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예멘 484명중 난민 인정 2명, 무엇을 남겼나

제주 예멘 484명중 난민 인정 2명, 무엇을 남겼나

비판 여론 의식 소극적 심사 한계…난민 대응 시스템 부재
'아시아 최초의 난민법 제정국가' 무색…외신도 우려 표명

언론인 출신 제주 예멘 난민 인정자 2명. (사진=고상현 기자)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 484명에 대한 심사가 6개월여 만에 최종 마무리됐다.

그러나 484명 가운데 단 2명만 난민으로 인정되면서 '아시아 최초 난민법 제정 국가'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졌다. 정부의 수세적인 태도와 난민 대응 시스템 부재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낳은 점도 과제로 남는다.

◇ 2명만 '난민' 인정…"비판 여론 의식해 소극적 심사"

14일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심사 보류됐던 예멘 난민 신청자 85명 중 2명을 난민으로 인정했다. 50명은 인도적 체류허가, 22명은 단순 불인정 결정했다. 나머지 11명의 경우 완전 출국해 심사가 직권 종료됐다.

이로써 지난 6월25일부터 시작된 예멘 난민 신청자 484명에 대한 심사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됐다. 현재까지 이 가운데 난민 인정 2명, 인도적 체류허가 412명, 단순불인정 56명, 직권종료 14명이다.

484명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된 예멘인은 언론인 출신 2명뿐이다. 난민 인정률이 0.4%에 불과하다. 이들은 후티 반군을 비판하는 기사를 작성하고 게시해 박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난민법상 난민 인정 사유인 '정치적 견해 이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 것이다.

범죄 연루, 마약 양성반응(4명), 제3국 거주 가능자 등 56명은 단순 불인정됐다. 나머지 412명의 경우 난민 인정 사유엔 해당하지 않지만 본국 추방 시 생명‧신체자유를 침해당할 것으로 판단돼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았다.

이들 대부분이 '내전이나 강제징집 피신' 등으로 어쩔 수 없이 타향살이하고 있지만, 극심한 반대 여론을 의식해 소극적으로 심사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내전이나 강제징집 피신은 가장 일반적인 난민 보호 사유 중 하나로 난민불인정 사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난민 인정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난민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난민에 대한 불안감을 강화할 뿐"이라며 당국의 소극적인 심사를 비판했다.

지금은 지난 10월 17일 2차 난민 심사 결정이 난 단순불인정자 34명, 인도적 체류허가자 14명 등 48명이 이의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 이번에 단순불인정된 22명도 향후 이의신청을 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9월 1차 심사 결과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예멘인들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을 나서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 비판 여론에 수세적 대응…"난민 대응 총체적 부실"

수년 전부터 내전을 겪고 있는 예멘인들은 지난 2016년부터 제주에 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올해 4월 갑자기 예멘인 수백 명이 난민 신청을 하자 법무부가 이들에 대해 출도제한 조치를 하면서 여러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애초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은 후 이미 이슬람 공동체가 잘 형성돼 있는 육지부로 이동해 도움을 받으려던 예멘인들의 발이 묶였다. 이 때문에 초창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던 예멘인들이 돈이 떨어지자 길거리로 나앉는 상황이 초래했다.

또 낯선 문화권에 있는 수백 명의 예멘인이 갑자기 제주에만 머물게 돼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사회적 긴장을 유발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잠재적 범죄자 등 가짜뉴스가 빠르게 퍼지면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됐다.

급기야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7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선제적으로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한 입장을 표명하기보다 반대 여론을 의식해 가짜뉴스가 나올 경우에만 수세적으로 해명하기 급급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난 7월 11일(현지시각) '예멘 난민이 한국 휴양섬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기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할 정도였다.

특히 그동안 정부가 강조해온 '아시아 최초의 난민법 제정국가'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난민 대응 시스템이 부실했다. 현재 난민법상 난민 신청자에게도 생계비, 주거시설, 교육 등의 지원을 할 수 있지만, 사실상 정부의 지원은 일자리 알선뿐이었다.

이마저도 한국인이 기피할 정도로 노동 강도가 센 농‧수‧축산업과 요식업에만 일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가 일자리 적응을 못해 인도적 지원에 의지하며 난민 심사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더욱이 출도제한 조치로 사실상 정부가 제주도에 예멘 난민 신청자 지원을 떠넘겼지만, 관련법상 지자체가 신청자들을 지원할 근거가 없어 시민단체와 종교단체가 숙식 등의 지원을 도맡아서 했다.

김성인 제주난민인권을위한 범도민위원회 위원장은 "정부가 그동안 '아시아 최초의 난민법 제정 국가'라고 자랑했지만, 지난 수개월 동안의 예멘 난민 대응은 관련 지원 체계도 없는 등 허울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예멘 난민 사태를 계기로 현재 난민법에 나온 신청 과정의 인도적 지원 내용을 세밀화하고, 지원 체계와 근거도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지난 6월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시민단체가 나눠주는 구호물품을 받아가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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