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김동수는 아직 세월호안에 있어"

"남편 김동수는 아직 세월호안에 있어"

<세월호 의인 김동수 아내 김형숙>
"5년전 사투를 벌인 김동수 그대로 인정하고 응원해 주길"
"세월호 지겹다. 이해 되지만 고통 받는 자 함께 우는게 최고 위로"
"제주 생존자 20여명 숨어 있는 것 처럼 보여...제주트라우마센터 아쉬움 커"

김동수씨와 아내 김형숙씨.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5∼18:00)
■ 방송일시 : 2019년 4월 16일(화) 오후 5시 35분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세월호 의인 김동수씨 아내 김형숙씨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오늘로 꼭 5년째가 됩니다. 참사의 진상이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채 세월호 피해자들은 여전히 아픈 기억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세월호 의인이라고 알려진 제주출신의 김동수씨도 그 기억 속에서 자유롭지 않았는데요. 오늘은 세월호 참사 이후 아픔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김동수씨를 바로 곁에서 지켜보고 또 함께 그 세월을 버텨온 분을 만나보겠습니다. 김동수씨의 아내 김형숙씨인데요.

◇류도성 : 오늘이 이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5년이 되는 날인데 두 분은 어떻게 오늘 하루를 보내고 계세요?

◆김형숙 : 그냥 사실 뭐 이렇게 출근을 해야 되니까 사려니숲길로 정상적으로 출근을 했고요. 어제보다는 아무래도 남편이 조금 많이 의기소침해하고 힘들어하기는 하네요.

◇류도성 : 그래도 김동수씨가 얼마 전에는 마라톤을 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는데 어떻게 잘 지내고 계세요?

◆김형숙 : 너무 힘드니까요 그 트라우마에 관해서 몸이 기억한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저도 그런 경험을 안 해봤기 때문에 모르는데, 남편이 조금 3월 들면서 많이 힘들어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난 토요일이 쉬는 토요일이고 하니까 혼자 41.6km를 뛰면서 이겨보겠다해서, 마라톤 동호회 회원분들이 알아서 이제 같이 뛰어주고 응원도 받고 하니까 그냥 어쨌든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던 행사였던 거 같아요.

◇류도성 : 요즘에 그 사려니숲길 공원관리인으로 두 분이 일하고 있다고 들었거든요. 어떻게 하게 되신거에요?

◆김형숙 : 3년 전에 이제 동수씨가 약간 힘들다고 해서 도청에서 자해 했을 때가 있었잖아요. 그 때 이제 도에서 뭐를 도와줬으면 좋겠냐 했을 때, 예전에 사려니숲길에서 운동도 했던 기억이 있어서 본인이 거기에서 일을 하게 해주면 거기에 좀 쓰레기도 줍고 그렇게 하고 싶다해서 이제 남편 혼자하는 거는 좀 힘들 거 같아서 저도 같이 근무하게 됐고 2017년 3월부터 하게 됐는데, 작년에는 공무직 전환이 돼서 사실 사려니 숲길은 저희 도에서 관리하는 곳은 아닌데 특별하게 조금 배려를 해준 거죠.

◇류도성 : 그래서 많은 분들이 찾는 곳이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거나 좀 일을 할 때 힘들어 하지는 않으십니까?

◆김형숙 : 거의 남편은 겨울에는 마스크를 쓴다든지 하는데요, 저는 안내를 많이 하는 편이고 남편은 쓰레기를 많이 줍는데 많이 기피하는 현상은 좀 보이죠.

같이 일하시는 분들도 같이 근무하다가 저희만 이제 물찻오름 탐방소라는 곳으로 따로 가게 된 이유도 그렇고 숲길에 사람이 많다 보면 다 준법정신을 지키는 게 아니잖아요.

담배를 피운다든지 쓰레기를 버린다든지 그러면 막 못 견뎌하니까, 부딪히다보면 자꾸 사건사고에 휘말리니까 본인이 피하게 되죠. 그리고 요즘은 아무래도 수학여행 학생들이 많이 오니까 볼 때마다 일부러 피하기도 하는 거 같더라고요.


◇류도성 : 그러면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으면 좀 여전히 많이 불편해 하시겠네요.

◆김형숙 : 저도 옆에서 이렇게 보면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목욕탕 같은 곳에서도 보면 자해 자국 같은 게 있잖아요,그러면 본인 말로는 차라리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 보다는 그냥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냐 힘내라 하는게 좋겠다고, 가끔 숲길에서도 아시는 분들이 김동수씨 아니세요 하면, 근데 그렇게 나빠 보이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하는 거 봐서는, 그런 응원의 한마디가 남편에게는 오히려 좀 힘이 되는 거 같아요.

◇류도성 : 아무래도 두 분이 같이 계시니까 서로 많이 위로가 되시겠네요.

◆김형숙 : 저는 어쨌든 항상 남편을 케어한다 라고 말하면 좀 그럴지 모르겠지만 항상 지켜봐야되는 입장이고 남편입장에서도 제가 또 옆에 있으니까 표현을 잘 안 해서 모르겠지만 그래도 마음을 놓고 있기는 하겠죠 혼자 있는 거보다, 저는 또 제 눈에 남편이 보여야 걱정이 좀 안되는 입장이고 그렇습니다.

◇류도성 : 이후에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습니다. 말씀하셨지만 자해소식이 들릴 때마다 좀 아내로서는 어떤 생각이 많이 드셨습니까?

◆김형숙 : 처음 집에서 했을 때는 사실 너무 놀라기도 했고 저도 이제 막 놀래서 의식을 잃을 정도로 쓰러지기도 했지만 이제 그런 일을 겪다보니까 항상 마음 속에는 사람들이 일이 닥치면 그 순간에는 잘 모르잖아요.

그렇게 하다보니까 지나갔는데, 항상 마음은 그거죠 이게 마지막일 거다 딸들도 이제 엄마, 아빠에게 이보다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을거야 이게 마지막일거야 그렇게 생활하다보니까 또 여기까지 오게 됐고, 사실은 작년에도 너무 힘들어서 보호병동에 입원하고 이러니까 작년 생각에는 정말 해외로 나가려고 했어요.

2박3일 나가서 4월16일을 좀 한국을 떠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마음은 그래도 나가는 거는 또 여러 가지 여건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또 올해는 이렇게 마라톤도 하고 하면서 어쨌든 지금 막 견디는 거 같아요. 더 이상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되겠다는 생각 때문에, 그래서 지금도 이제 숲에서 혼자 막 뛰고 있거든요.

◇류도성 : 아내 분이 옆에서 더 힘드시겠습니다. 어떠십니까?

◆김형숙 : 저는 그런 생각을 좀 많이 합니다. 제 남편이 정말 무슨 나쁜 짓을 저질러서 타인을 해하거나 범죄를 저질렀다면 제가 아내고 저희 딸들이라면 충분히 같은 죄의식으로써 그렇게 살아야 되는 게 맞는 거잖아요.

근데 가끔은 제 남편은 어쨌든 한 생명이라도 소중히 구하려고 그 안에서 구조한 죄 밖에 없다 라는 사실이 죄라면, 그리고 그것을 잊지 못해서 지금 분노하는 거 밖에 없는데 옆에서 가족들이 그 짐을 온전히 져야 된다라는 사실이 너무 버겁고 사실은 어떤 질병을 가지면 그 질병을 보호 하는 데는 매뉴얼이라는 게 있잖아요.

위암환자는 죽을 먹여야 되고 하는데 사실 트라우마라는 것은 우리사회에 알려진지도 많이 되지 않았고 그래서 지난 5년동안 남편을 어떻게 해줘야 되는 건지 그게 가장 힘들었어요. 누가 이 짐을 어떨 때는 저도 사람인지라 이 짐을 누가 대신 좀 져 줬으면 좋겠다, 오늘 하루쯤은 누군가 대신 와서 이 사람이랑 같이 있어줬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죠.

마라톤으로 아픔을 이겨내고 있는 김동수씨와 가족들.

 


◇류도성 : 그 어려움을 견디게 하는 힘이 딸들이었습니까?

◆김형숙 : 이런 말씀드리기 뭐하지만 어쨌든 저희가 오래 전부터 가졌던 신앙도 좋은 힘이 됐고요. 저에게는 그래도 두 딸이 있기 때문에 딸들이 항상 제가 무너지고 힘들 때마다 아까 말처럼 "엄마 앞으로 아빠에게 더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또 작은 딸 같은 경우는 "아빠가 왜 저러냐 힘들게 이렇게 아빠를 이해하려고 하지 말자, 아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아빠 이해하려고 하면 정말 이해를 할 수가 없죠. 어떻게 이해를 하겠어요. 예전의 남편이 아니고 예전의 아빠가 아닌데.

◇류도성 : 일각에서는 이제 세월호 이야기 그만하자 지겹다 하시는 분들이 있지 않습니까 이런 이야기 들을 때마다 어떤 생각이 좀 드세요?

◆김형숙 : 한편으로는 이해도 되기도 합니다. 항상 우리가 역지사지라고 하는데 제가 또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저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 중에 한 명이지 않을까, 근데 어쨌든 남편은 제가 5년동안 지켜봤을 때 여전히 그 세월호 라는 그 안에서 지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잖아요.

옆에 있는 저도 남편의 마음을 100프로 이해 못하는데 이 일을 겪지 않은 남이 이런 상황을 이해를 한다는 거는 되게 어려운 일이고 오히려 지금까지 지인들이 오늘도 이제 일부러 와서 점심을 사주고 저녁 약속 목사님도 있지만 오히려 이해해주시는 분들이 감사한 거죠.

어쩌면 이해를 못하는 게 이 사회의 당연한 현상이고 그렇게 꾸준하게 지금까지 한결 같이 저희를 응원하고 위로해주시는 분들이 오히려 더 대단하고 감사한 거 같아요 저희들 입장에서는.

◇류도성 : 세월호 관련한 피해자들에 대한 어떤 사회적인 지원은 잘 되고 있습니까?

◆김형숙 : 제가 안산 온마음센터에 2016년도에 11개월동안 가 있었잖아요 안산병원에 남편이 입원하면서. 이런 말 하면 그렇지만 거기 시스템이나 이런 게 부러웠어요.

선생님들이 밖으로 나가서 가족들도 돌봐주고 안산 온마음센터 선생님이 한 달에 한 번씩 내려와서 동수씨를 달래주고 할 때는 저도 의지가 되죠. 지금은 그 선생님이 그만뒀기 때문에 그렇긴 하지만, 근데 제주도는 지금 센터가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주기는 하지만 저희 근무시간이랑 센터 오픈시간이 같이 되기 때문에 남편이 힘들었을 때 근무시간을 빼서 거기 가서 안정제를 맞고 하기가 사실은 쉽지가 않잖아요.

그리고 어쨌든 세월호 생존자가 제주도에 20여 명 있지만 많지 않다보니까 오늘 같이 어떤 추모 분위기를 가다보면 실제 지금 생존자들은 거의 다 숨어있는 것처럼 되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남편이 힘들어서 이렇게 일반 응급실에 가면 매뉴얼대로 피를 뽑고 두시간 기다려야 되고 정말 트라우마센터에 대한 간절함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류도성 ; 시간이 다 됐는데요. 마지막으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우리 사회에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김형숙 : 우리가 고통 받는 자들과 함께 우는 게 가장 최고의 위로라고 하잖아요.

차라리 제 남편에게 잊으라고 하지 말고 제 딸이 저에게 했던 말처럼 제 남편을 이해해주시는 않아도 좋으니까 있는 모습 그대로 제 남편이 사람들을 구해서 의인이고 영웅이고 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이런 게 아니거든요.

본인이 아파서 그렇게 소리를 내는 거니까 아직도 저 사람 뭐 이렇게 대접받고 싶어서 저러나 생각하시지 마시고 그냥 그 5년 전에 그 안에서 혼자 사투를 벌이던 김동수라는 남자가 있고 아직 그 사람이 세월호에서 빠져나오기에는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라는 것을 알아서 제 남편의 모습이 혹시 불편한 모습이 있더라도 이해해주시고, 보면 응원의 한 마디 힘내라고 해주시면 남편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류도성 : 알겠습니다. 아내분도 힘내시고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지금까지 세월호 의인 김동수씨의 아내 김형숙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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