 골프 "이 돈이면 동남아로"

이용객 증가는 지난해초 폭설.한파 감소 따른 착시효과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 폐지에 경쟁력 뒤쳐지며 경영 악화
궂은 날씨에 카트비와 캐디피 인상...뒷걸음 제주 골프산업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박정섭="" 기자의="" 제주경제="" 톺보기="">
■ 채널 : 표준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5∼18:00)
■ 방송일시 : 2019년 4월 24일(수) 오후 5시 5분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CBS 박정섭 기자

 

◇ 류도성> 제주경제의 흐름과 의미있는 통계 등을 훑고 뒤지고 들여다보는 ‘박정섭 기자의 제주경제 톺보기’, 오늘은 ‘골프’를 주제로 들고 오셨네요.

◆ 박정섭> 그렇습니다. 오늘 얘기는 골프장입니다. 도내 골프장이 서른개나 되고, 스크린골프가 당구장 만큼이나 친숙하게 자리잡다보니 이제 예전만큼 특정 계층이 즐기는 스포츠라는 인식은 많이 벗었는데요. 하지만 골프천국 제주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이 업계의 불황은 깊어 경쟁력을 키울 방안 마련이 시급합니다. 비록 올들어 골프장 이용객이 지난해보다는 크게 늘었지만 도민 이용객만 늘고, 다른 지방 사람이나 외국인은 감소한 거여서 다른 지역 골프장과의 경쟁에 뒤처진다는 지적도 받고 있어섭니다.

◇ 류도성> 우선 통계부터 짚어보죠. 그래도 올들어 도내 골프장을 찾은 이용객들이 지난해보다는 꽤 늘었네요.

◆ 박정섭> 1분기 제주지역 골프장 내장객은 37만6천명으로, 지난해 1분기 28만3천명보다 33%나 늘었습니다. 3분의 1이나 증가했으니 우선 외형적으로는 이용객이 꽤나 몰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류도성> 그런데 지난해초 폭설과 한파로 골프장들이 한동안 영업을 못한 걸 생각하면 그저 늘었다고 보기에도 좀 그런데요.

◆ 박정섭> 그렇습니다. 무려 33%나 늘었다고 얘기하기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지난해 1월과 2월 하루가 멀다하고 몰아쳤던 폭설과 한파로 도내 대다수 골프장들의 영업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중문CC나 크라운CC 등 단 몇 곳을 제외하고 도내 골프장 대다수가 중산간에 위치해 있는데요. 폭설에 휴장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보니 이용객이 크게 떨어진 데 따른 착시효과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 류도성> 그렇다면 2017년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 박정섭> 2017년 1분기 도내 골프장 이용객이 37만2천명이니까 사실상 2년이 지나도록 제자리 걸음만 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 류도성> 이용객 가운데 도민과 다른 지역 사람과의 비중을 따져보면 어떤가요

◆ 박정섭>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도외 거주민과 외국인이 빠져나간 자리를 도민들이 채우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1분기 도내 골프장을 찾은 도민 이용객은 19만2천명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45%나 늘었습니다. 2017년과 비교해도 19% 증가했습니다. 반면에 도민을 제외한 도외 거주민과 외국인 이용객은 20% 가량 늘었지만 2017년보다는 오히려 13% 줄었습니다. 다른 지방 사람이나 외국인의 빈자리를 도민 이용객이 대신 채운 것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 류도성> 이렇게 된 이유, 우선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이 폐지된 게 무엇보다 크겠죠.

◆ 박정섭> 정부는 2002년부터 제주지역 회원제 골프장의 입장료인 그린피에 적용되는 개별소비세를 면제해줘 왔습니다. 도내 골프장이 동남아시아나 일본 등 주변국보다 가격경쟁력을 갖추라는 뜻에선데요. 하지만 이 제도도 2016년부터는 75%만 감면되다 결국 지난해부터 감면혜택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전국적으로 모든 골프장 경영이 어려운 마당에 왜 제주도만 이런 특혜를 주느냐’는 반발이 정부를 압박한 결과입니다.

◇ 류도성> 개별소비세 감면 문제가 내장객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큰 부분인가요

◆ 박정섭> 지난해부터 개별소비세가 100% 적용되면서 골퍼 한사람당 내는 세금은 종전 5천원에서 2만여원으로 4배나 뛰었습니다. 결국 4명이 경기를 하는 한 팀당 9만원 가량의 돈을 더 지불하게 되는 셈인데요. 제주가 골프천국이라고 하지만 비나 바람 등 악천후가 잦고, 거기에 세금 면제라는 메리트까지 사라지다보니 굳이 비행기값을 지불해가면서 제주에서 골프를 즐길 이유가 사라진 셈입니다. 거기다가 동남아 같은 경우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 때문에 기왕이면 제주보다는 동남아를 택하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습니다.

◇ 류도성> 카트비 인상 또한 이용객 정체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는데요.

◆ 박정섭> 한때 서로들 가격을 내리자며 4만원까지 인하해 받았던 카트비는 요즘 평균적으로 한팀당 10만원입니다. 이게 얼마나 비싼 건지를 도내 렌터카 가격과 비교하면 실감이 확 나는데요. 제주지역 모 렌터카 사이트를 보니까 자차보험을 포함해서 소나타를 기준으로 중형승용차 하루 빌리는 데 3만원 가량 하더군요. 다시 말씀 드리면 하루도 아니고 5시간 가량 이용하는 골프장 카트는 10만원이고, 24시간 이용하는 소나타는 카트의 3분의1 수준이란 얘깁니다. 골프장 이용객 입장에서 보면 바가지를 쓴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 류도성> 그렇다면 카트비가 골프장 경영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얘긴데요

◆ 박정섭> 골프장 카트는 대부분 전기로 움직이는 전기차입니다. 대략 한대당 2천500만원 가량 하는데요. 하루에 두팀을 받을 경우 20만원, 한달이면 600만원, 대략적으로 계산해도 반년이면 차량 구입가를 뽑을 수 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차곡차곡 영업이익으로 쌓인다는 얘깁니다. 일부 골프장 이용객들은 골프장들이 자신들의 편의와 보다 많은 이용객을 받기 위해 도입한 카트에 대해 왜 이렇게 비싼 사용료를 내야 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13만원까지 오른 캐디피 역시 제주지역 골프장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 류도성> 경영난 때문에 지방세를 체납하는 골프장도 늘고 있죠

◆ 박정섭> 현재 6곳의 골프장이 지방세를 체납하고 있는데요. 체납액만 188억원입니다. 2017년에는 골프장 4곳이 200억원의 지방세를 체납해 일부 토지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140억원을 내기도 했는데요. 이용객이 제자리에 머물면서 반복되는 경영난에 체납액은 또다시 쌓이고 있습니다. 골프장들이 포화난속에 이용객 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푸념을 하기보다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최소한 그린피나 카트비를 낮추려는 기본적인 노력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이용객들의 공통된 생각입니다.

추천기사

스페셜 그룹

제주 많이본 뉴스

중앙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